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손에 꼽고 꼽는 명작 중의 한 편입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고 영화로 보셨으면 해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작품인데요, 다 보시고 나면 큰 깨달음 때문에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 것입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 근절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곳곳에서 이런 부정행위를 하시는 분들이 계신 거 같죠?
그런데 몇몇 분이 아닌, 온 국민이 똘똘 뭉쳐서 한 사람을 감쪽같이 속인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그 한 사람의 인생은 대체 무엇이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쇼'의 의미가 조금 풍자성을 띠고 있는 것이군요. 주인공의 이름이 트루먼인가요?
트루먼이라는 사람의 쇼를 의미해요. 자신이 원해서 하는 쇼가 아니라 자신도 몰래 펼쳐지는 쇼라고 해야겠죠. 드라마나 영화로 인생을 엿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진짜를 엿보고 싶어 기획한 것이 <트루먼 쇼>라는 프로그램이었죠. 따라서 모든 것이 기획된 상태에서 태어난 트루먼은,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의 모든 행동이 온 국민에게 공개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해맑게 지내게 됩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모님, 학창 시절 사귄 친구들, 사랑해서 결혼한 배우자 모두가 다 설정된 사람이었던 거죠.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_ 출처:구글
아니, 하루도 아니고 살아온 모든 기간이 가짜로 둘러싸여 있고 계획적이었다는 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트루먼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인 상처가 될 것 같은데요.
그렇죠. 트루먼의 지인, 친척, 가족, 직장동료 전부 세팅된 배우들이었고, 그들은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거든요. <트루먼 쇼>라는 프로그램은 국민에게 장수 프로그램이었고 인기가 있어, 중간중간 배우들이 쓰는 소품, 통조림 등은 광고효과도 있습니다. 라이브로 방송되기 때문에 TV를 통해 온 국민에게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어요. 국민들은 <트루먼 쇼>를 보며 매번 다른 상황에 처한 트루먼이 자신들의 각본에 어떤 반응을 할지 기대하고 즐기며 애청자가 되어있죠.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_ 출처:구글
우리나라 몰래카메라가 생각나네요. 게스트들이 한 연예인을 속이고, 그에 대한 반응을 즐긴 다음, 결국 몰래카메라였습니다,하고 끝나잖아요?
보는 사람은 재밌지만 당하는 연예인은 잠깐일지라도 많이 혼란스럽죠. 그런데 트루먼은 서른 살이 되도록 아무도 몰래카메라입니다! 외쳐주지도 않았을뿐더러,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_ 출처:구글
아니, 트루먼에게도 첫사랑과의 풋풋한 감정도 있었을 것 아닙니까. 잠 못 이루고 뒤척이며 설레었던 날들이 있었을 텐데, 그 트루먼의 진심들을 다 어떻게 하라는 거죠? 상대 여성은 그런 진심을 먹으면서 자신은 그저 각본대로 연기하고, 시청자들은 그 상황 보면서 즐기고. 트루먼 인생은 대체 뭡니까. 진짜 사람을 이렇게 쇼하게 만들어도 되는 겁니까.
트루먼의 생애 첫 키스마저도 모든 시청자가 다 즐겨보는 중에 이루어져요. 어린 시절에는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아버지가 익사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버지를 잃은 트루먼이 울부짖는 모습도 시청자들에겐 그저 재미였죠. 풍랑도 가짜고 익사한 아버지도 가짜라는 것을 시청자들은 다 알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게 만든 것은 트루먼에게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를 심어두기 위함이기도 했죠. 모든 것이 철저한 시나리오이며, 자신의 의지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 트루먼은 이 모든 계획과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을 뿐인 거죠.
정말 화가 납니다. 어떻게 한 사람을 그렇게 철저하게 속이면서, 시청자는 재미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이게 언제 개봉한 영화죠?
영화를 보시면 놀라실 텐데, 1998년에 개봉한 작품입니다. 오래된 영화라고 못 느끼실 만큼 촬영기법도 깔끔하고 색감 하며, 무엇보다 그 시절에 벌써 이런 스토리를 생각했다는 것에 놀라게 되죠. 짐 캐리가 트루먼 역을 맡았는데, 짐 캐리 특유의 코믹한 부분도 많지만, 메시지가 몹시 분명하고 강렬한 작품입니다.
