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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Dec 26. 2020

아이, 로봇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21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인가 봅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하면서 미래를 다룬 영화들이 부쩍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요즘 영화가 아닌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죠.


           

지금이 2020년이니까, 16년 전 영화라는 말씀이네요. 현재보다 더 먼 미래를 2004년에 예측했군요.   

2005년에 개봉했던 영화, <아일랜드>는 영화 속 미래를 2019년 7월로 설정했었죠. 작년이 2019년이니까, 이미 영화 속의 미래가 지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겁니다. <아이, 로봇>은 그보다 1년 전에 개봉했으나 2035년이라는 먼 미래를 예상하여 만들었죠.       


영화 <아일랜드> 스틸컷 _ 출처:네이버



<아이, 로봇>에서의 미래는 앞으로 15년 후네요. 그렇다면 영화 <아일랜드> 속 미래는 2019년과 닮았었나요? 어땠죠? 얼마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 <아일랜드>가 2019년보다 몇 년만 더 미래로 설정했었더라면, 적중했을 것 같아요. 자동으로 바이오를 측정하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인공지능 사물에서 그 당시에는 너무 생소하고 신기했으나,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있거든요. 적중한 거죠.

     


신기하기도 하고 살짝 무섭기도 한데요? 2000년도 초반에 그린 미래가, 현재와 적중하는 부분이 있다니, 영화를 지표로 삼고 미래를 설계한 것도 아닐 텐데 대단하네요. 뭐, 아주 영화와 미래 과학이 연관이 없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아이로봇이 그리는 미래, 2035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2035년에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인공지능이 더욱 발달해서, 실제로 로봇이 다니고 있습니다. 굉장히 많이 다니고 있어요. 사람의 일을 보조하기 때문에 배달이라든지 잡다한 모든 일을 로봇이 다 하고 있어요. 지금과 다른 점은 로봇이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죠. 인간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 그들 사명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로봇에게 '이리 와서 짐 옮기는 것 도와줘.'라고 하면, 어떤 것을 들어야 하는지 굳이 사람이 지정하지 않아도, 가장 무겁고 힘겨울 것 같은 짐을 자체 판단하여 옮긴다는 거죠. 잔잔한 일, 큰일 모두 직접 판단해서 돕고, 요리나 청소, 아이 돌보기 같은 일들을 대신하면서 사람들에게 편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은 점점 더 로봇에게 의존적이 되어있어요.


영화 <아이, 로봇> 스틸컷 _ 출처:구글

          


이런 이야기는 기대되기보다 불안해집니다. 사실 제가 발전적이지 못한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미래는 안 오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고. 한 번 질문해 볼게요. 무비님. 로봇은 인류에게 꼭 있어야만 할까요?

그 질문에 네,라고 하는 분도 계실 테지만 저 역시도 사람다움이 사라지는 세상은 원치 않아요. 마치 짜인 시나리오대로 세상의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어릴 땐 공상과학책을 읽거나 그림 그리면서 로봇이 있는 미래를 꿈꾸곤 했었는데, 이젠 안타까운 마음부터 드는 건 사실이에요. 심지어 영화에서는 인간이 동반자로 여기고 있는 시점의 로봇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지능이 더욱 높은 로봇이 출시된다고 하죠. 그런데 NS5가 출시되기 하루 전날 NS5 창시자인 래닝 박사가 의문스럽게 사망하게 됩니다.  


           

이럴 수가. 혹시 로봇이 박사를 죽인 건 아니겠죠? 좀 전에 로봇의 지능이 더 높아진다고 하니, 괜히 스스로 판단해서 박사를 죽인 거 아냐? 하는 의심까지 들고 찝찝한데요?     

로봇에게는 제3원칙으로 인간을 해칠 수 없다는 원칙 프로그램이 장착되어 있어요. 그러나 오늘 주인공인 델 스푸너 형사는 그런 로봇을 믿지 않죠. 델 스푸너 형사 역할에 16년 전의 젊은 윌 스미스를 볼 수 있어요. 델 스푸너 형사는 성실히 일하는 로봇까지 범죄자로 몰아붙이기도 하는, 로봇 혐오자입니다. 어떻게 보면 혼자 유독 미래에 적응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들죠.


영화 <아이, 로봇> 스틸컷 _ 출처:구글


그만큼 인간미가 넘친다는 의미겠죠. 관객들은 미래에 적응 못 하는 형사에게 오히려 공감하면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도 생소한데 모두가 적응한 모습을 보이면, 대입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영화 자체에 괴리감도 많이 느끼게 될 것 같고. 저만 그렇게 생각할까요?

