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고 나니 술은 뭔가 나에게 존나 오래 사귀다 헤어진 애인 같다. 졸라 만나면 어떻게 될 줄 알면서도 밤만 되면 왠지 행복한 기억 많은 것 같고 그리우면서도 지긋지긋하고 보고 싶은데 보면 안 되는 것도 안다. 돈도 많이 절약되고 내 시간도 많아지고 건강해지면서 좋은 거밖에 없는데 왠지 허전해. 내 모든 걸 보여줬고 끝까지 보여줬다. 그래서 질릴 대로 질려 떠난 건데 내 20대 다 알고 있고 내가 힘들 때도 기쁠 때도 같이 시간을 보내 추억이 너무 많다. 그때의 사랑은 결핍에 가까운 사랑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솔직했던 것 같다. 헤어지고 나니 그리운 듯 그립지 않은 것 또한 사랑과 닮았으니 사랑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 웃긴 건 나도 걔도 또 다른 사람들과 행복한 기억을 쌓아간다. 죽고 못살았었지만 내가 아니고도 걔가 만날 사람은 많을 테니까 난 그냥 기억만 안고 살아가면 될 것 같다.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사랑했다 시발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