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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Jan 11. 2021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41

잉여들? 이번에 만날 인생은 조금 독특할 것 같은 예감입니다.

독특하죠. 자칭 잉여인간이라고 부르는 청년들의 인생에서 힘을 얻어볼까요.



그런데 잉여는, 남은 여분이라는 의미인데 청년들이라면 잉여보다는 열정, 에너지 같은 단어들이 더 어울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잉여라고 해서 무능한 청년이라고 떠올리실 수도 있지만, 과연 잉여라고 자칭하면서 이래도 돼? 싶은 능력자들입니다. 굉장한 청년들이니, 혹시나 자녀 진로문제로 고민이신 부모님들은 이 영화를 통해 답을 찾으실 정도입니다. 영화과 학생들이에요. 20대를 무모하게 보내기로 작정하죠. 단돈 80만 원과 카메라를 들고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탑니다.



80만 원에 유럽이라구요? 이건 무모하다는 것을 넘어서 살짝 위험한 수준인데요?

황당무계하게 여겨질지 몰라도 무모한 이들에게도 나름대로 계획은 있었습니다. 돌아갈 곳을 남겨두지 않아야 목표를 이룬다는 생각에 학교까지 그만두고 올라탄 비행기였어요.



아, 왜인지, 그들의 나름대로의 계획이라는 것에 불안한 이 느낌 뭘까요.

그들의 계획은 이러하였죠.

돈이 없으니 숙박료는 호스텔 홍보영상 제작해주는 걸로 대신하자.
여러 호스텔의 홍보 영상을 제작해주며 돈을 벌어 식비를 마련하자.
유럽에 있는 아르코를 만나자.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우리가 제작해준 뒤 돌아가자.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스틸컷_이미지 출처:다음 영화



그 가수를 어떻게 만날지 같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까? 아직 젊어서 그런지 계획에서 순수한 열정이 잔뜩 묻어나지만, 현실이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잖아요?

일단 일곱 명이 유럽에 도착하죠. 유럽에 왔다는 감격을 하자마자 재밌는 아이디어로 팀을 나눠 이동해보지만, 그러면서 서서히 현실을 체감하게 됩니다. 세 사람이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태가 일어나죠. 감독 지망생이었던 당시 24세 호재, 22세 현학이, 하비 그리고 20세 휘만 남게 되는데요. 포기한 세 사람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갔어야 했나? 잠시 불안하긴 했으나, 돈이 없어도 무언가 해낼 것 같은 예감 때문에 남은 것이므로 다시 다짐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계획합니다.

뭐든 극복하려면 아예 수중에 남은 돈까지 없어야 돼. 다 써버리자!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스틸컷_이미지 출처:다음 영화


이런.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죠? 낯선 곳에서 돈까지 전혀 없게 되면 정말 막막할 텐데, 네 사람이 함께여서 두렵지가 않았나? 걱정되는데요? 젊음의 힘이라고 그냥 믿고 응원해주면 되는 것 맞습니까?

젊은 에너지가 넷이나 뭉쳐지니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결국 그들은 남은 돈으로 마지막 마실 물을 삽니다. 숙박비가 없으니 바다에 텐트를 하나 쳐요. 넓은 바다와 하늘이 그들 입장처럼 막막하게 펼쳐졌는데 한 친구가 지는 노을을 보더니 이야기하죠.

해가 참 빨리 지네.


타지에서, 당장 내일 일어날 일도 알 수 없는 그 막막함이 느껴지면서, 이들의 꿈이 지는 해처럼 너무 빨리 저무는 건가, 생각했죠.



조금은 반전을 기대했는데, 결국 여기서 정말로 끝인가요?

돌아갈 돈도 없지만, 이제 그들은 이야기하죠. 어떻게 해서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해보자, 라구요. 그때 폰이 울립니다. 유럽에 도착한 뒤에 인터넷 사이트에다 '홍보 영상 제작해요.'라고 올려두었던 글을 어느 호스텔에서 보고 제안이 온 것이죠. 순간 이 친구들이 한꺼번에 기쁨의 함성을 질러요. 관객도 그 순간 박수를 치겠죠? 그들은 마지막으로 사버렸던 그들의 마지막 생수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세수를 하죠. 머리를 감습니다.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스틸컷_이미지 출처:다음 영화



오. 정말 소름 돋습니다. 축구경기에서 역전골 넣는 순간 같아요. 그들은 정말 얼마나 기뻤을까요.

이제 반전의 시작입니다. 제작한 홍보 영상이 대박을 치게 되죠. 그들의 무모함에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끼가 넘치는 고 퀄리티의 영상이었습니다. 잉여인간이라는 단어의 포장 속에 숨어있던 탄탄한 실력자들이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죠. 영상을 본 다른 호스텔의 러브콜뿐 아니라 그들이 꿈꾸었던 대로 온 유럽의 호스텔을 이들의 홍보 영상이 휩쓸게 됩니다.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스틸컷_이미지 출처:다음 영화



대단해요! 정말로 계획대로 된 것이잖아요? 목표를 이루었어요!

심지어 자신들이 좋아하던 그룹 가수 아르코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꿈도 당당히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무려 1년 간의 잉여 생활을 더 누리죠. 처음 80만 원으로 떠났던 이들은 컴백할 때 상상도 못 했던 돈을 더 쥐고 돌아오죠. 유럽에 있을 당시의 자신들 모습을 일일이 영상으로 남겨두었는데, 그 영상을 편집하여 부산 국제영화제에 제출하게 됩니다. 그저 일상을 담은 영상이기에 다소 흔들리고 전문성도 부족했으나, 이들의 찬란했던 투지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커다란 스크린에서도 빛나게 상영이 되고 말죠.



편견을 뒤엎고 정말 예상도 못한 반전입니다. 호재와 현학이, 하비, 휘 네 명의 무모한 도전이 영화로 상영까지 됐고, 그 작품이 바로 지금 소개해주신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거네요.

네. 2013년에 부산 국제영화제를 통해 개봉했던 작품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허구가 아닌, 모든 것이 실화이므로 반드시 보시길 바랍니다. 자칭 잉여인간이라 부르는 이들의 에너지를 직접 화면에서 느껴보세요. 그들은 말합니다.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얻는 것뿐!


이라고.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스틸컷_이미지 출처:다음 영화

경험만큼 값진 보물이 어디 있나, 이야기는 많이 하죠.

그러나 정작 내 가족, 내 자녀가 저런 선택을 했다면, 지지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즘 나약한 청년들이 늘어난다는 말도 많은 와중에, 이토록 무모한 계획을 몸소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큰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이젠 이십 대 후반, 삼십 대가 되어있을 네 명의 잉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대한민국 청년들의 선하고 열정적인 도전, 더욱 응원하겠습니다!

심장이 뜨거워지는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소개였습니다.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포스터_ 출처: 구글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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