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미녀로 변신?!

<화이트 칙스>

by 오늘도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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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화이트 칙스 white chicks
러닝타임 :108분
개봉년월 : 2004년 11월
한줄평 : 배꼽이 빠지게 웃은 다음에 씁쓸함이 밀려올라말락하다가
(노트북 덮는 순간) 잘 잘 수 있는 영화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노래방에서 분위기 메이커한다는 옛날 분들이 자주 부르는 자우림의 <일탈>은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매년 학년이 바뀌고, 선생님도 바뀌고 반도 바뀌던 학창시절을 지나, 이른바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하루하루가 똑같이 느껴져 지루함을 느끼곤 한다. 그러고는 무언가 신나는 일을 찾아보는데, 그걸 일탈이라고 부른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신도림 역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미션이겠지만, 만약 겉모습이 달라진다면? 생각도 성격도 실제 정체성identity도 똑같은 사람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다른 사람이기에 더 편하게 더 쉽게 일탈을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 (단순히 지루함때문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서 변신을 택한 두남자가 있다.




변신을 꿈꾸는 우리


많은 경우에 우리에 대한 평가는 외모를 포함한다.


"저 사람은 뚱뚱한 걸 보니 게으를 거야."

"머리가 빠진 걸 보니 공짜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마른 사람은 예민해서 살이 안 찌는 거야. "


그리고 외모가 맘에 안 들 때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오는 평가가 맘에 들지 않을 때,

우리는 외모를 바꾸고 싶은 욕망에 직면한다.


한편, 외모 그 자체로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주인공 한나는 노래 실력은 대단하지만, 외모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가수의 립싱크를 해주는 신세일 뿐더러 사랑을 잃을 위기에까지 처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귀여운 두 FBI 흑형은 실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며칠간 성별과 인종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유괴범을 잡기 위해 말괄량이 백인 자매로 분장한 채로 파티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다양한 영화에서 등장했는데, 오랜 고전인 <미세스다웃파이어>의 남주인공 다니엘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김혜수 주연의 영화 <찜>에서는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쉬리>에서는 국가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각각 성별과 외모를 전환한다.)



풍자 : 빠진 배꼽 뒤에 남겨지는 (아주 약간의) 씁쓸함


다운로드 (2)1212.png 실직의 위기 앞에서 태연하게 그렇지만 웃음기 넘치게 대응한다.


장르(코미디)에서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는 시종일관 웃음과 개그가 가득하다. 원래도 웃음을 못 참아서 진지한 자리에서 여러번 혼난 필자이지만, 혼자서 영화보다가 정말.. 큰일날 뻔했다. 만약 여러 생각 없이 즐겁게 보기만 해도 좋을 영화다. 시간 때우기용이든, 고민을 잊기 위한 용이든, 2시간이 즐겁게 금방 지나가길 바란다면 강력 추천하고 싶다.


첫 장면에서 잡화점에서 마약 밀매상을 덮치려 할 때, 아시아계 이민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에서나, 여장이후에는 거의 모든 장면이 코미디다. 다만 이 영화에서 부여한 역할ROLE이 미국사회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 약간의 소름이 돋을 수 있다. 흑인은 몸이 좋고 운동선수가 많으며, 아시아계 이민자는 영어를 잘 못하면서 잡화점을 한다던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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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분배된 인종별 계층별 역할 중에서 백인 중산층 철없는 여자들의 행태를 꼬집는데, 그 모든 일에 대한 평가는 (주인공이 거짓말을 했음이 발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보다 너희가 더 좋았다."고 말하는 친구들의 대사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같은 부류인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칭찬(?)을 듣게 되는 건 사실 그들도 스스로의 행태에 완전히 만족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물론 인종이 미국MELTING POT만큼 다양하지 않은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많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원래 풍자미가 그러하듯, 분분초초 단위로 나오는 몸개그에 심각한 고민은 숨겨지기 때문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면 큰 고민없이 발 길게 뻗고 푹 잘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Don't judge a man until you've walked in his boots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까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역지사지(易地思之) : 변화가 주는 새로운 기회


영화이기 때문에 이들은 변장할 수 있었고, (얼굴이 사실 완전히 같을 수가 없는데도) 얼굴만 보고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등의 특혜(?)를 누릴 수 있었다. 다만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변신의 좋은 점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흑형들이 보기에,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여자란 귀찮고 의심이 많은 성가신 존재였지만, 실제로 여자로 살아보니 그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할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부증 와이프여서 그저 달래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사실 그것이 사랑의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을 변장을 하고나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운로드 (6)DD.png 아내의 방식을 이해하고, 아내를 안심시키는 고백을 하는 주인공 마커스


결국 영화는 에피소드에 에피소드를 지나며 모든 것이 정상화되는 할리우드 특유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주인공들은 직업을 되찾고, 가정을 지킬 수 있었으며, 여자친구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얻은 교훈은 앞으로도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변신을 꿈꾼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변신이 아니라 변화일지 모른다. 모든 조건과 외모가 그대로이지만, 이런 나를 그대로 이해해주는 너를 만나고, 나 또한 너를 수용하는 "변화". 영화에서처럼 극단적인 변신이라면 며칠이면 가능하겠지만, 일상에서 변화를 누리는 것은 그 보다 오래걸리는 지루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를 통해, 단 며칠의 변신이 아닌 진정한 변화를 누릴 수 있다면, 단편적인 일탈이 아니라 꿈의 일상화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















미세스다웃파이어 그녀는 예뻤다 미녀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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