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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은 게이클럽이지

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23]

by 꿈뀨


[23] 클럽은 게이클럽이지


“꿈뀨!!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 첫 출근을 하니,

디에고가 밝게 인사해 줬다.



“디에고! 고마워.

새해 복 많이 받아!”



“그래서 어젯밤,

페라와 같이 간 인생 첫 클럽은 어떻디?”


디에고가 클럽의 첫 경험에 대해 물었다.



내 인생 첫 클럽에 대한 소감?

그것도 캐나다에서 보낸 소감?


“솔직히?”



“응, 솔직히.

페라 뒷담 해도 내가 입 꾹 다고 있을게

ㅋㅋㅋㅋㅋㅋㅋ”


디에고는 짓궂게 웃으며

입에다 지퍼 닫는 시늉을 했다.


남미의 콜롬비아 출신인 디에고는

가끔 할리우드 영화에서만 보던 액션을 할 때가 있다.


할리우드 액션이 어찌 저리 자연스러운 건지…

몸에 배었달까?


내가 하면 오글거릴 텐데 말이지..




“진짜 재미없었어..

페라랑 새해를 보낸 건 좋았는데,

클럽 자체가 재미없었어..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사실이었다.


처음 간 클럽은

음악도 둠칫둠칫대기만 해서 춤추기도 뭐 했고,

사람들도 엉덩이 둥칫둥칫 흔들기만 하고,

이상한 남자는 페라한테 약을 팔지 않나..


재미란 건 하나도 없었다.



“하...설마..”


디에고가 이마를 부여잡았다.

이것조차 할리우드 액션인 디에고..


안 그래도 주름 잡힌 그의 이마가

더 찌푸려졌다.


“너네 스트레이트 클럽 갔냐?”



스트레이트.

이성애자를 보통 스트레이트라고 한다.



“엥? 스트레이트??

당연히 클럽은 스트레이트들이 모이는 곳 아니야?”


클럽은 보통 ‘남’, ‘녀’가 부대끼는 곳 아닌가..?

당연히 이성애자들이 모인 곳이 클럽 아닌 건가..?




“참나!! 얘가 뭘 모르네..

거기가 제일 재미없는 거 몰라?”


디에고가 환장한다는 듯이

눈알을 굴렸다.


“거기 온 사람들은

다 불순한 목적으로 눈먼 사람들이라서

재미가 없어!!


가려면 어딜 가야 하는지 알아?”



내가 어찌 알겠는가..

나는 클럽도 처음이었는데..


“어딘데..”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디에고가 웃음기 싹 빼고 대답했다.


“게이 클럽.”


“WHAT THE FUCK?”


근무 중인 걸 망각하고

디에고에게 욕부터 날렸다.


평소에 케이트랑 워낙 친해

매주 함께 저녁을 먹고

서로를 ‘자기’로 부르다보니


케이트와 나를 게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디에고까지 나를 게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몰랐다.




“디에고..

아무리 다인종, 다국가, 다문화의 도시 토론토지만

나는 스트레이트야.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난 정말 게이가 아니라고”




“아니 아니. 꿈뀨, 꿈뀨.

그게 아니고–”


디에고가 뭐라 말하려 했지만

나도 할 말은 해야겠어서

디에고의 말을 싹둑 잘라버렸다



“난 엄연히 남자와 결혼한

스트레이트. 코리안. 우먼.이라고.”




“아니 아니, 꿈뀨! ㅋㅋㅋㅋ

내 말 좀 들어 봐.

게이클럽은 그런 곳이 아니야”


“그래서 꿈뀨! 클럽은 어땠어?”


페라와 내가 클럽 간 게 소문이 났는지

이번에는 제이가 물었다.



“핵.노.잼.”

짧고 굵게 제이에게 대답했다.



“엥??

설마 둘이 가서 싸우고 돌아온 건 아니지?”


클럽이 노잼이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 본 듯

제이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아니.. 클럽 자체가 재미없었어..

디에고 말로는

스트레이트 클럽이 아니라

게이 클럽을 갔어야 했다고 하던데..?”


디에고는 보통 게이 클럽은

보통 게이들이 많긴 하지만

게이들만 가는 게 아니라고 했다.



“오우 마이 갓...

설마 토론토에 와서

게이 클럽 한 번도 안 가본 거야?”

제이가 세상 충격이라는 듯이 되물었다.



“응.

난 클럽도 이번에 페라랑 간 게

인생 처음인데..?”



내 인생에 클럽 갈 일은 없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덕에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었고, 재미도 없었다.


내 삶에 있어 최우선은

생계를 이어 나가는 것이 때문이었다.



“하.. 꿈뀨, 너... 놀 줄 모르네..”



맞다.


나는 노는 걸 즐겨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 놀아야 잘 노는 지도 모르는..

그런 재미없는 삶을 살아온 걸지도 모른다.




“자기야~!! 새해 복 많이 받아!”


때마침 케이트가 출근해

매장 안으로 들어오며 나를 큰소리로 불렀다.


매장 안에 사람들이 모두

케이트와 나를 쳐다봤다.


케이트가 나를 ‘자기’로 부르는 걸 봐서

이제 저 사람들 모두

우리 둘을 동성애자로 오해할 것만 같았다.



