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을 감사하고, 내일을 기대해

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25]

by 꿈뀨

[25] 오늘을 감사하고, 내일을 기대해


살다 살다 별일이 다 있나.


캐나다 스타벅스 임원진들이

내 눈앞에 와 있다니…



“어서 오세요!”

크리스가 활짝 웃으며

임원진들을 반겼다.


아침부터 카페의 구석구석을

닦고 쓸던 크리스의 등이

한껏 긴장한 것이 보였다.


긴장한 크리스의 모습에

나 또한 덩달아 긴장됐다.


카페라떼를 만드는 내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우리의 임무는

임원진들이 와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일 계속하기.


아무렇지 않은 척

음료를 계속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퇴근하고 오시는 길인가요?”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계속해 손님들과 스몰톡을 하며

음료를 만들고, 내어주었다.



그때 한 여성 임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Hi”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에게 나도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꿈뀨? 인가요?”

임원이 앞치마에 꽂힌

내 이름표를 보고 물었다.


“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반가워요 꿈뀨, 난 제시카예요.

괜찮다면 질문 몇 가지만 해도 될까요?”


아..

올게 왔구먼…


하루종일 컴퓨터에만 앉아있는 사무직이

현장을 둘러보러 온다는 것은


현장 상황 점검 및

현장직들의 업무 태도를 보기 위해서가 크다.


나 또한 상품기획직 시절,

몇 안 되는 현장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땐,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현황을 파악했었다.



제시카가 나에게 질문을 하는 건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스타벅스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어요?”



“8개월 이제 조금 지났어요”


와.. 벌써 이렇게 시간이 됐구나..


제시카에게 말하고 나니

곧 한국에 돌아갈 때라는 게 와닿았다.



그리고 제시카에서 핵심질문이 나왔다.

“왜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거예요?”


만 25세,

4년 차 상품기획자.

사내인사평가 우수.


이게 내 커리어 타이틀이었다.


“와.. 꿈뀨님..!

진짜 어린데 벌써 4년 차예요?”


회사에선 내가 항상 막내였다.


“꿈뀨님은

본인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것 같아요.”


대학 졸업식 치르기 전부터

입사해서 열심히 커리어를 쌓아온

나 자신이 대견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나.. 상품기획자인데..

왜… 사무직으로만 일하고 있을까..?’


‘고객을 위한’ 상품을 만드는 것,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기획하는 것.


그게 내 직무

‘상품기획자’의 일이었다.


근데 실제로 나는 고객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오전 9시 사무실에 출근해서

오후 6시 퇴근할 때까지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뚜들기고,

팀원들과 ‘고객의 니즈’에 대해 토론하는 것뿐.


내가 만드는 상품을 쓰는

고객과는 만날 기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회사를 3번이나 옮겼지만,

그때마다 회사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다며

하는 업무는 다 똑같았다.


구글 설문지 돌리기.

설문 전화 돌리기.


이래서는 커리어적으로도

성장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만든 상품인데,

내 고객이 누군지도 모른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오빠, 나는 내 영역을 넓힐 거야.

한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


그래서 캐나다 워홀 갈 거야!

난 생활 영어에 강하니까!


그러면 영어를 잘한다는 것을

커리어 적으로 증명할 수 있겠지!”



“그래,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

남편은 이런 내 당찬 포부를 이해해 주었다.



“근데 사무직은 절대 안 할 거야!”


“엥.. 왜?”


“사무직은 고객을 만날 일이 적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나는 캐나다 가서

고객을 직접 만나고,

직접 영어로 소통하고,

그래서 내 고객을 내 두 눈으로 볼 거야!!”


스타벅스.


그래서 떠오른 게 ‘스타벅스’였다.



전 세계에 있는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아이덴티티는

고객친화적인 브랜드니까.


또, 워홀 가서

스타벅스에서 일했다고 하면,

사람들의 이해가 빠를 것 같았다.


스타벅스가 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캐나다 출국 전 목표는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스타벅스 매장으로 돌진.


점장을 찾아

정말 간절하다며

날 좀 뽑아달라고 요청한 결과,

그 자리에서 바로 면접 보고 합격해


캐나다 도착 44시간 만에

스타벅스에 일을 구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을

지금은 너무 사랑하고 있었다.


“Such an amazing story!”

제시카는 나의 얘기를 듣고

활짝 웃었다.


그리곤 크리스와 다시 얘기를 나누러

홀연히 사라졌다.


“꿈뀨!”


잠시 후 제시카가 나타났다.


“이걸 꼭 전해주고 싶네요.”

제시카가 나에게 조그마한 카드 하나를 건네주었다.


“다음에도 또 꿈뀨의 빛나는 에너지를 보고 싶네요.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제시카가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저야 말로 오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었어요”


제시카의 손을 꼬옥 잡고 흔들었다.


제시카와 나머지 스타벅스 임원진이

매장을 떠난 후

스태프룸에 들어와

제시카가 건네준 카드를 봤다.


‘인생 담을 공유해 줘서 고마워요.

꿈뀨는 참 밝은 빛 같은 사람이네요.

특히 고객친화적인 게 너무 맘에 들어요!

언제나 파이팅!’



몇 자 적인 조그마한 카드지만,

나는 이게 그렇게 의미 깊었다.


크리스가 내게 다가오더니

꼬옥 안아줬다.


“꿈뀨! 너 곧 있으면 한국 간다고 하니까

임원진들이 너 한국 안 가고 여기 있었으면 좋겠대.


다들 너 에너지 너무 좋대!


오늘 함께 해줘서, 고마워

YOU ARE THE BEST, MY FRIEND!”


크리스는 언제나 나를

My friend라고 칭해줬다.



나도 크리스를 꼬옥 안았다.


“아니, 크리스.

나야말로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마워”


일을 끝내고

숙소에 들어와 컴퓨터를 켰다.


워홀 초창기

네이버 블로그에 써왔던

글들을 쭉 읽어 보았다.


외로워서 울었다는 글..

스타벅스에 일 구한 후 울었다는 글..

스타벅스 근무 초기에 고생했다는 글..


그리고 스타벅스 근무 3개월 후,

워홀 와서 행복하다는 글까지..



‘아.. 나 많이 성장했구나…’

그 글들을 훑어보며

눈가가 젖어들었다.


‘나.. 잘 왔구나..’


내가 퇴사하고 오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경험들이었다.



‘이런 기회가

내 삶에 주어졌단 게

참… 감사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3개월.



‘이 3개월 동안

아낌없이, 후회 없이 잘 보내야지.’




그렇게 나는,

오늘을 감사하고

내일을 기대한다.


TO BE CONTINUED



tempImagehxyri1.heic 스타벅스 임원진에게 받은 메세지카드↑


keyword
이전 24화스타벅스 임원진 좀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