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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Jul 11. 2022

D-21. 기필코 행복해지지 않으려면

D.R.I.V.E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한 사막에는 길이 없습니다. 설령 길이 있다 하더라도 돌아보면 어느덧 모래바람에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의 사막도 마찬가지입니다. 길 하나 없는 그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존재가치와 소명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사막을 건널 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점심때 중국음식점에 가면 잠시동안이긴 하지만 늘상 딜레마에 빠진다. 내가 주문한 음식이 막상 나오면 옆 테이블 음식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힐끗 눈이 간다. 그러고는 저 메뉴를 시켰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하곤 한다. 공원 잔디밭에 가면 다른 사람이 앉은 자리의 잔디는 언제나 풍성해 보인다. 반면 내 앞의 잔디는 듬성듬성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사실은 저편 잔디에 앉아 있는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중국음식점 옆 테이블 손님과 자꾸만 눈이 마주치는 이유도 그 손님 또한 내가 시킨 메뉴가 더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잣대를 버려둔 채 타인이나 사회에서 제시하는 세상의 잣대를 무작정 쫓을 때가 많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다가 세상의 잣대와 기준에 자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면 크나큰 좌절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우리는 남들에게서 행복을 찾고 자신의 것과 비교하며 그 행복을 확인하고자 한다. 가족보다는 멀리 있는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고, 아직 갖지 못한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늘 남의 화려한 장미 정원에 시선을 빼앗기고 정작 자신의 방 앞 작은 창가에 피어 있는 장미의 아름다움은 알지 못한다.  

    

프랑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프랑수아 를로르는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 필요한 4가지를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1. 가까운 사람들과 누리는 좋은 관계

2.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

3. 사물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

4.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     


그리고 그가 덧붙인 행복을 놓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서로 비교하는 것’이다.      


와튼스쿨의 조나 버거 교수는 하버드대 재학생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했다. “연봉이 5만 달러인 직업과 연봉 10만 달러인 직업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였다. 물어보나마나 한 질문이지만, 질문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2만5천 달러를 받을 때 5만 달러를 받는 것과 모두가 20만 달러를 받을 때 혼자만 10만 달러를 받는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냐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대다수의 하버드 학생들은 5만 달러를 받는 조건을 선택했다. 조나버거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하버드 학생들은 남들보다 우위에 서는 것을 중시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손해임을 알면서도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쪽을 선택했다.”      



이 결과는 비단 하버드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남을 의식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사회시스템과 맞닿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나’는 항상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하며, 더 많은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추구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는 그 목표를 달성해도 금세 질려버리게 되고,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또 다른 것을 얻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달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남보다 내가 조금 나으면 금세 자기 교만에 빠지고, 남이 나보다 조금 나으면 자기 비하에 빠지고 만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저자 알렝 드 보통은 뚜껑을 열고 페라리를 몰고 가는 이들을 보면 부러워하기보다 불쌍히 여기라고 말한다. 그런 사람일수록 약점과 콤플렉스를 감추려 더 멋지게 보이고자 할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돈이 많다고 밥을 네 끼, 다섯 끼 먹는 것도 아니다. 돈이 많다고 여름에 명품 옷을 겹겹이 껴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발을 두세 개 신을 수도 없고, 더 빨리 가기 위해 자신만의 전용 고속도로를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1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다면 누가 훔쳐 갈까 겁나서 몸에 걸치고 다닐 수도 없다.      

부자가 안 돼서 인생이 힘든 게 아니다. 비교 자체가 인생을 힘들게 한다. 아무 문제 없이 단란한 가족과 함께 잘살고 있었는데도, 오랜만에 나간 고교 동창회에서 명품 핸드백을 들고나온 친구를 보면 그냥 우울해진다. 값비싼 외제 승용차를 몰고 나타난 친구에 대해 얘기할때면, 학창 시절 반드시 나보다 공부를 훨씬 못하고 골치아픈 말썽꾸러기였어야만 한다.     


일전에 태국으로 혼자 여행을 갔을 때 도처에 너무나 많은 불교 사원들이 있어서 놀랐다. 사원들의 수가 많은 것도 그랬지만, 더 놀라운 건 사원의 지붕들이 하나같이 화려한 금으로 치장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중 진짜 금으로 만든 사원은 그중 오직 하나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인즉슨, 나머지 사원의 첨탑과 지붕은 모두 진짜 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석은 진흙을 묻혀도 보석이고, 황금은 먼지가 쌓여도 황금이다. 그러나 돌들은 금빛을 칠해서 은쟁반에 올려놔도 그저 돌일 뿐이다.      


마크 주커버그나 워렌 버핏같은 부자는 매일 같은 티셔츠만 입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의 본질은 그럴듯해 보이는 옷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자가 진짜 자유인이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할 때 우리는 행복할 수도 없고 자신에게 만족할 수도 없다. 평가의 주체가 아닌 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평가를 받는 대상자는 항상 긴장하고, 눈치를 살피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운명이다. 그것은 곧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평가하는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삶이다.

그러기에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의지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삶의 주인임을 포기하게 된다. 대신 타인이 우리 삶의 주인이 된다. 우리의 가치와 행복이 남의 시선과 평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남이 자신을 인정하고 좋게 생각할 때만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훌륭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장롱 뒤쪽에 저급한 나무를 쓰지 않는다. 우리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자신만의 가치이고, 그 존재를 어설프게 정의하고자 하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그 가치는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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