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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Breeze Sep 13. 2021

내 재능은 애매합니다.

애매한 재능은 삶의 축복일까 혼돈일까

여러 상자 안에 하나의 상자만 보석이 들어있고 나머지는 빈상자이다. 근데 어떤 상자에 보석이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진짜 보석이 담긴 상자를 찾는 걸 잠시 멈추고 빈상자에 보석을 만들어서 담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다른 상자를 여는 것처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천재가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느 한 분야를 특출 나게 타고났기 때문에 삶의 길이 명확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 재능은 늘 애매했다. 여러 분야에 대해서 못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엄청 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평타 이상의 재능. 누군가는 부럽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나에겐 매우 큰 혼란스러움이었다.


애매한 재능 덕분에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조금만 노력하면 칭찬을 쉽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의 장래희망은 매 년마다 아니 매 달, 매주마다 바뀌었다.

작가도 되고 싶었고, 과학자도 되고 싶었고, 디자이너도 되고 싶었고, 음악가도 되고 싶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고등학생은 입시라는 문 앞에서 문이과 중 하나를 고르고 일관된 방향으로 진로를 설정해야 했다.

이때부터 나의 혼란은 시작됐다. 진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예 못하면 포기하겠지만 아주 애매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더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고문에 시달리곤 했다.

사실 지금까지도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앞에서 내가 했던 질문에서 보석을 재능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각자의 답은 다 다르겠지만 나는 되도록 많은 상자들을 열어보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애매한 재능 덕분에 느꼈던 건 해보기 전엔 아무도 무엇이 정답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정말 운명처럼 느껴졌던 것들이 환상이었단 것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오히려 정답이 될 수도 있다.


시행착오도 많고 때론 멀리 돌아가야 될 때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종착지가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어른이 되면 진로 고민 따위 안 할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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