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fa Feb 15. 2022

'잘'하는 방법을 꾸준히 생각해야만 쓸 수 있는 글

공간기획자가 읽은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이상인 (2019)

몇 년 전에 산 책이 내가 구독 중인 브런치 이상인 작가님의 책이란 걸 깨닫고 많이 놀랐다. 이런 우연이! 책을 사다 놓곤 이제야 꺼내 들어 단숨에 읽은 이유는 요즘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는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화려한 이력만으로도 답이 있을 거라 기대하기 충분했다. 책을 읽을수록 ‘열려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새로운 기술, 타인의 의견, 그리고 스스로의 업을 정의 할 때도 열린 자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총 네 장으로 이뤄진 그의 첫 책은 디자이너의 마음가짐, 디자이너에게 좋은 습관, 디자이너로서의 인사이트가 담긴 트렌드 분석, 그리고 협업하는 디자이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공간을 기획하고 건축설계를 하는 디자이너의 필터를 끼고 내 분야에 적용하며 읽었다.


변치 않는 핵심 질문 - Why Why Why How... What?

적중하는, 새로운,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기 위해 디자인 초기 단계에서 왜?라는 지옥의 관문을 통과하는 게 대학원 첫 학기의 내겐 쉽지 않았다. 헬스장에서 PT를 받을 때처럼 내 사고의 한계를 넓히기 위해 계속 압박받는 느낌이었다. PT선생님이 Hack Squat 머신을 이용하는 내게 '죽지 않아요, 허벅지 터지지 않아요, 근육에 집중하면 할 수 있어요'라고 했던 것처럼, 적당히 why라는 질문에 대답하려던 버릇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어떻게 보일 것인지'의 How에 더 치중한 디자인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일하는 방식도 How와 일을 쳐내는 속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Why를 집요하게 묻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새로운 건축 기술은 디자인 시야를 넓혀 줄 것이다.

공간은 한 번 만들어지면 부수기 전까지 '업데이트'하기 어려운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설계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공간, 가변적이고 유연한 디자인을 사랑하지만 그것을 구현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업데이트의 당위성은 공간의 프로그램이나 주인이 바뀌었을 때만 생겨났을 뿐, 공간의 주인은 그대로인데 공간이 아닌 콘텐츠가 바뀌는 건 전시공간 정도... 뿐이었다. 변해야 하는 이유를 알면 그나마 개선의 여지가 있는데,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지금 한 공간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정보가 쌓여야 한다. 그 정보는 제삼자가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불편한 공간에도 금방 적응하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 때문에 환경을 개선하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인간은 불편함에 금방 익숙해진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스마트 홈' '스마트 그리드' 같이 공간의 환경과 활용을 측정하는 기술의 상용화다. 저자는 디자이너가 신기술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신기술 덕분에 정보가 쌓인다면 공간환경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알게 돼 디자이너는 보다 나은 설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기술과 인공지능의 힘 없이도 공간과 사람을 관찰하는 힘으로 도움 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또한 디자이너가 부지런히 다듬어야 할 촉이다.



실내건축설계를 한다고 문 안의 일만 생각해선 안 된다.

건물이 아무 맥락 없이 한 장소에 세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맥락이 변했다면 건물 안의 공간도 맞춰서 변해야 한다. 힙지로의 카페들이 강남역 11번 출구에 있었으면 그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을 수 있다. 을지로 골목을 탐험하듯 간판 없는 입구를 찾아 들어가는 경험부터 독특했기 때문에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실내건축설계를 할 때에도 대상지 분석을 신경 써서 해야 하는 이유다. 또, 상업공간이나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을 설계할 땐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디벨로퍼의 문법을 알아들을 수 있는 기본 지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금융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클라이언트가 '저 디자이너는 내 돈으로 예술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보다는 '이 디자이너는 진정으로 내 공간을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믿음을 줘야 이 책에서 나온 대로 보다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듯 내 업을 좁게 정의하지 않고, 열린 눈과 마음으로 일을 대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집 값의 1%로 5년 뒤 매수가를 고정할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