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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fa Mar 01. 2022

뉴욕에선 목재로 7층 빌딩을 지을 수 있다.

Cross Laminated Timber로 만든 공간을 상상하다

철근콘크리트와 철골이 도시의 건물 뼈대를 구성하는 재료라면, 목구조 건물은 교외 저층 주택을 지을 때 쓰이는 재료로 나눠 생각하곤 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나무 판재를 겹겹이 쌓아 결합한 제품인 CLT, Cross Laminated Timber라는 자재가 미래 콘크리트를 대체할 것이라는 뉴스가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0월, 뉴욕시 건축 법규 개정문이 발표되면서 CLT를 포함한 Mass Timber로 최고 25.9미터 높이의 건물을 짓는 것을 올해 초부터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CLT를 이용한 목구조 건물들이 세워지긴 했지만 특별한 허가를 받은 경우에 한해서였습니다. 뉴욕 시 건축 법규 개정은 도심에서 CLT 건축이 상용화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 unsplash Anders Vestergaard Jensen)


도시는 초고층 빌딩으로만 채워지지 않습니다. 도시 계획에 따라 건물의 높이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스카이라인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모습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요즘 지어지는 건물 단지를 보면 네모 반듯하고 획일화된 높이와 벽면보다는 높이와 수직면에 리듬감을 준 건축 계획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저층 규모의 신축 건물을 지을 때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쓸 수 있다면 더 다양한 공간을 도심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CLT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CLT가 철근콘크리트 구조보다 탄소 발자국이 적을까?

위 링크에서는 건축 재료 별 탄소 배출량을 정리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위 링크만 봐서는 CLT가 가로*세로*높이=세 제곱미터 (㎥)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마이너스 600 kgCO2 e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무가 CLT로 가공되기 전 40년 동안 탄소를 흡수하는 양까지 합산한 것 같은데 어딘가 모르게 반칙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건축에 이용되는 주 재료들의 배출량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첨부합니다.



한 CLT 제조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사의 ㎥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4 kgCO2 e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회사의 CLT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생산 이후 우리나라에 가져오는 운송 과정에서 탄소가 또 배출될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한 번에 많이 주문해야 하는데, 소규모 건물을 만들기 위해 주문하는 수량은 제한되어 있을 것입니다. 각 건물의 디자인이 다른 상황에서 맞춤 제작이 가능한 것이 CLT의 큰 장점인데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입하기 위해 공동구매를 진행한다고 해도 물량이 어느 정도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허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국내에 CLT를 취급하는 회사에서는 원 재료를 들여오는 단위와 각 현장에 맞게 재료를 가공하는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해집니다.



건축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멘트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고 현장 상황에 따라, 디자인에 따라 첨부하는 혼화물의 종류도 참 많습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철근 콘크리트의 탄소 배출량은 ##다.'라고 단정 짓기가 어렵습니다. CLT와 철근 콘크리트의 탄소배출량 비교가 애매한 또 다른 이유는 단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CLT는 판재 혹은 기다란 기둥의 형태로 만들어져 ㎥로 계산하기 쉬운데,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들어가는 시멘트는 제조사에 따라 1㎥를 채우기 위한 시멘트의 무게가 모두 다릅니다. 위 링크에서는 시멘트의 종류와 물 혼합 비율 그리고 철근의 세부사항까지 입력한 뒤 철근 콘크리트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어 소개합니다.




CLT 목구조로는 디자인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영국의 스튜디오 Kirkland Fraser Moor에서 CLT를 이용해 아치 구조물이 특징인 주택을 선보였다. 촬영 Edmund Sumner

'목재 건물' 하면 기둥과 보, 그리고 45도 각도의 사선 부재로 틀을 만드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초기 CLT 빌딩은 45도 각도의 사선 부재가 창을 가로지르기도 해 목구조 빌딩에는 디자인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굳혀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재료를 활용할 공법을 연구하면 충분히 다양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는 낯선 재료지만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고,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과 같은 극한의 기후에서 콘크리트를 양생 하는데 발생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가벼워진 건물 무게를 활용한 다양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재료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길 바랍니다.



CLT로 만든 다양한 건축물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페이지를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주택, 종교시설, 사무용 건물 등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세요.

https://www.dezeen.com/tag/cross-laminated-ti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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