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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Jan 30. 2021

빅 아이즈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56

무비님. 영화를 통해 만나는 인생들이 참으로 다양하군요. 소소하게 우리 인생에 영향도 끼치는 것 같고요.

그것이 아마도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생명력의 근원 아닐까요. 이번 작품은 2015년 1월에 개봉했던 팀 버튼 감독의 영화예요.



팀 버튼 감독. 주로 판타지 영화로 유명하신 분이죠.       

하지만 이번만큼은 판타지 영화가 아니었어요. 팀 버튼 작품 역사상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한 첫 영화죠. 혹시 ‘마가렛 킨’ 이 누구인지 아세요?

화가 마가렛 킨과 영화 감독 팀 버튼_ 이미지 출처 : NAVER



마가렛 킨, 유명 화가죠. 보통 사람의 눈보다 훨씬 더 큰 눈의 아이들 그림을 그려서 유명해진 미국 화가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 마가렛 킨의 실화를 고스란히 옮겨 둔 영화입니다. 마가렛은 이혼한 이후 딸 제인과 남겨지게 되었죠. 해맑은 눈으로 자신을 보는 딸을 모델 삼아서 눈을 크게 확대한 아이나 여자 그림을 주로 그렸는데요, 이혼 후 얼마 지나, 전 남편으로부터 제인을 데려가겠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마가렛 킨의 활동 시기면, 1950년대쯤이죠? 그때는 미국도 여성에게 보수적이었던 때인데, 싱글맘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으니 취직도 안 되었을 테고,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자녀 부양이 가능한 아빠가 아이를 데려간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지 않습니까.

영화 속에서 당시 여성들의 사회 활동범위가 많이 좁았음을 알 수 있었어요. 딸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가렛은 고민 끝에 공원에서 그림을 팔거나 그려주는 프리마켓을 진행하게 되죠. 그러던 중 월터 킨이라는 남성 화가와 친해지게 되는데요. 월터 킨은, 공원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호감을 갖게 된 마가렛의 상황을 듣게 됩니다. 그리곤 자신이 제인과 마가렛을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하며 청혼을 하게 되죠.   

영화 <빅 아이즈> _ 출처 : NAVER



그렇다면 마가렛 킨의 성이 월터 킨의 바로 그 킨이었군요. 이혼부터 재결합까지 진행이 좀 빠른 것 같기는 한데요? 서로 잘 통했나 보죠? 제인을 떠나보내지 않게 된 것은 일단 다행이긴 합니다만. 

마가렛 입장에서도 제인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달리 방도가 없다는 판단이었죠. 월터는 마가렛의 자존감을 높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사람 얼굴을 그려주고 겨우 동전 몇 개 받던 마가렛에게, 당신의 그림은 절대 저렴한 그림이 아니야, 라며 격려와 칭찬, 응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제가 괜히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속도에 민감했나요. 일단 월터 킨이 좋은 사람은 맞는 것 같아 안도가 되긴 합니다. 그래도 왜일까요. 어딘지 모르게 의문스러운 점은 있습니다. 뭐, 어찌 되었든 월터도 화가이고, 마가렛도 화가이니 전남편에  비해 공감대도 잘 형성될 것이고, 무엇보다 마가렛이 행복을 되찾아 다행입니다.  네. 마가렛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일이 생깁니다. 마가렛은 월터 킨의 아내가 되었으니 이제 마가렛 킨이잖아요? 당시 여성에 대한 시선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에 마가렛은 작품에 자신의 이름 대신 킨이라고 서명하게 되는데요. 어느 날 월터가 마가렛의 그림을, 월터 자신이 그렸노라고 설명하는 장면을 마가렛이 목격하게 된 겁니다.

영화 <빅 아이즈> _ 출처 : NAVER



조금 당황스러운 장면인데요? 자신을 독려하고 세워주던 월터 킨이 마가렛이 없는 자리에서 마가렛의 작품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속인다. 이거 조금 혼란스러운 생각이 드는데, 그것 보세요. 역시나 뭔가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불쾌한 일이 생기고 마네요. 이 결혼 자체에 월터 킨이 어떤 의도를 가졌던 것일까요?

