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9] 친정보다 시댁 (2)

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19]

by 꿈뀨

[19]


“저는 쉴 새 없이 달려왔어요”


만 20세.

대학교 2학년.

부모 없음.

기초생활수급자.

먹여 살릴 중학생 여동생 있음.


겨우 스물이 된 나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왜 이런 집안에 태어났어야 했을까?


금수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남들처럼 그냥저냥 살 순 없었을까?


나는 왜 이런 부모를 만났을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받는 것도

내겐 사치인가?



짜증이 치솟고,

욕이 나오고,

울화가 치밀어 올라도


그 끝엔 언제나 나만이 있었다.



’아니야. 난 할 수 있어

결국에 나는 크게 성장할 거야.


원래 드라마 주인공들도 매번 위기를 겪는 법이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드라마 주인공처럼 살다 가야지.


내겐 힘이 있어‘




아무도 구원해 주지 않는 삶.

오직 나만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삶.



나는 고단한 나의 삶에

평범함을 되찾아 주는데 최선을 다했다.


“이제야 남들이 말하는 평범함을 사는 것 같아요”



어느 날, 침대에 누워

내 일상을 돌아봤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운동한 뒤 씻고 바로 출근하고,

퇴근한 뒤, 신혼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남편과 얼굴을 맞대며 잠에 드는 이 일상…


더 이상 생계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이제야 평범하게 사는 것 같다..




만 27세까지의 길은

평범함을 되찾는 여정이었다.


그렇다면 이젠…

“도전할 때야.”


“치열하게 살았기에,

내려 둬야 할 것들이 참 많았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그 속에서 내려둬야 할 것도 많았다.



교환학생 한 번 해보지 못한 건

가장 마음에 크게 남았다.


돈도 없고,

케어해야 할 중학생 여동생이 있기에

교환학생은 꿈만 꾸고 가보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어려움 극복하며

이렇게 잘 살아남았는데..


다른 나라에서

또 얼마나 잘 살아남을지

나 자신의 한계가 궁금해졌다.



어려움 속에서 배운 것?

어떤 위기도 잘 극복할 거란

삶에 대한 자신감.



내 유한한 삶에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며

자신있게 내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


“제 인생 목표 중에 하나가

타국에서 홀로서기 하는 거예요”



교환학생 못 가본 것은

한(恨)으로 남아

‘40대, 북미 1년 거주’

내 인생 ‘목표’로 늘 적혀있었다.


꿈이 아닌 ‘목표’.


남편 손을 잡고

모교에 놀러 간 어느 날이었다.


학교 국제처에 놓인 ‘워킹홀리데이 안내서’를 봤다.


워홀?

대학생 때는 호주랑 캐나다 워홀 많이 가지.

워홀이 몇 살 까지더라..?


만 30세..?

(*현재는 만 35세로 변경됐습니다)

아~ 내 나이도 되는구나~



…어…?

나.. 가능.. 하네..?



북미 1년 거주 계획은 그리 멀지도 않았던 거다.


워홀..?

1년 거주 비자 나오지,

알바하면서 생활비 벌 수 있지..



“이건 기회야.

기회는 잡으라고 있는 거야.


잘할 수 있어.

지금 가야 해”


“저는 남들보다 빠르게 살아왔어요.


만 20살에 가장이 되고,

만 22살에 취업을 하고,

만 25살에 결혼을 하고..


그 속에서 많은 걸 이뤘지만,

많은 것들은 또 내려놨죠..


결혼도 한 제가 이제 갈 일은

사회적으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아이를 키우며 그런 길이겠죠.


그러니 지금 가야 해야 해요.


아이가 없는 지금,

계속해 나이 먹는 게 익숙해지는 지금,

삶이 편안해진 지금,

모든 걸 다 가진 지금.


여유가 되지 못해서

도전할 수 없었던 그 도전을

지금 가장 젊은 이 순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도전할 수 있는 순간은

이 순간밖에 없을 거예요.


저는 지금 가야 해요.”


기회는 왔을 때 잡는 것.


그리고

기회를 잡아 주는 것은 늘 나 자신뿐이다.



나는 내게 그 기회를 잡아다 주기 위해

시댁을 설득할 내용을

머릿속에 하루 종일 그렸다


“둘이 괜찮다는데,

우리가 막아서 무엇 하겠나…”


미움받을까 걱정했던 순간들이 무색하게

시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흔쾌히 내 의견을 받아들여줬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가족 없이

혼자 캐나다 토론토에 자리 잡았다.


“어머니 아버지 잘 지내고 계세요?”


캐나다 워홀을 왔어도,

매주 시댁에 전화했다.


시부모님는 물론,

시할머니와 시고모에게도..



- 그럼 우리야 잘 지내지! 아픈 데는 없고?

“아유 그럼요! 끄떡없죠!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요?




- 우리 꿈뀨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는 거니?

“할머니! 고모! 너무 잘 먹어서 살이 쪄서 큰일인걸요?”




- 우리 꿈뀨가 너무 보고 싶네

“저도 어머니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어요

이제 반 왔어요. 곧 돌아갈게요.”




- 우리 꿈뀨, 할머니가 너무 사랑한다.

“저도요 할머니. 저도 할머니 사랑해요.”



우리 엄마도 나한테

보고싶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는데..


이걸 피 한 방울 안 섞인

시댁에서 듣고 있을 줄이야…


시댁의 사랑은

13시간의 시차도 막지 못했다.



- 꿈뀨야, 널 응원해

- 사랑한다, 우리 꿈뀨

- 보고 싶구나 우리 꿈뀨




가족이란 사랑을 몰랐던 나는,

한 남자를 만나 부부라는 연을 맺고,

그의 가족들을

내 가족으로 맞으며 배웠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시어머니의 한마디가 있다.


“꿈뀨야, 널 응원해.”



우리 부모님한테서도

못 들어본 말이었다.


내게 이 가족들을 선사해 준

인생 가장 소중한 남자에게

매번 감사하다.


“자기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고마워.


그댄 언제나

내 자랑, 내 사랑, 내 사람이야.”


아, 하늘은 내게 부모는 주지 않았어도

남편은 주었구나.


가족의 사랑이란 이런 거구나..


이걸 알려고 내가 여기까지 버텨왔나 봐..


참..







감사하다....




TO BE CONTINUED


tempImageEGBP1a.heic ↑캐나다 와서 외로움에 시달릴 때,어머님께 전화로 응원을 받았다


keyword
이전 18화가족이란? 발목 잡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