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e or not to be

by 낫투비


그 날은 하늘이 온통 주황빛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노을을 꼽으라면 나는 그 날의 기억을 꺼낸다. 죽음의 핏빛 빨강도 아닌 갓 태어난 병아리의 노랑도 아닌. 그 중간에서 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주황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는 오렌지빛 9월의 하늘을 남기고 떠났다.

노을이 사라지자 짙은 밤이 찾아왔다. 분명 하루의 해는 뜨고 지는데 나의 하루는 항상 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건 다 거짓말이다. 아주 새빨간 거짓말이다.

괜찮아지는 건 없었다.

시간은 그 어떤 아픔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죽고 싶었던 주제에 하고 싶은 일이 왜 이리 많았을까. 나의 버킷리스트 작성은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틈이 날 때마다 생각나는 걸 하나씩 써넣었다. 나 이것도 해보고 싶었는데, 저것도 해보고 싶었는데. 써놓고 보니 이걸 다 하다가 죽는 건 언제 죽지 하는 생각에 실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버킷리스트에 있는 것들을 다 하고 나면 죽어야지 했던 마음이 리스트에 있는 걸 아직 다 하지도 못 했는데 죽을 순 없지 라는 마음으로 바뀌는 건 참 쉬웠다. 죽고 싶었던 나는 죽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닌 살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는 죽을 용기도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그 누구보다 살고 싶은 사람이었다.

죽어야겠다 마음을 먹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난 이후로 나는 더더욱 열심히 살았다. 참 쓸데없이.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도 아쉬울 게 없어야 했다. 적어도 내 버킷리스트에 적힌 것 중에 반은 해보고 죽어야 했으니까. 어차피 죽을 인생인데 왜 그렇게 아쉬울 게 없이 살아야 했냐 묻는다면 허탈하게도 큰 이유는 없다. 그저 죽고 나면 만나게 될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엄마랑 나란히 앉아서 내가 사는 동안 뭘 하고 왔는지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무 것도 이뤄놓지 않는 지금은 엄마한테 가서 '나 왔어' 라고 얘기하면 엄마도 너무 슬퍼할 테니까. 엄마는 나를 살리고 싶어했다. '니가 죽긴 왜 죽어!' 라며 소리쳤던 엄마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히 들리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나는 열심히 잘 살고 가야 한다. 그럼 엄마가 기뻐하며 날 안아주겠지.


살아야겠다 마음을 먹은 이후에도 여전히 주황빛의 그 날 기억은 불쑥 불쑥 나를 찾아온다. 그러면 나는 저항없이 무너지고 만다. 살아야지 했던 그 간의 다짐들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죽을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죽기로 했던 다짐과 버킷리스트를 잊지 않고, 나는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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