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자꾸 보게 되는 이유
옛날에 이런 글을 본 적 있다.
"날씨 이변이 계속되는 요즘, 만약 세상에서 봄이라는 계절이 사라지게 된다면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에게 봄을 설명해야 한다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들려주며 이야기하겠다.
이게 바로 '봄'이라고."
멋진 비유라고 생각했다. 벚꽃엔딩을 듣는 3분의 순간 봄이라는 계절을 우리 모두는 체감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첫사랑'에 대해 생각해봤다. 만약 세상에서 '첫사랑'이란 단어가 사라진다면? 밀당과 손해보지 않는 연애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는 요즘, 첫사랑의 의미와 지금과는 달라진다면?
그럴 땐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여주며 이야기하겠다.
첫사랑은 이런 거라고.
성장통 같은 사랑
뜨거운 여름날 엘리오의 집에 머물게 된 올리버. 이상하게 끌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설렘을 준다. 퀴어 영화이고 아니고를 떠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가가 놀라울 정도로. 뜨거운 여름날 만큼이나 타오르는 듯한 둘의 사랑은 서툴게 시작되고 애틋한 성장통을 동반한다.
결국 올리버는 여름과 함께 엘리오에게 작은 포옹을 남기고 곁을 떠난다. 혼자 남은 엘리오는 미처 시작하지도 못한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아픈 이별을 경험한다. 그때 엘리오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남긴다.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내다간
서른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그럼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 게 없지.
그런데 아프기 싫어서 그 모든 감정을 버리겠다고? 너무 큰 낭비지.
나도 기회는 있었지만
너희와 같은 감정은 못 가져봤어.
늘 뭔가가... 뒤에서 붙잡았지. 앞을 막아서기도 하고.
어떤 삶을 살든 그건 네 소관이지만 이것만은 기억하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 번만 주어진단다.
너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닳고 닳아 해지고
몸도 그렇게 되지.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시점이 오고
다가오는 이들이 훨씬 적어진단다.
지금의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자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완벽하게 마음을 이해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이해해주고
빨리 헤어 나오라 강요하지 않는, 소중히 간직하라는 따뜻한 조언.
영화는 마치 이 대사를 듣기 위해 달려온 것처럼
조금은 황망하면서도 애틋하고 따뜻하고 슬프지만 동시에 기쁜 감정을 공유한다.
이별로 끝나지만 아픈 엘리오의 성장통은
서로 다른 갖가지의 감정을 하나의 선상 위에 올려놓고 공전하게 한다.
만나지 않아도 연결되어 있는 느낌으로.
가장 보편적인 첫사랑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첫사랑을 그린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