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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Jan 10. 2021

인 타임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39

타임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항상 쫓기는 듯한 이 느낌에서 참 벗어나고 싶네요. 인생에서 절대로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 이번 작품 제목으로 미루어, 만나게 될 인생이 궁금해집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해보게 하는 작품인데요, 깊이 생각해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영화죠.



기대도 되지만 살짝 불안한 마음도 생깁니다.

지금과 다른, 미래 경제시스템을 먼저 알려드릴게요. 일단은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가 아닌 다른 것이 돈의 기능을 대신합니다.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같은 기능도 어쨌든 돈과 연결은 되어있는 것인데, 돈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사라졌다는 건가요?

네. 2011년 10월에 개봉했던 작품이었죠. 제목 <인타 임>에서 힌트를 찾아보세요.

영화 <인 타임> 스틸컷_이미지 출처: 구글



그렇다면 혹시 타임, 그러니까 시간이 돈 대신 화폐기능을 하게 된다는 건가요?

영화 속 미래는 모든 시스템이 변해서 사람들이 늙지 않습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25세에 노화가 멈추죠. 팔목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는 한 70세 넘은 엄마와 30세 넘은 아들이 서 있어도 25세에 노화가 멈추었기 때문에, 누가 엄마와 아들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시대입니다. 25세까지는 스스로 신체변화도 느끼지만 25세가 지나면 모두가 그 시기로 멈추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늙지 않아서 좋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과는 사회적인 질서가 많이 달라지겠네요. 카운트 바디 시계라는 생소한 시계를 말씀하셨는데, 혹시 그 화폐 대용인가요?

맞습니다. 25세가 되기 전엔 팔목에 새겨진 시계가 작동하지 않은 채 멈추어있어요. 25세가 되는 시점, 00시가 되면 열 세 자리 숫자로 바뀌면서 작동이 시작됩니다. 8760시간 0분 0초로 시작한 이 시계는 바로 8759시간 59분 59초, 58초, 57초로 카운트되기 시작하죠.

영화 <인 타임> 스틸컷_이미지 출처: 구글



8760시간이면 365일인가요? 1년이 카운트된다는 건데, 25세 시점부터 노화가 멈춘다면서 겨우 1년의 시간만 주어지나요?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25세 시점에 바로 1년이라는 유예시간을 받게 됩니다. 이 기간 안에 시간을 더 벌지 못하면 시간이 0초 되는 순간 심장정지로 사망하게 설정되어 있어요.


           

1년이라는 시간을 받긴 했지만, 그것이 시간의 개념뿐만 아니라 화폐 대용으로도 사용된다면, 우리가 지금 느끼는 1년과 영화 속 1년은 체감되는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겠네요?  지불할 것이 많다면 한 달 밖에 못 살 수도 있겠어요.

그렇죠. 1년을 받았지만 커피 한잔은 4분을 지불해야 마실 수 있고 권총은 3년을 지불해야 살 수 있어요. 그러니 처음 25세 땐 권총을 살 수 없는 것이죠. 가진 게 1년뿐이니까요. 스포츠카는 한 대 59년, 그 외에 집세, 교통비,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지불하니, 1년을 가져도 365일 동안 살 수는 없어요.   

영화 <인 타임> 스틸컷_이미지 출처: 구글



25세에 부자든 가난하든 똑같이 1년을 받는다고 했는데 3년을 내고 권총을 사거나 59년을 내고 스포츠카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죠?

아무리 시간이 돈을 대신하는 시대에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또 나누어져 있는데요. 26세가 된 사람 중에는 하루 일당으로 겨우 24시간을 채워 살고, 팔목의 시간이 끝날 즈음 다시 24시간을 벌어 하루하루 연명하듯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자들은 130세 넘도록 살면서도 아직 팔에 백만 시간이 남아있기도 해요.

영화 <인 타임> 스틸컷_이미지 출처: 구글



어째서 그렇게 될 수 있는 거죠? 제대로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 혹시 시간을 훔칠 수도 있는 건가요?

시간 강도가 생겨납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훔치기도 하죠. 하지만 범죄자를 검거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부자들은 25세가 되는 시점에 노화가 멈춘 성인이 된 것을 축하받으며, 10년씩 가족에게 선물을 받기도 하는 등 호화스럽고 여유로운 생활을 합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죠. 주인공 남자가 가난한 구역에서 우연한 사건을 통해 부자 구역으로 가죠. 문득 누군가가 다가와 묻습니다.  

"여기 분 아니시죠? 아까 당신이 뛰는 것을 봤어요." 

저는 이 한 마디가 이 영화를 대표하는 문장이라고까지 생각들 정도로 이 대사에 충격을 받았죠. 뛰는 것이 생소한 사람들의 삶. 그 삶에 도달해보겠다고 그토록 열심히 뛰는 사람들. 현실에서도 분명히 부자의 등을 보며 뛰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죠. 그들이 결국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위치에 있는 거구나, 그들의 간격과 그들 사이의 괴리감을 단박에 느낄 수 있는 핵심 대사였죠. 부자를 악하게 만들고 가난한 자를 선량하게 만드는 진부한 설정이 아닌, 잰틀 한 부자의 짧은 대사 하나로, 그들 간의 간격을 극명히 드러내어 주니, 그 간결한 문장의 힘에 놀랐다고 할까요.      


영화 <인 타임> 스틸컷_이미지 출처: 구글



캐릭터의 힘, 대사의 힘, 그렇군요. 앞으로 여러 각도에서 영화를 좀 더 분석해보게 되겠는데요? 남의 것을 착취한 악한 부자도 있지만, 남이 못 보는 것을 보며 앞으로 나갔던 지혜로운 부자도 분명 있기에, 모든 부자는 악하고, 모든 가난한 자는 선하고 억울하다는 설정, 저 역시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인 타임>에서도 악한 부자는 등장하겠죠? 시간이 많으면 여유롭지만, 팔목 시간이 30분 남은 사람은 죽음을 30분 앞에 둔 거니, 마음이 급할 것이고요. 그래서 뛰는 사람도 수없이 나오겠죠.  

물론입니다. 그런 장면이 자주 등장해요. 가난한 구역에서는 부자가 기증한 시간을 얻기 위해 줄도 서고,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다닙니다. 버스로는 5분, 걸어서는 20분이 걸리는 회사까지 가야만 시간을 충전받게 되는데, 팔목에 10분이 남았고 버스비가 20분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버스 비 10분이 모자라니 뛰죠. 20분 거리를 10분 남은 팔목을 흔들며, 전속력으로 달립니다. 살기 위해서. 그리고 저만치 회사가 보이는 위치에서 그만 시간이 제로가 되어 심장이 멈추고 말죠. 영화는 전반적 내용보다는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는데요. 가난한 구역에서 매일매일 땀 흘리며 전속력으로 뛰어다니는 사람들과 부자 구역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각각 보유한 시간을 통하여,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내가 여유로운 시간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조금은 색다르지만 매우 체감할 수 있는 깨달음을 주는 작품입니다.


영화 <인 타임> 스틸컷_이미지 출처: 구글

인생의 값을 시간으로 지불한다는 것은 미래든 지금이든 반박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죠.

나의 목숨을 시간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크게 보면 지금과 다르지 않네요.

그것을 더욱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보니, 우리가 한층 더 실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빌리지 않아도’ 그리고  ‘훔치지 않아도나에게 내일이 있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부자 구역에 있는 것 아닌가요?

영화 <타임> 소개였습니다.

영화 <인 타임> 포스터_이미지 출처: 구글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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