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스며들듯이

눈에 띄지 않아도 변하고 있습니다.

by Summer Breeze

아침부터 날이 추워졌다. 이제 아껴뒀던 갈색 블라우스를 입을 때가 된 거 같아 새 옷을 꺼냈다. 여름에 자주 썼던 상쾌한 향수에서 포근한 향으로 향수도 바꿔 뿌리고 나오니 비로소 가을인 게 체감됐다. 눈치채지 못했지만 하늘은 파랗게 높아졌고 나뭇잎들도 조금씩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덥고 추운 것만 알고 있었는데 모든 것들이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분명 날마다 같아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갑자기 달라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너무 시간이 빨리 가서 이제 곧 겨울이 오고 아이들이 눈 오리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매일 동일하다고 느껴 눈치를 못 챘을 뿐이지 아주 조금씩 변화했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스며든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계절의 변화도 조금씩 스며든다고 표현하는 게 어울린다. 잉크 한 방울에 흰 종이가 색깔에 물들어 가듯 작은 것들이 누적돼서 차이를 체감하게 한다.


칼로 자르듯이 확연하게 전과 후가 급격하게 달라지는 것만이 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느리더라도 하나씩 연속적으로 바뀌는 것도 역시 변화다. 꿈꾸는 변화는 전자일지라도 대부분은 후자의 방식으로 다가온다. 매일이 쳇바퀴 도는 것처럼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여도 어느덧 붉게 물든 단풍에 감탄하듯이 나에게도, 삶에도 분명한 성장이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 드라마틱한 순간은 없어 지루할지라도, 힘들어 지쳐서 버티는 것만을 생각할지라도 지나고 보면 찬란한 계절처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길 바라본다.



변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슬며시 다가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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