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안녕 Jun 11. 2022

전세로는 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독립을 앞두며


전세 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길진 않지만, 부동산 강의를 듣고 경제 서적을 꾸준히 읽어 나가면서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12월,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새로운 집을 구해 나가서 살아야 하는 독립을 앞둔 지금. 전세로는 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실은 전세로 살려야 살수가 없어졌다. 전세의 강력한 강점은 적은 값으로 쾌적한 생활 편의를 제공해준다는 이다. 물론, 보증금 전부를 집을 나갈 때 돌려주는 것도 큰 메리트 중에 하나다. 전세살이를 결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전세 살면서 빡세게 돈 모아서, 다음에 더 좋은 전세로 가거나, 집을 사거나 해야지.'


하지만, 도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를 읽으며 자본주의를 비로소 조금은 이해가게 되면서 전세가 허울만 그럴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상황상 전세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좋은 면도 있겠지만..)



1. 인플레이션

자본주의에서 물가는 상승한다. 오르락내리락할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무조건 우상향 한다. 일례로 한 때 200원이던 길거리 오뎅 값은 지금 최소 700원 이상이다. 짜장면 값도 마찬가지, 집값은 더하다.


2억짜리 전세에 들어가 산다고 가정해보자. 2년 후 2억을 고스란히 돌려받기에 '손해보지 않는 것' 같은 안정감이 들 수 있다. 나도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구조상 2년 후 물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즉, 2년 후 돌려받는 2억의 가치는 2억 미만이다. 나는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그런 생각도 든다. '부자들이, 집주인들이 뭐 좋다고, 전세를 줄까?' 전세는 얼핏 보면 세입자를 위한 안전하고 쾌적한 제도인 것 같지만, 사실은 투자자들에게 더 유효하고 소중한, 돈을 불려주는 자산 메이커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수단에 더 가깝다.


전세는 '실수요'를 반영한다. 매매가에는 거품이 낄 수도 있지만, 전세는 기본적으로 '실제로 살고 싶은 욕구'에 더 가깝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매매가보다 더 직격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또한, 매전 차의 갭을 이용해 투자자들은 더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갭 투자를 무조건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누구나 어느 정도 수준의 공부를 꾸준히 해 나가면 부동산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되고, 매전 차를 이용해 소액으로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매매가가 2억이고 전세가가 1억 7천만 원이라면, 매매하면서 동시에 전세를 놓는 형태로, 즉 '실제 투자금 3천만 원'으로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다.



2. 어차피 대출받을 거라면, 종잣돈을 깔고 앉지 않은 월세가 더 유리하다

요즘 수도권에 웬만한 곳은 전셋값도 장난이 아니다. 얼마 전 성수동 임장을 다녀왔는데, 그지 같은 오피스텔 9평 전세도 4억대를 왔다리 갔다리 하는 처지다.


즉, 전세를 살아도 필연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경우가 많다. 은행에서 받지 않고, 그보다 금리가 낮은 정책 대출로 받는다고 가정해도 아래와 같은 금액을 매년 이자로 내야 한다.


(예시)를 들어 가정해보겠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지원해주는 '보금자리론' 예상 대출 조회를 해 본 자료다.)


- 대출금액 : 2억

- 대출기간 : 30년 (보통 2030 세대라면 30년 기준으로 추산한다)

- 상환방법 : 원리금균등상환 (체증식, 체감식 상환 이런 것은 그냥 쳐다보지 말자)

- 대출조건 : 연소득금액 부부합산 8천5백만 원 이하(신혼부부 기준), 주택 가격 6억 이하



2억을 4.55%의 금리로 30년을 갚는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네이버에서 원리금균등상환계산기를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금리가 더 오르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러프하게 계산했을 때, 매월 100만 원의 이자를 30년 동안 내야 한다. 전세 2년 살자고 30년을 10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좀 무지막지하게 말하자면.



내 계산은 이렇다.

- 전세 : 종잣돈 2억 + 대출 2억 > 4억 전세 입주

  [매달 이자] 100만 원

  [2년 후] 임대차 3법이 살아 있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써 2년 더 전세금을 올리지 않고 살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2년 후 별도로 더 드는 돈은 없다. (매달 100만 원 이자 말고는 ㅎ)

  [4년 후] 4년이 지났다. 물가는 어떻게 됐을까? 올랐다. 집주인은? 전세금 올려달라고 할 것이다. (진짜 미친 하락장이라 역전세가 나지 않는 이상) 아주 심하게 말해서 4년 동안 모은 돈이 6천만 원인데, 그걸 올린 전세금으로 고스란히 다 써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의 수도 있다. 전세 안 올려주고, 모은 돈 합쳐서 다른 집으로 이사 가면 되지!


자, 집을 살 수 있는지 보자.

- 보증금 4억 + 모은 돈 6천 = 4억 6천

이 돈으로 원하는 집을 그것도 4년 후에, 살 수 있을까? 지방이 아니고서는 수도권에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 여기서의 기준은 그저 그런 평범한 수준의 아파트에 한정한다)


그럼 어떻게 될까?

- 못 사거나, 다시 전세를 산다.

  이 과정에서도 매달 꾸준히 100만 원은 갚아 나가고 있다.


무한 굴레. 나는 평생 이런 굴레의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나는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원한다. 그래서 지금 전세를 살지 않을 거다.



월세는 돈을 못 모으잖아!

대출받지 않고, 종잣돈 몰빵 하지 않고, 전세를 살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 근데 그게 아니라면 월세가 낫다.


내 계산은 이렇다.

- 월세 : 보증금 2천만 원 + 월세 130만 원 입주 (종잣돈 2억 보유)

   [매달 월세] 130만 원

   + 이외, 깔고 앉아 돈이 없기 때문에 종잣돈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투자하면서 자산을 불려 나갈 있다. 전세로 살지 않는 만큼 깔고 앉지 않은 종잣돈이 충분히 굴러갈 있도록 잃지 않는 투자를 지속하는 관건일 있겠다.



3. 불편한 길을 선택하는 것

선택지에서 안전하고 편한 것보다, 불편하고 힘든 것일수록 더 큰 부가가치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세는 솔직히 좀 더 편하다.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고, 그저 빌려 사는 느낌으로, 전세가율이 반토막인 곳이라면 절반 값으로 '마치 그 지역에 사는 진짜 주민'이 된 듯한 기분을 약 2년 정도는 거저 느낄 수 있다. 반면, 월세는 불편하다. 꾸준히 놀고 있는 돈을 굴릴, 불릴 있는 공부과 도전,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


이제는 다른 삶을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내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보통의 선택이 아니라, '명확한 목적과 의도'를 갖고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차별화된 선택'을 하고 싶다.


월세 사는 게 뭐 그리 다른 선택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 입장에서 월세는 가장 불편한 선택이 확실하다. 그래서 이 길을 가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