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즈음 침대에 팬티바람으로 앉아 넷플릭스를 보면서 쉬고 있었던가, 나는 문득 나의 배를 찍어보고 싶었다. 이전에도 운동을 하면서, 식단 조절을 하면서 종종 몸 사진을 많이 찍었던 터라 오랜만에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 그건 마치 어렸을 때 내가 보던 술과 야근에 찌든 우리 아빠의 배 같이 동그랗고 부풀어있었다. 그렇다. 뱃살이 심각하게 찐 것이었다. 먹는 게 요즘 나의 유일한 낙이라고 주변에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 정도로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맛있는 걸 찾아 먹으러 다녔긴 하지만 나는 분명 꾸준히 운동도 하고 스스로는 어엿한 '생활체육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이라고 자부했던 터라 내 양안에 어느덧 '덜 못생김', '덜 살쪄보임'필터가 장착돼 있었나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육감적인 B형 몸매에 나는 그만 방안을 기어 다니는 다리에 털이 난 짐승을 보기라도 하듯 휴대폰을 저 멀리 던져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던 것 같다. 내 안에 용솟음치는 '다이어트 의지'가 만땅으로 채워진 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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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의지력을 마르는 샘물처럼 고갈되는 자원으로 비유하고 또 다른 혹자는 의지를 근육에 비유한다. 둘의 공통점은 '쓰면 쓸수록 고갈되거나 지쳐버린다는 것'. 그래서 살을 빼고 싶으면 최대한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의 생활습관과 사고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머리를 요리조리 굴린다. 어떻게 해야 실패하지 않는 다이어트에 도달할 수 있지? 사실 나 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몸을 만드는 법,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는 법, 건강한 식단이란 무엇인가, 현대인이 가져야 할 피트니스에 대한 철학 등등 여러 다양한 건강 관련 주제에 대해 인터넷, 유튜브, 서적들을 통해서 데이터를 모아 오기는 했다. 아무리 데이터가 많으면 뭐 해, 식습관은 엉망이고 운동의 강도는 늘지를 않는데. 그렇다. 중요한 것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실행execute하지 않으면 모두 소용이 없다.
23년의 한국인들은 다이어트를 하기 참 좋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편의점에만 가면 바로 즉석에서 마실 수 있는 단백질 음료가 늘 2+1 행사를 하고 있고, 촉촉하고 짭조름하니 맛있는 반숙란도 칼륨이 풍부한 바나나도 심지어 씻어 나온 방울토마토도 24시간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유튜브라는 훌륭한 시청각 정보의 홍수를 유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운동이나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어 영상을 몇 개라도 찾아보는 날에는 그다음부터 나의 유튜브 홈피드는 온갖 운동지식채널이나 이름 좀 날린다는 운동인 유튜버들의 영상으로 가득 도배가 된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신뢰할 만한 인물은 한 줌이 채 되지 않는다고 본다. 어떤 유튜버는 뒷광고로 내용이 그저 그런 책의 본문을 마치 절대적인 진리인 양 늘어놓다가 철퇴를 맞고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유튜버는 본인은 떳떳하다며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만들었다가 슬그머니 발뺌을 하면서 책임과 비난을 회피하기도 한다. 특히나 트레이너라는 직업의 특성상 '폰팔이'만큼이나 진입장벽이 낮고 불량한 인간들이 많이 모인 집단도 드물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에는 몸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만큼이나 많은 인구수가 트레이너/필라테스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그들 중의 대다수는 적법한/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란 말도 있다.
출처: 레전드매거진, 피톨로지(아주라x우수)
나는 그래서 '피톨로지 FITOLOGY'라는 채널을 사랑한다. 재미도 편집도 구성도 진행도 뭔가 가내수공업 특유의 어색함이 남아있지만 그래서 더 진실되다. 마치 '나우무맛'처럼... (사랑해요 아주라 사랑해요 우수).
내가 가지고 있던 음식중독이라는 문제점에 대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채널을 탐독하면서 (물론 다른 채널들로도 공부를 했지만) 받아들이고 고치고 개선하게 된 점들이 많다. 일례를 들면, 나는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이라는 구분이 명확하고 선과 악의 대립되는 개념처럼 치킨은 나쁘고 닭가슴살은 옳다고 믿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채널주인 아주라님과 우수님은 '음식에는 선악개념이란 없으며 모든 것은 양의 문제일 뿐이다'라는 가르침을 견지해오고 계신다. 음식에 좋고 나쁨이란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보통 식품가공업체들이 본인들의 상품을 팔아먹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방식이며 하나의 음식에 <악함>을 부여해 버리는 순간, 인간은 <선함>이 부여된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고 탐닉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거기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서구권에서는 버터(지방)가 그러했고 설탕이 그러했다. 지방의 자리를 탄수화물이 차지하게 되었고, 설탕의 자리를 액상과당이 차지했다. 그리고 미국의 비만인 인구는 전혀 줄지 않았다.
예를 들어 도넛에는 다량의 설탕과 지방, 탄수화물이 들어있다. 사과에는 식이섬유와 수분, 과당이 들어있다. 우수님은 이 경우에 사과가 '좋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사과의 "영양 조성"이 좋으니 같은 무게만큼 먹었을 때에 사과를 통해 들어오는 영양소의 종류가 다양해서 건강에 이롭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차이를 이해하시겠는지?