“케이트!!

꿈뀨 게이 클럽 한 번도 안 가봤대!!”


제이가 케이트를 보고 외쳤다.



“야야야야… 제이야…

목소리 좀 낮춰라…

사람들이 보면 나랑 케이트가

게이라고 오해하겠어…”


제이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WHAT THE FUCK!!!!!

YOU’VE NEVER BEEN GAY CLUB??”

케이트가 세상 충격이라는 듯이 소리쳤다.



매장 내의 모든 손님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반대편에서 음료를 만들고 있던

디에고가 우릴 쳐다보더니 낄낄댔다.


시선이 너무 뜨겁다..



아니.. 게이 클럽 한 번도 안 가본 게 죄인가?

다들 왜 이리 충격 먹는 걸까..



제이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케이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날짜 잡아.

제대로 된 클럽 가야지.”


케이트, 제이 그리고 몇몇 스타벅스 팀원들과

함께 간 클럽은 좀 달랐다.


디제잉 EDM 음악이 아닌

대중적으로 유명한 팝송 리믹스가 흘러나왔고,

디제잉 무대가 대신

그냥 나무판자 무대가 있었다.


사람들은 거의 다 청바지에 티셔츠로

평범하게 입고 있었지만

망사나시를 입은 남자들을 몇몇 발견할 수 있었다.



“곧 쇼가 시작될 거야!!

그땐 사람들이 엄청 많을 테니까

미리 무대 앞으로 가 있자!”


제이가 우리들을 무대 앞쪽으로 이끌었다.



“무슨 쇼??”


제이에게 물었지만

제이는 그저 씩 웃으면서 보드카를 건네주었다



“보면 알 거야, 꿈뀨”


세에상에…


입이 떡 벌어졌다.



“오우 마이 갓!!!

여자인 나보다 졸라 이쁘네!!!

나는 여자도 아닌가봐!!!”


케이트가 무대 위에서 춤추는 사람을 보곤

환호를 지르며 감탄했다.


내가 봐도 쇼를 펼치고 있는 사람은

군더더기 없이 너무 예뻤다.



곧게 뻗은 군살 없는 다리,

길고 가는 팔,

팝송에 맞춰 추는 춤선은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저것이.. 말로만 듣던…

드래그 퀸.


드래그 퀸을 실제로 보다니...


게이클럽은 디에고 말대로

재미있었다.


일단 노래가 팝송 모두가 아는 노래였고,

모두가 아는 노래이기에

다들 합창하며 즐겼다.


춤을 추는 드래그 퀸을 향해선

다들 환호성을 보냈다.



한 남성이 무대 위로 올라가더니

드래그 퀸 가슴골에

돈을 꽂아 넣었다.


환호성이 격하게 울려퍼졌다.


입이 떡 벌어졌다.

말 그대로 컬처 쇼크였다.


같이 온 스타벅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웃어 제꼈다.


이런 게 바로..

게이 클럽...?


케이트가 나를 툭툭 쳤다.


“자!! 꿈뀨, 가봐!!”

케이트 손에 5달러짜리 지폐가 들려 있었다.



“내가???!!!!”


충격에 소리쳤다.

큰 음악소리에 내 경악은 묻혔어도,

내 충격 담은 표정은 그대로 드러났는지

다들 박장대소를 했다.



“빨리!!!!”

케이트가 나를 무대 쪽으로 살짝 밀었다.


드래그 퀸이

춤을 추고 있는 무대로 다가갔다.


쿵!

계단 턱을 못 보고 그만

몸이 앞으로 쿵 떨어졌다.


생판 처음 보는 광경이

그저 충격적이라 긴장한 탓에

앞도 제대로 못 본 나머지

계단 턱이 있는지도 몰랐다.



다시 중심을 잡고 서서

드래그 퀸 앞에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드래그퀸이 휙 돌더니

가까이 다가가는 나를 바라봤다.


으아아아아…


팁을 어떻게 줘야 할지 모르겠다.

팁 통이 따로 없다.



드래그퀸 앞으로 더 다가갔다.



좀 전에 그 남자처럼

드래그 퀸 가슴에

팁을 꽂아 넣었다.



“Thank you, sweet heart”

드래그퀸이 팁을 건네는 내 손을

살포시 잡아줬다.


이럴 땐 유얼 웰컴이라고 해야 하나?


그저 굳은 상태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친구들 쪽으로 돌아섰다.



친구들 모두 나를 보고

박장대소를 하고 있었다.


벌어진 내 입은 다물어질지 몰랐다.


드래그퀸 쇼도 보고,

맥주도 마시고, 보드카도 마시고,

친구들과 팝송도 따라 부르다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게이 클럽을 나오는 길.


“꿈뀨!! 어땠어?!”

제이가 물었다.



신박한 충격이었다..


이런 곳도 있구나..


참나..

지구 반대편에 와서 클럽도 처음 가보고,

또 게이 클럽이라는 데에 와서

이런 세상을 또 보게 될 줄이야..


사람 사는 곳 참 다양하구나..



“너네 말이 맞아”



캐나다 워홀을 오지 않았다면..

이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게이 클럽이 훨씬 재밌네.”



좋든 나쁘든

이런 곳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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