트루먼 쇼가 실은 꽤 많이 유명한 영화라 추천도 많이 받았는데, 이렇게 오래된 영화인 줄은 몰랐네요. 역시 명작은 마치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처럼 변하지 않는 멋을 간직하고 있나 봅니다. 영화 속에 트루먼이 생활하는 장소는 트루먼만 모를 뿐이지 모두 세트장이었겠네요?
그렇죠. 집도 직장도 전부 세트장입니다. 감독과 제1 카메라, 2 카메라 등 많은 스텝들도 있죠. 트루먼의 인근에서 감쪽같이 숨어 촬영을 하고 있어요.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_ 출처:구글
배우는 각본대로 움직인다고 해도 트루먼이 그때그때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니, 수많은 인력들이 주변에 늘 대기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트루먼이 가던 길을 돌아오거나 하는 돌발사태가 생기면, 그 인력들이 다 동원되어서 트루먼 차 앞에 차량 정체가 일어나기도 하고, 도로공사가 갑자기 진행되기도 하죠.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_ 출처:구글
별안간 트루먼이 있는 장소만 비가 오기도 하여, 트루먼의 돌발 행동을 되돌립니다. 본래 각본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인근 배우들이 투입되고 난리법석이 일어나는 거죠.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_ 출처:구글
그럼 시청자들은 그런 장면을 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가, 다시 시나리오대로 트루먼이 돌아오면 쾌감을 느끼며 웃겠군요. 참 어처구니가 없는데, 저는 사실 이 충격이 너무 커서, 트루먼이 이 사실을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할 지경입니다. 나중에 트루먼이 얼마나 상처를 받게 될지 진짜 두렵기까지 하네요.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트루먼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잘 살아가요. 그런데요. 어느 날 문득 길거리에서, 풍랑으로 돌아가셨던 아빠를 마주치게 돼요. 트루먼이 소스라치게 놀라는데요, 그 순간 아빠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끌려가는 것을 목격하죠. 트루먼은 너무나 당황합니다. 이 사건이 머릿속에서 떠날 리가 없죠. 아버지를 만나다니요. 그날부터 트루먼은 의문을 품게 돼요. 그런데 또다시 트루먼의 첫사랑이 나타나요. 이 두 배우, 즉 아빠 역할의 배우와 첫사랑을 맡았던 배우만이 트루먼 쇼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배우들이었던 거죠.
살짝 소름 돋았습니다. 그렇죠. 그래야죠. 그 와중에도 정말 인간적인 사람들은 있어야 그래도 살 맛이 나죠. 휴.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 트루먼에게도 진심 어린 사람들이 생긴 것이네요. 모든 게 가짜였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은 아직 트루먼 몫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들을 통해 모든 진실을 들은 트루먼이 지금부터 해쳐나가야 할 것은 바다 풍랑보다 더 큰, 다치게 될 마음의 풍랑이겠죠. 대부분의 장면이 코믹하게 펼쳐져서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보실 수 있지만, 결국엔 거짓된 세상 속에서 진실을 찾자는 메시지를 던져 주는 영화죠.
어떤 거짓된 설정 속에 있더라도, 진실은 영원하다.
오직 진실만이 풍랑을 극복할 수 있다.
라는 용기와 함께 진실된 나를 찾고 싶은 긍지도 심어주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울림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을 거예요.
인생에서 꼭 한 번 <트루먼 쇼>는 만나보셔야 합니다.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_ 출처:구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과연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걸까요?
내일도 시작될 나의 하루, 나의 일상은
과연 어떤 시나리오로 설정되어있을까요?
내 하루는 진실된 내 의지대로 개척되는 것이 맞을까요?
어떤 거짓이 난무하는 때에 살든지, 어느 가식과 함께 하든지.
나의 순수함을 빼앗기지 않기를.
나 만큼은 진실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진실에 시선을 두며, 진실에 용기를 내는 것에 대해 깨달음을 주는 영화 <트루먼 쇼> 소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