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tzMe Jan 10. 2021

행복한 사전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40

이번에는 인생을 만나지 않고, 사전 속에서 사전적 의미의 인생에 대해 찾아보는 건가요?

그럴 수는 없죠. 이번 작품은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침서 같은 영화인데요, 영화 속에서 만난 인생에 그만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인생. 존경스러운 분이 등장할 것 같은데,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지침서라면, 일단은 많은 분께 도움이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문제든 쉬운 문제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용해야 할 도구가 있죠. 바로 '소통'이라는 가장 기본적 수단 말인데요. 무엇을 하든 반드시 ''은 필수이고, 목소리로든 문자로든 몸짓으로든 사람은 소통을 해야 하죠. 바로 그 소통이라는 난해하고 먼바다를, 아름답게 건너게 해 주는 멋진 배와 같은 작품입니다. <행복한 사전>2013년 개봉작이에요.

영화 <행복한 사전> 스틸컷_이미지 출처:구글


그런 멋진 사전이 있다면, 그 속의 단어를 달달 외워서라도 어서 행복해져야죠.

아날로그가 장식품이 될 만큼 디지털 시대에 들어선 지 꽤 되다 보니 언어도 무서운 속도로 새롭게 생성이 되고 있어요. 느끼시죠?



느끼다마다요. 혼자 먹는 밥, 혼밥.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소확행 같은 간추린 말이 SNS로 인해 더욱 늘어나는데, 간편할지는 몰라도 단어와 단어가 만들어 내는 깊이나, 생각의 무게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많이 안타깝죠.

모르는 단어를 찾을 때 사전보다는 핸드폰에서 뚝딱 찾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안타까움이라고 할까요. 간편하고 속도는 빠를지 몰라도, 두꺼운 사전을 펼쳐 종이 한 장 한 장 넘길 때 느껴지는 그 촉감과 깨알 같은 단어들을 손끝으로 훑어가며 간간이 다른 단어도 보게 되는 그 맛을 못 느끼는 건 슬픈 일이에요.


        

그러고 보니, 사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도 서글퍼지는데요?

네. 그러나 <행복한 사전>에선 그러함에도 꿋꿋이 사전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영화 <행복한 사전> 스틸컷_이미지 출처:구글


그렇군요. 사전 한 권 탄생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지도 나오나요? 적어도 2, 3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예전에는 30년 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많이 짧아져서 10년 정도 걸린다고 해요. 30년 걸렸던 시절에 사전을 만드신 분은 거의 일생을 다 바쳐 사전을 만들었다는 건데요,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명감과 사전 속 단어가 인생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이 영화 보신 뒤에 단어 하나도 스치고 지나치진 못하실 거예요.



이런 영화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말이라는 것이 나를 이해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이지 않겠습니까. 말이 있어야 생각도 있고, 말이 있어야 내 곁의 사람도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의미 깊게 생각해보는 사람이 몇 없는 것 같다니까요.

영화 속에서도 비슷한 명언이 나옵니다.

인생은 거대한 바다이고, 단어는 그 바다를 건너는 배. 우리는 사람들이 무사히 인생이란 바다를 건널 수 있도록 그 배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단어 하나를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요. 예를 들면, 오른쪽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풀어서 사전에 기록할지 고민합니다.



영화 <행복한 사전> 스틸컷_이미지 출처:구글


모르는 단어가 눈에 띄면 쉽게 인터넷 검색만 했지, 그들의 노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정성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해봅니다. 그래서 오른쪽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설명되나요?

많은 고민 끝에 가장 지혜로운 결론을 얻어 기록되는데요, 당신이 서쪽을 바라보고 섰을 때 북쪽이 오른쪽입니다.라고 기록돼요.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은 신조어를 조사하기 위해 어디서든 귀를 기울이고, 혹시 새로운 단어가 들려오면 그 의미를 익힌 다음 어떻게 풀어낼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합니다.


영화 <행복한 사전> 스틸컷_이미지 출처:구글



그렇게 한 단어 만드는 데에 많시간이 소요되니, 오랜 세월 걸리는 게 이제 이해됩니다. 세상에 수많은 단어가 있을 테니 사전 만들려면 적은 인원으작업이 어렵겠어요. 사전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는데, 인건비라도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그런 분들이 사라지지 않아야 할 텐데요.

우리가 숨 쉬듯 너무 익숙하게 말이라는 것을 하니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는데, 나를 누군가에게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말'이잖아요. 내 안의 생각, 내 안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도 ''이죠. 그 말을 할 때, 적절한 단어를 많이 쓰면 쓸수록 내 세상을 정교하게 전달하게 되는 것이고, 내가 가진 단어가 늘어날수록 내 안에서 표현 가능한 세상이 넓어지게 되고, 그것 곧 내 안에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넓어지는 것과도 직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작품 보면서 했습니다. 생각을 표현하고 싶고,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데 소유한 단어가 부족하여, 그 설명을 제대로 못다면, 그 사람의 세계는 얼마나 답답할까요. 그런 답답함이 쌓이면 인격이라든지 자존감에도 분명 영향을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 이 영화를 통하여 많은 다독임 받, 앞으로 남은 나의 길에 끝없이 펼쳐진 단어의 보도블록을 상상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행복한 사전> 스틸컷_이미지 출처:구글



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이렇게 깊게 생각 못 했는데, 단어의 중요성. 무엇보다 일단은 책을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행복한 사전은, 존재감 없고 내성적이던 한 청년의 성격까지 바꾸어 놓죠. 주인공은 서서히 표현이 늘어나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겨나고, 나아가 자신이 가진 단어를 총동원하여 사랑 고백까지 해서 예쁜 아내도 맞이하게 되는데요, 언어를 왜 바로 사용해야 하는지, 단어를 무수히 알수록 세상의 문제 앞에서 얼마나 든든한 무기와 도구를 갖게 되는지 또한 깨닫게 되실 겁니다. 특히 사전을 만드시는 분의 노고를 영화로 제작했다는 점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가 마음 가득 채워지는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은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라는 소설입니다.


단어의 바다는 끝없이 넓지요.
 사전은 그 넓은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배.
 인간은 사전이라는 배로 바다를 건너고,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해줄 말을 찾습니다.
그것은 유일한 단어를 발견하는 기적.
누군가와 연결되길 바라며 광대한 바다를 건너려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사전.
 그것이 바로 대도해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전을 만드는 '대도해' 대표의 대사]


고개가 숙여졌다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사전 속 모든 단어를 총동원해도 전하기 힘든 마음이 바로 사랑 아닐까 싶은데요.

요즘 사용하는 간추린 말에 익숙해졌다가, 인생에서 결정적인 어느 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소중한 것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오늘부터라도 단어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적절한 단어로, 정교하게 소통하는 습관을 길러봐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인생의 속도보다는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영화 <행복한 사전>이었습니다.


영화 <행복한 사전> 포스터_이미지출처: 구글



author, SuJi

영화서점

이전 09화 인 타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