실제로 영화에서 스푸너에게 공감하며 영화에 빠져들게 됩니다. 형사는 친했던 래닝 박사의 사망 현장으로 서둘러 달려갑니다.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래닝 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밖에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데도 왠지 스푸너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로봇 혐오증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예감이 가시질 않죠. 자살보다는 역시나 로봇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배후에 있던 인간이 로봇을 이용하여 박사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열어두며, 천천히 현장을 살피던 도중, 문득 숨어있던 로봇을 발견하게 되죠. 로봇이 숨어있다는 사실에 스푸너가 놀라는데요, 내일 출시 예정인 NS5시리즈의 이 로봇 역시 자신을 발견한 스푸너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영화 <아이, 로봇> 스틸컷 _ 출처:구글

          

예에? 로봇이 놀란다구요? 지능이 있는 건 인정을 하겠는데, 로봇이 감정도 있다는 겁니까?      

NS4시리즈 까진 감정이 없었죠. 하지만 NS5는 감정이 있도록 제작되어서 로봇이 출시된 이후 처음으로 이름까지 부여받을 수 있는 모델입니다. 도망가던 로봇 이름은 써니였는데요, 써니를 쫓아가고, 결국 로봇을 수사하기로 결심한 델 스푸너 형사를 상사가 말리기 시작하죠. 이젠 사고 좀 그만 치라며 관둘 것을 엄격히 명합니다.      


영화 <아이, 로봇> 스틸컷 _ 출처:구글


꼭 그렇게 의로운 일을 방해하는 성가신 동행자가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로봇에게 감정이 있다면, 로봇이 이전과 같이 사람의 수발을 들려고 합니까? 자신들의 능력이 사람보다 뛰어날 텐데, 뭔가 일을 과중하게 시키거나 하면 화를 내거나 불쾌해하면 어떻게 하죠? 주객이 전도될 것 같은 묘한 불안감이 몰려오네요.     

맞습니다. 그것이 문제가 돼요. NS5는 사람을 절대 해치지 않는 제3원칙이 내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또한 그것을 거부할 프로그램도 저장되어있는 로봇이었던 거죠.


영화 <아이, 로봇> 스틸컷 _ 출처:구글

 

아니, 진짜. 그런 로봇을 대체 왜 만드는 겁니까? 로봇을 만드는 목적이 사람의 편리함 때문이라면, 사람의 안전부터 고려해야 마땅한 것 아닙니까. 이게 편리하자고 하는 건지, 내가 죽는 무기를 내 손으로 만들자는 건지 분간이 안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형사 역시 이 부분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요. 예전에 스푸너는 어린아이와 함께 물에 빠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어린아이를 살리라는 자신의 외침을 듣지 않고 로봇이 스푸너를 살렸거든요. 델 스푸너가 로봇을 마구 다그치며 물었죠. 왜 그랬냐, 왜 나를 살렸냐, 하면서요. 그때 로봇이 말했어요. 생존확률을 판단했을 때 스푸너 생존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에 그랬다고. 그 이후로 형사는 로봇을 더 싫어하게 되었던 거죠. 로봇이 아닌 인간이었다면 확률이고 뭐고 상관없이 무조건 아이부터 구했을 거 아니냐며, 로봇을 아주 불신하게 된 거죠. 이제 환경은 점점 더 오염되고 로봇들은 판단을 시작했으니, 인간의 삶을 편하고 쾌적한 환경으로 유지해야 할 임무를 띤 로봇들이 판단할 때, 정작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 즉 환경파괴의 주체가 되는 인간 역시 제거 대상이 되는 겁니다. 인간을 제거하는 위기의 상황에 왜 하필 래닝 박사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을까요. 인간처럼 꿈도 꾼다는 로봇 써니는 과연 믿을 수 있는 존재일까요. 델 스푸너는 또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꼭 한 번 보셨으면 하는 영화예요. 많은 AI영화들이 나왔지만 제가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는 아이, 로봇만큼 실감 나는 작품이 아직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아이, 로봇> 스틸컷 _ 출처:구글


사람은 과연 왜 이런 로봇을 만들어서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위기에
스스로를 몰아넣어야 하는 걸까요?


영화 <아이, 로봇> 스틸컷 _ 출처:구글

사람의 상상력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2004년에 이런 현실감 있는 미래를 상상했을까요.

불안한 것은, 왜인지 이런 미래가 안 오지 않을 것 같다는 겁니다.

지금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데, 이 인공지능이 자체 지능으로 업그레이드된다면.

네, 물론 편리함도 좋겠죠. 하지만 과연 그 삶 속에 사람의 자리는 있는 것일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아이, 로봇>이었습니다.


영화 <아이, 로봇> 포스터 _ 출처:구글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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