음. 마가렛은 깜짝 놀라며 월터에게 그런 거짓말은 그만둬 줄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월터가 아주 당당하게 반대를 하죠. 여성의 이름보다는 킨이라고 서명을 해야 작품 가치가 높아진다고 하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감각이 넘치는 마가렛의 작품을 월터의 언변으로 비싼 값에 팔아오기까지 하는데요. 마가렛은 제인을 양육해야 하는 처지라 월터가 그림을 고가에 팔아 기쁜 마음으로 가지고 오니, 갸우뚱하면서도 실명에 대한 진위여부 가리는 것을 잠시 뒤로 미룹니다. 그것으로 큰 문제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거죠.

영화 <빅 아이즈> _ 출처 : NAVER



하지만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마치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는데, 마가렛의 자식과도 같은 빅 아이즈 작품들이 월터 킨의 작품이라고 알려지는 것은 무척 마음 아팠을 텐데요? 친구를 대신해서 적어줬던 글짓기 과제나, 방학숙제로 대신 그려줬던 그림으로, 친구가 나 대신 상을 타는 억울한 경험도 겪어 보신 분 계실 텐데요. 그게 참 기분이 묘하게 억울한 일이거든요.

맞습니다. 진짜 주인은 바로 나인데, 밝히자니 수습할 이유가 복잡하고 친구 앞에 구차해 보이기도 하고, 묵인하려니 내 영광을 딴 사람이 앗아간 것 같은 느낌에 많이 분하죠. 마가렛 역시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월터가 마가렛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재산을 모으려나보다 했었죠. 그러나 월터가 점점 본색을 드러내는 겁니다. 자신의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딸 제인에게조차 강요를 시작해요. 마가렛의 그림을 월터 작품이라고 말하라는 강요였죠. 심지어 마가렛을 작업실에 가두어 둔 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한 뒤, 마가렛에게 빅 아이즈만을 그려내라 요구합니다.

영화 <빅 아이즈> _ 출처 : NAVER



결국 청혼을 서두른 이유는 그림이었네요. 한눈에 마가렛의 실력을 알아보았던 것이고 그녀를 통해 돈 버는 것이 바로 월터의 목적이었던 겁니다.

네. 제인은 작업실에 감금돼 작업만 해야 하는 엄마를 보며 슬퍼합니다.


          

진정한 실력가의 예술 작품을 예술의 가치조차 이해 못하는 마케팅 전략가의 손으로 쥐락펴락한다니, 있어서는 안 되는 이런 일에는 참 화가 나게 됩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지는 것은, 마가렛 킨은 어쩌다 그렇게 눈이 커다란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요?

마가렛은 어린 시절 잠시 귀가 안 들린 적이 있다고 해요. 그때 사람의 눈을 보며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눈은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어 주는 창이라 생각하면서, 그때부터 눈을 아주 크게 확대한 아이나 여성을 그리게 되었다고 하죠. 팀 버튼 감독은 어린 시절, 마가렛 킨 그림을 통해 작품 활동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결국 마가렛은 월터를 고소하게 되죠. 두 사람은 재판까지 가게 되는데요. 월터는 죽으면서도 빅 아이즈는 자신의 작품이라고 우기며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이런 월터와 마가렛의 실화를 영화 속에 담으면서, 팀 버튼은 또 하나 새로운 '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예술을 대할 때의 눈

예술의 가치를 볼 줄 아는 눈과, 예술을 상업적으로만 보는 눈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죠.

영화에서 마가렛 킨의 작품을 감상하실 수도 있습니다. 화가를 다룬 영화답게 또 마가렛으로부터 작품 세계에 영향받은 팀 버튼 감독답게, 색감과 미장센이 굉장히 세련됐다는 점도 영화의 품격에 큰 몫을 차지합니다.

영화 <빅 아이즈> _ 출처 : NAVER

이 순간도 영화를 포함한 많은 예술작품이 마케팅의 힘으로 평가받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 가지겠죠.

겉으로 보이는 마치 마케팅되어있는 모습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진실을,

그 내면을 볼 줄 아는 시선이 어떤 때 보다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의 화가, 마가렛 킨의 실화 <빅 아이즈> 소개였습니다.


영화 <빅 아이즈> 포스터 _ 출처 : NAVER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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