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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Dec 26. 2020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20

무비님. 벌써 연말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조용히 나를 돌아볼 영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침 잘 준비한 것 같네요. 패럴리 형제가 만든 영화여서 유쾌하고 밝은데, 그 안에 담은 메시지가 훌륭해요.


          

패럴리 형제라면, 그분들 아닌가요? 영화 <덤 앤 더머>의 감독들?

피터 패럴리, 바비 패럴리, 두 형제가 함께 감독을 해서 제작한 영화죠. <덤 앤 더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붙어야 산다> 같은 작품으로 개봉했다 하면 바로 흥행해버리는 영화들을 제작했었어요. 그들의 작품 중에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이 작품이 연말이나 연초에 꼭 맞는 작품 아닌가 싶습니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라는 제목도 은근 재미가 있어요. 많이 패러디되었었죠?      

심지어 비슷한 제목의 영화가 나올 정도로 패러디가 되었죠. 내게 너무○○○ 누구.라는 형식으로 많은 유쾌한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끼쳤어요. 2002년 2월 개봉했던 영화이고, 잭 블랙과 기네스 펠트로가 등장합니다.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스틸컷 _ 출처:구글


잭 블랙은 코믹 영화하면 빼놓을 수 없지 않나요. 쿵푸 팬더라든가 말입니다. 쥬만지에서도 등장했었죠? 그런데 아름다운 기네스 펠트로와의 조합이라고 하니 살짝 뭔가 안 어울리는 듯한 맛에 이거 뭐지? 싶은데요.  

영화가 시작되면 어두운 병실에 의사가 환자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그리곤 고개를 흔들며 문 밖으로 나오죠. 보호자인 부인에게 이야기합니다. '더 이상 가망이 없어요. 준비하셔야겠습니다.' 그러자 부인은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시키려고 하죠. 의사가 말려요. '환자상태가 정상이 아닙니다.' 그래도 부인은 '마지막 인사는 해야죠.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해요.'라고 한 뒤 아들에게 아버지와 인사하라고 합니다.


           

유쾌한 영화라서 일단 웃을 준비부터 했는데 갑자기 진지한 장면이 나와서 당황하고 있습니다.      

괜찮아요. 영화 시작 후 단 몇 분 지난 상황이고 딱 여기까지만 진지하거든요. 아들의 이름이 '할'인데, 할이 병실에 들어서며 저 왔어요,라고 하자 훌륭한 목사님이셨던 아버지가 잘 왔다, 하시며 마지막으로 남기고픈 말 세 가지가 있다,라고 하시죠.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라면 유언을 하시네요. 마지막 세 가지 말은 특히나 가슴에 새기며 들어야죠.     

네가 앞으로 살면서 꼭 명심해야 하는 말이란다.

첫째. 앞으로 살면서 어떤 일을 하든지 평범한 것에 만족하지 마라.

둘째. 평범한 여인에게 만족하지 마라.

셋째. 반드시 절세미인을 만나라.



훌륭한 목사님이셨고, 할이 굉장히 존경하는 아버지라 하셨는데, 세 마디 유언에 할이 놀라지 않았나요?     

할이 아버지께 물어요. 그럼 어머니 같은 여성을 만나라는 것인가요? 그러자 아버지는 '너의 어머니는 내 평생 최악이었어! 절대로 외모가 다야. 정말로 절세미인을 만나야 돼!'라고 하시곤 그만 돌아가시죠.


          

그렇죠. 이것이 바로 페럴리 형제의 유머 코드죠. 덤 앤 더머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진지한 말에 주인공들이 수긍하고 진지하게 임하잖아요. 관객만이 키득키득 웃고 계실 뿐 캐릭터들은 무척이나 진지하죠.      

맞습니다. 할이 진지한 표정으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병실 복도로 걸어 나오죠. 그리곤 점점 복도를 걸으면서 서서히 어른이 된 할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스틸컷 _ 출처:구글


어른이 된 할. 바로 잭 블랙이겠군요. 잭 블랙을 우리나라 배우에 대입시키면 어떤 배우 정도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만약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된다면, 태연하게 웃긴 역을 할 수 있는 배우? 김인권 씨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 작품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속 잭 블랙이라면 차태현 씨가 딱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상상이 갑니다.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아버지의 유언을 마음에 새겼던 할이, 이제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요.

꽤 예의 바르고 기품이 있는 어른입니다. 승진을 누군가에게 빼앗겨 속상해 하지만 성실히 회사도 잘 다니고 있죠. 단지 딱 하나 여성에 대한 기준이 독특한 것 빼고는 할은 선하고 좋은 사람입니다. 할의 친구들도 모두 온순하고 좋은 사람들이죠. 할은 세계적인 글래머 가수의 몸과 세계적인 미모의 여배우 얼굴을 조합한 여성만이 자신의 여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할의 친구들이 외모를 중시하지 말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하지만 할의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날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세계적인 유명 심리치료사와 단둘이 타게 된 할은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자 장시간 갇히게 됩니다. 심리치료사를 알아본 할이 TV에서 많이 봤다며 인사를 하고, 자신은 여자 친구 안 생긴다며 고민을 터놓죠. 그러자 상담사가 기도와 함께 충고를 해줍니다.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_ 출처:구글(실제 심리상담사 직접 출연)

희한하게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온 할이 갑자기 달라져있어요. 생각과 기준이 바뀌었나? 하시겠지만 그건 아니에요. 할은 여전히 미모의 여성만 좋아해요. 상상도 못 할 부분이 바뀌게 된 건데요.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는 영화를 통해 꼭 확인을 하셨으면 해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 철저하게 유머로 깨뜨려주는 이 영화를 통해서, 내가 남들 시선을 얼마나 의식하는지 체크해볼 수 있고, 나를 정확히 바라보는 시간, 스스로를 찾는 시간이 되실 거예요. 연말에, 그리고 한 해를 시작할 때 보시기 참 좋은 작품입니다.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스틸컷 _ 출처:구글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 중에,

분명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이런 작품을 통해서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되면 어떨까요? 두려울까요?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인가, 구체적으로 체크해 가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야 진짜 나를 위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진짜 나를 응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구체적으로 나를 깨부수어 가꾸어 줄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소개였습니다.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포스터 _ 출처:구글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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