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24]
[24] 스타벅스 임원진 좀 만나!
한적한 평일 낮이었다.
“꿈뀨!!”
한산한 매장에서
음료 만들고 있는 날 향해
크리스가 내 이름을 외치며
헐레벌떡 뛰어왔다.
“꿈뀨!
수요일 오후에 일해줄 수 있어?!”
수요일 오후라..
그날은 내 근무시간이 아닌데..
누군가 수요일 오후 근무가 어려워서
대타가 필요한 건가?
“당근! 너가 원한다면야!!
근데 왜?”
크리스의 파란 눈에
동공지진이 났다.
“캐나다 스타벅스 임원진들이..
우리 매장에 방문한대..”
–
–
평소 일하는 매장은
고객 만족도 점수가 항상 높았다.
이 지역구 내에서
우리 매장의 점수는
항상 상위 2~5위 하는 편이었다.
또한 우리 매장은
캐나다 스타벅스 본사에서 멀지 않았기에
캐나다 스타벅스 임원진들이
매장 점검 겸 관리 차원으로
방문하기 딱 좋은 위치였다.
–
–
“엥???? 임원진?!”
귀하신 분들이
매장까지 행차하신다고 하니
내 눈조차 휘둥그레 해졌다.
“근데 왜 꼭 나야?!
난 영어 더듬거리는데…”
임원진들이 매장에 온다면
그냥 둘러보진 않을 것 같았다.
여기 있는 매장 바리스타들이랑
얘기도 해보려 하겠지..
과연 내가
임원진들이 물어보는 영어를
알아듣고 답할 수 있을까..?
크리스는 내 질문에
기가 차다는 듯 소리쳤다
“꿈뀨!! 너 에너지가 제일 필요한 거야!!”
크리스가 나를 필요로 한다니..
이보다 감사할 수 있을까..
–
–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건
항상 즐거웠다.
단순히 주문받고,
커피를 만드는 게 재밌는 게 아니라
내가 발전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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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떻게 손님을 대해볼지
오늘은 어떤 스몰톡을 해볼지
영어를 하나라도
더 써먹을 방안을 고민했다.
일하는 동안 듣는
새로운 영어 표현들은 메모해 두고,
어정쩡하게 끝냈던 스몰톡은
어떻게 말했다면
더 좋은 대화로 이끌어 갈 수 있었을지
다시 복기했다.
집에 와서는
단짝 친구 케이트와
그날 있었던 일들을
영어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영어 텍스트 줄임말도 터득해 나갔다.
하루하루가
배움으로 넘쳐났다.
–
–
나는 이방인었다.
카페 알바는 난생처음이라
일하는 것은 실수투성인데,
또 영어는 어설프고,
어차피 1년 있다 다시 한국으로 갈 사람.
그런 내가
아무 연고 없는 타국에 홀로 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 사람들의 믿음을 얻고
이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이 순간들이 너무 의미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매 순간이 소중했고,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가 가진 에너지를 전력으로 내뿜었다.
–
–
나를 필요로 한다는 크리스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직 감사했을 뿐이다.
“그래, 크리스.
수요일 오후에 당연히 나와야지!
우리 매장이 얼마나 대단한 매장인지
임원진들에게 보여주자고!!”
–
–
“박박 닦자. 박박”
크리스는
임원진들이 오기 3시간 전부터
매장의 먼지란 먼지는
다 없애버리겠단 듯이
빗자루와 대걸레로 박박 밀어댔다.
크리스가 긴장한 게
한눈에 보여
나도 덩달아 긴장됐다.
그냥 하던 대로만 하자..
하던 대로만..
그리고.. 그들이 왔다..
스타벅스 본사 임원진들이..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