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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클럽 갈래?

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21]

by 꿈뀨


[21] 같이 클럽 갈래?


그날은 유달리 바빴는지

커피가 계속 동났다.



“꿈뀨! 커피 사내 권고량 대로 내린 거 맞아?”

한 슈퍼바이저가 씩씩 대거리며

나게 다가왔다.


“당연하죠,

여기 타임테이블에 맞춰

권고된 양 대로 내렸어요..”


스타벅스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던 나는

한껏 쫄았다.


분명 트레이닝 받은 대로 커피 내렸는데

왜 자꾸 커피가 동 나는 걸까..



“사내 권고 따르지 말고,

지금부턴 2배씩 내려.”


스타벅스 시스템이 알려주는 대로

커피를 내렸다고 하자

슈퍼바이저는 사내 권고를 따르지 말라고 하고선

내 앞을 휙 지나가버렸다.


뭐야…

그럼 시스템이 왜 있는 건데...


하지만 신입인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두 문장뿐이었다.


“Okay. I will.”


“꿈뀨!! 원두 찌꺼기 제때 비워야지!!”

또다시 슈퍼바이저가 외쳤다.


가까이 다가가 원두박을 봤다.

아직 절반도 안 찬 원두박...


내가 트레이닝 받은 내용과는 다르다.


“제가 트레이닝 받을 땐,

쓰레기는 절반 정도 차면 비우라고 했는데요..”



“원두 찌꺼기는 무거워서

절반이 차기 전에 버려야 한단 말이야.”


슈퍼바이저가 짜증을 내며

원두 찌꺼기 통을 비웠다.



뭐야..

그럼 지들끼리 통일해 얘기해 주던가..

왜 이 사람은 이렇게 하라 그러고,

저 사람은 저렇게 하라 그러는데..



하지만 역시나

캐나다에서 일하는 것도 처음인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두 문장뿐이었다.


“Okay. I will.”


그날 또한 바빴다.


서투른 손놀림으로 음료를 만들며

냉장고를 열었다.


우유를 꺼냈다.


냉장고 문을 닫는 순간,

손 하나가 휙 끼어 들어왔다.


“아얏!!”

슈퍼바이저가 냉장고 문 사이에 손을 부딪혔다.


다행이다.

심하게 부딪히지 않아,

슈퍼바이저 손가락은 멀쩡했다.



“꿈뀨! 너 괜찮은 거 맞아?”

슈퍼바이저가 휙 노려 보았다.



뭐야..

내가 냉장고 닫는 순간에

본인이 손 잽싸게 넣었으면서..


냉장고 안에 있는 물건 꺼내고 싶었으면

냉장고 문을 닫지 말라고 얘기하던가..

갑자기 손부터 뻗으면 어쩌라는 거야...


어이가 없었지만,

여기 싸우러 온 게 아니다.


“Sorry.”



팀원들의 스타일을 다 파악하기 전까지는

그저 수그리고, 알았다고 하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꿈뀨, 신경 쓰지 마.

페라, 쟤. 우리 매장에서 가장 엄한 애야ㅋㅋㅋ”


디에고가 장난 반, 진심 반 섞어 말했다.


“닥쳐, 디에고”

페라가 쏘아붙였지만

디에고에게 타격감은 전혀 없었다.


“내가 페라랑 함께 한 세월만 4년인데,

4년 내내 쟤는 싸가지가 없었어ㅋㅋㅋㅋ”

오히려 디에고는

페라를 놀리는 걸 즐기는 듯했다.



그래..

원래 팀에는

순한 사람도 필요하고

기센 사람도 필요하고

유연한 사람도 필요하고

FM인 사람도 필요한 법이지..


그렇게 신입 시절엔

일도, 영어도 서툴러

하루하루 고역인 날들을 보내야 했다.


"꿈뀨! 정말 미안한데

오늘 땜빵 때워줄 수 있어?”


점장 크리스한테서

주말 아침부터 전화 왔다.


“팀원 중 한 명이 아파서 출근 못하겠대ㅠ

근데 오늘 진짜 바쁜 날이거든ㅠ

미안.. ㅠ”



스타벅스에서 일한 지 8달 째.

일하는 게 즐거웠다.


특히 매장이 바쁜 때엔

즐겁다 못해 재밌었다.


“당연하지, 바로 갈게.”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크리스 말대로 주말 스타벅스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꿈뀨!! 와줘서 고마워!"


크리스가 정말 고맙다는 듯이

출근한 나를 꼭 안아주며 반겼다.


“아니야! 알잖아, 나 바쁜 때 일하는 거 좋아하는 거.”


진심이었다.



“지금 페라가 슈퍼바이저니까,

페라한테 가서 업무 분담 받으면 돼”

크리스가 페라를 가리켰다.




“페라, 나 왔어”


8달간 페라와 함께 일하며

이제는 제법 합을 맞출 줄 안다.


“꿈뀨, 왔어?

바에 가서 음료 만들면 돼”


처음에 페라는

내가 음료 만드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레시피를 틀리는 것도 그렇고..

속도가 느린 것도 그렇고..


페라 눈에 나는 그저

그냥 답답한 신입 한 명이었다.



그랬던 페라가

이제는 나를 제일 먼저

음료 만드는 포지션으로 배치한다.


크리스 말대로 엄청 바빴다.


“I have Amir’s drink coming up!”

“Julia, I’m working on your gingerbread oat latte!”


쉴 틈이 없었다.


“Jason! Your venti vanilla latte is ready!”

“Grade white mocha with extra whipped cream for Maddie is ready!”


4시간 근무였는데,

4시간 내내 음료만 만들었다.


“Hey, Judy! How are you today?”

“I know it’s a busy day. But I like it!”

“Happy weekend! Any plans for today?”



근데 그게 너무 즐거웠다.


미친 듯이 음료 만들고,

그걸 또 영어로 건네주고..

영어로 스몰톡을 하고,

그 짧은 스몰톡 속에서 또 영어를 배우고..


하루 24시간 중 4시간은

고작 6분의 1 밖에 안됐지만


그 1은 내게 큰 재미이자, 큰 배움이었다.




정신없이 음료를 만들고 있는데

페라가 다가왔다.


“꿈뀨!! 고생했어! 퇴근해!”


근무 시간이 끝났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


바쁜 매장을 뒤로하고

퇴근하는 나를 보며

페라가 외쳤다.


“조심히 들어가! 꿈뀨!!

오늘 너는 우리에게 선물 같은 존재였어!!

(You are a gift to us!)”


처음에 날 그렇게 못 미덥게 여기던

페라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I love you! Faera! See ya”

페라에게 손을 흔들며

숙소로 향했다.



12월 30일이 됐다.


올해의 마지막을 딱 하루 앞둔 그날.

페라가 나에게 다가왔다.


“꿈뀨! 내일 뭐해?”


가족, 남편 다 두고 온 사람이

연말에 할 게 뭐 있겠나..


일하는 것 밖에..


“일하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리곤 페라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이 나왔다.



“그럼 내일 일 끝나고

나랑 같이 클럽 갈래?”



예????

클럽이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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