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력이 헛되었다고 느껴질 때
천재는 1% 영감과 99%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처럼 위대하고 대단한 일들에 ‘노력’은 필수 재료다. 이런 격언을
바탕으로 우린 학창 시절부터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신화를 믿으며 나쁜 결과에 노력이 부족했음을 탓했다. 그리고 더욱더 이를 갈며 노력을 붓고 또 붓는다.
대체적으로 노력하면 성공할 확률은 높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노력은 우릴 배신한다.
국어사전에서 노력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람마다 노력한다라고 느끼는 정도는 다를 수 있어도 자신이 소진될 정도로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투자한 것을 노력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나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노력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소중한 목표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중요할 수 있기에 내가 허덕이며 노력한 만큼 다른 사람도 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노력으로 누군가는 원하는 결과를, 누군가는 바라지 않은 결과를 얻는다.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실패한 사람의 노력이 성공한 사람의 노력의 가치보다 낮아서가 절대 아니다. 노력은 그 자체로 숭고하고 대단하며 상대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단지 노력의 방향성을 잘못 설정했을 수도 있고 목표를 향한 경로가 효율적이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간과하게 되는 것이 외부적인 요인이다.
통제의 환상에 빠져 노력이 모든 실패의 원인이라 생각하고 현실에 부딪치면 좌절하기 쉽다. ‘통제의 환상‘은 심리학 용어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오류를 말한다.
노력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 통제가 가능하지만 날씨, 운 같은 환경은 대표적인 통제 불가능 요인이다. 책을 달달 외울 정도로, 코피가 날 정도로 공부해도 시험에 책에 없는 문제가 나올 수도 있고 열심히 준비한 사업이 갑자기 전염병이 돌아서 시작조차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이 노력이 부족해서가 절대로 아니다.
이렇게 노력이 우릴 배신한다는 것은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지나온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시간이 아깝게만 느껴질 수도 더 빨리 벗어날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헛된 것은 전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노력은 정직하게 보상이 주어진다. 혼다의 창립자 혼다 소이치로는 노력을 했음에도 파산과 전쟁으로 공장이 여러 번 문을 닫고 무너졌지만 덕분에 비슷한 실패를 겪지 않는 방법을 깨달았고 성공을 할 수 있었다.
혼다처럼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된 거창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지나온 시간은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고시 공부를 하며 얻은 법지식이 업무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은 신규 고객의 관심사와 자연스럽게 이어져 큰 계약을 따 낼 수도 있고 창업 실패 경험으로 남들보다 시야가 넓어져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치열하게 노력했던 경험은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에도 나를 지키며 다시 할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다. 그저 예상하지 못한 방법과 시간으로 찾아올 뿐이다.
그렇기에 너무 큰 배신감에 자신의 노력을 바보 같다고, 어리석었다고 평가절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도 강요한 사람 없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힘들고 고된 과정을 거치는 건 정말 멋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