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음입니다.

by 이음

안녕하세요, 이음입니다. 수상 이후 처음 올리는 글이네요. 다름이 아니라, 출간 소식과 함께 출판사, 브런치 관계자 분들과 독자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해드리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수상 이후, 소식이 뜸하다 올리는 글이 겨우 출간 소식이라니 조금 염치없는 것 같아 머쓱하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랄게요.


작년 11월이었습니다. 수상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일 한 통을 받았었죠. 메일에는 축하한다는 말과 더불어 미팅 날짜, 논의해야 할 몇 가지 중요 계약 내용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제껏 서명에 이름만 적으면 되는 계약서들과 달리, 난생처음으로 약관을 읽고 각각의 조항을 따져 보고 액수와 비율과 산정기준을 고려해야 하는 '진짜' 계약서였죠. 익숙하지 않은 말들을 어려워하며, '계약'이라는 말이 주는 어떠한 격식에 초조해하며 저는 미팅 전날까지 붉게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장소는 연남동 근처 카페였습니다. 바람이 식어가는 계절, 가을이었어요. 늦지 않으려 일찍 준비한 탓에, 조금 이르게 도착해서는 차마 들어가지도 못하고 주위를 몇 바퀴씩 돌아다녔습니다. 누군가를 반기는 일이 썩 익숙지 못한 터라 그랬습니다. 선선하니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분들이 많았습니다. 근처에는 애견 동반이 가능한 카레 집도 있었고, 슈크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빵집도 있었죠. 테이크아웃 스테이크 집도 있었고,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드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리고 저는 그 날, 주택을 개조해 만든 세련된 카페에서 미팅을 했죠. 카페 이름도 '어쩌다 가게'였어요.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습니다.



브런치와 출판사 관계자 분들과 야외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먼저, 축하하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을 서로 나눠 받았어요. 야외 테이블인데, 춥진 않으시냐고도 물어봐 주시고. 저는 마냥 괜찮다고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저는 그때, '작가'라는 어색한 호칭을 꼬박꼬박 들으며 그 말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속으로 내심 기분이 좋으면서도 '그런 말 내가 들어도 괜찮을까.' 하는 모종의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어요. 저는 그 말을 당연한 '자격'이 아닌, 이제 겨우 글을 좀 쓰게 된 신인 작가에게 어떤 대우를 해주려는 '친절'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때문에, 그 말을 듣는데 종일 부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본격적으로 계약서를 살펴보며 몇 가지의 조항들과 액수, 산정(算定)과 같은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저는 그 말의 의미는 하나도 모른 채, 글에 대한 부담감만 표 내느라 바빴죠. 글도 글이지만, 계약에는 그보다 중요한 사항들도 있는 법인데 그랬습니다. 브런치 관계분께선 '꼼꼼히 보셔야 해요.'라고 옆에서 우려가 섞인 목소리로 친절히 설명해주시고, 출판사 측에서도 '오늘은 간단하게 말씀드릴 테니, 다음 미팅 때까지 자세히 보고 오세요'라고 배려를 해주셨죠. 그럼에도, 저는 다음 미팅에까지 글에 대한 부담만 표하느라 바빴습니다. 정작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괜찮다'라는 말로 일축해버렸죠. 정말 감사하고, 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문장이 좋아요. 하나 글에 관한 부담감은 당연한 부분이고 이제부터 계속해서 가져가야 할 것이니, 일단은 다른 부분에 집중하는 게 좋습니다."


편집자분의 이 말을 듣고, 제가 괜한 엄살을 부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담은 버리거나 단숨에 소화해야 할 게 아닌, 정면에서 응시하고 성실하게 대해야 할 대상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후에 몇 번의 미팅이 더 있었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글을 계속 써 내려갔습니다. 출간을 곧 앞두고 그동안 주고받은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참 새삼스러웠어요. 계절과 계절 사이에 오고 간 위로와 격려의 말이. 몇 가지의 단어와 문장들이 고맙고 또 기특하더라고요.


엄살이지만, 글을 쓰는 내내 괴로웠습니다. 말 앞에서 자주 머뭇거리고, 주저했습니다. 그리고 그 글 위를 동행해주고, 제 무대 위로 불리어 온 죄송하고 감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죄송한 마음으로 줄곧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제 힘든 말이, 누군가에게 쉬운 편견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그럼에도 가리지 못한 미숙함이 글 곳곳에 드러난다면 모두 제 책임일 겁니다. 더욱 소중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출판사와 브런치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덕분에 감사하게도,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이 기억들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겁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언제나 빤한 말처럼 들리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감사하다고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마도 책은 6월 첫 주에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행운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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