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동안.
있지, 사실 보니까 나는 내내 불안한 것 같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이 불안은 어떻게 해서도 내게서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이 있는 대로, 아무 일도 없으면 아무 일이 없는 대로,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는 대로. 상황이 어떻든 상관없이 요즘의 난 매일 불안하고 우울해서 숨이 턱턱 막힌다. 나는 이 불안과 친구인양 손을 잡고 그대로 늪에 빠져든 거나 마찬가지다. 잠깐동안 주위 사람들이 손을 잡아 나를 끌어올려 주려고 노력해도 그래봤자 허리까지다. 잠깐 동안은 가슴이 자유로운 것처럼 숨 쉴 순 있겠지만 결국엔 다시 목까지 깊게 잠겨서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난 이 불안과 아주 오랜 동맹을 맺었고, 깊은 친구가 되었으며,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조약을 맺었다. 그것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가 정신이 멀쩡한데 불안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할까? 아무도 없을 거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을 거다. 그러니 나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우정을 약속한 게 분명하다. 내가 아주 슬프고, 우울하고, 걱정이 되어서 견딜 수 없을 때. 그럴 때 내 곁에 있어주면서 내 등을 다정하게 토닥이고는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한 게 마치 불안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그런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감정이 설명이 안 되니까. 이 상태가 설명이 안 되고, 이토록이나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나는 한때 긍정과 평생을 함께 하자고 약속한 사람이었다. 후회가 뭔지 모르는 세상에서 천진난만하게 살면서 조금이라도 잿빛인 감정은 금방 떨쳐버리고는 현실에 곧잘 집중했다. 그게 나였지. 하지만 그것도 이젠 과거의 이름이 되어버렸고, 나는 불안한 상태로 매일매일을 산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고 이대로 죽거나 사라지고 싶을 정도로 깊고 어둡고 끈적거리고 지옥 같은 그런 불안감에 휩싸인 채로.......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고 뜻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거북이처럼 아주 느리고 느리고 느린데 뒤에서 자꾸만 누가 날 잡아당겨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 불안을 빨리 물리쳐야 하고 불안해하지 않고 살아야만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러지 않으려고 이렇게 글도 쓰는데, 글도 쓰고 약도 먹는데, 약도 먹고 소리도 지르는데 왜 효과가 하나도 없는 것만 같은지. 나도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불안과 나는 오랫동안 함께 할 운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나 보다. 너를 떠나보내는 방법을 지금의 나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거든. 정말이지, 너와 더는 함께 하고 싶지 않은데... 마치 어린애가 부모님 옷깃을 잡고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불안에게 질질 매달린 형색이다. 난 네가 싫어. 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정말이야, 이건 진심이야. 아무리 너에게 구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그건 다 거짓말이란 말이야. 하지만 이것조차 그저 소리 없는 외침일 뿐이다. 결국 나를 구해줄 영웅은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