나는 이런 음식에 선악을 부여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이후로 훨씬 음식을 대할 때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고 믿게 된다. 이전보다 훠얼씬 음식에 대한 강박이 줄었다. '치킨은 나빠'!! 라고 말하는 순간 치킨을 참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을 아는가? 나의 경우엔 '치킨? 먹어도 돼''지금 당장 시켜 먹어도 돼. 그런데 지금은 좀 안 당기네?'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사고가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다. 치킨이 나쁘다고 하는 순간,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뇌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 사람은 무언가 다른 대체재를 찾아내야만 한다. 달고 짜고 기름지고 맵고 바삭바삭한 그 무언가를. 그리고 그 와중에 애초의 내 의도와 생각과는 달리 아주 아주 아주 여러 번 '치킨'에 대해서 생각하고 떠올리게 된다. 인간은 자극에 반응하는 생물이라 결국은 유혹에 넘어간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평균 2개 이상의 치킨집들이 널려있다.
나는 과자나 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목표다. 평생 먹지 않는 게 꿈이냐 물으신다면 대답은 NO. 이전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나는 빵과 과자를 사랑할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현대사회에서 그것들만이 주는 잠시지만 행복하고 포근한 동심의 세계란 게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 조절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면데면하지만 좋은 기억은 남아있는 경조사 때나 가끔 연락하는 친인척 같은 사이로 지내고 싶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세 가지 정도를 늘 염두에 두고 있다.
1.'끼니를 디저트로 대체하지 말 것'
디저트는 서구권에서 정찬 요리의 끝자락에 개미 눈곱만큼의 양만 선보이는, 흔히 주방장의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간 하나의 예술 작품의 개념이다.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크림이 꼬크보다 큰 '뚱카롱'을 6개짜리 한 팩을 사서 혼자서 한 번에 다 먹는다고,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정말 얇은 꼬끄와 그 사이에 더 얇게 발라진 크림 부분으로 이루어진 마카롱을 '딱 한 개'만 음미하고 만다고. 그리고 프랑스인들은 식사시간이 엄~~~~~~청 길다고 한다. 대화를 함께 곁들이면서 3~4시간은 기본이라고(이렇게 식사시간이 길어지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작동하면서 자연스레 음식을 덜 먹게 된다). 흔히 볼 수 있는 인터넷 댓글이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하나의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빵이 너무 먹고 싶어서 끼니를 거르고 빵을 먹는 대신에 '이게 끼니지'하는 식으로 나 자신을 속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저트의 개념을 명확히 인지하고, 이것을 먹는 것이 불필요한 추가적인 열량(additional calories)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확실히 예전보다는 빵에 대한 갈구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식사빵(바게뜨,치아바타등 서구권 사람들이 쌀밥 대신 먹는 빵)과 디저트빵은 다른 개념이라고 하더군)
2. 소분! 소분!! 소분!!!. 한 번에 절대 아깝다고 전부 먹어버리지 않는 것. 그날 충동적으로 아무리 빵이나 과자를 많이 사 왔어도 절대 한 번에 다 먹지 않는다. 1/2, 1/3씩 뜯어서 먹다가 배가 적당히 차오르면 봉지에 넣어 멀찍이 둔다.
ATHLEAN-X.COM이란 유튜브의 JEFF CAVALIER는 이렇게 말한다. 본인에게 있어 '당근케이크'는 1년에 한두 차례 먹는 이벤트성 음식이지 절대 '끼니'(MEAL)이 되지 않는다고. 끼니의 본질은 내가 일상을 영위하고 하고자 하는 일을 함에 있어 도움이 되는 연료로써의 역할이라고. 그 이야기 또한 내게 있어 <빵과 디저트류의 섭취>의 의의와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잘 만들어진 디저트는 분명 맛있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며 때로는 좋은 추억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빵이나 파이, 케이크류의 식품군의 영양조성이 일상의 내가 '적당한 기분상태'를 유지하고 '운동 퍼포먼스'를 늘리며 '하는 공부와 일'에 집중하는 데에 적절한 연료일까? 내 생각은 NO. 이건 '좋고 나쁨'의 개념이 아닌 디젤과 가솔린의 차이격인 담론이다.
정상체중을 확보하고(내 경우엔 63~65kg 정도), PT나 GX, 체육관을 다니면서 상급자로부터 운동피드백을 받으며 3대, 5대 운동을 배워서 운동을 평생습관으로 (운동 = 리그오브레전드나 아이브 세로직캠이나 싸이흠뻑쇼나 아이맥스에서 보는 아바타 2:물의 길처럼)그리고 휴식 활동으로 만드는 것. 운동이 하나의 주요한 major 일상활동이 되고 더 나아가 휴식 자체가 되는 것. 그게 바로 오늘의 내가 갖고 있는 목표다. 물론 몸매도 훌륭해졌으면 좋겠지만, 지금 나에게 몸매는 한 3순위 정도? 일단은 안 아프고 건강하게 일상을 영위하고 적당한 기분 상태(종합적인 컨디션)와 활력을 유지하며 최대한 느리게 노화를 맞이하는 것. 그게 내가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하루에 짤막하게 잠깐씩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면 길어지고 자꾸 나 자신을 과대포장하려는 욕구가 치밀어 올라서 큰일이다... 이러다 작심삼일이 될 것만 같다. <줄리 앤 줄리아>를 떠올리면서 겸손하게 하지만 즐겁게 적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