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가족사진

어머니 의식 잃으신 지 8년 후

by 황교진



수미가 둘째를 낳고나서 우리 가족 함께 모여 새로운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7년 전에 어머니와 함께 찍었던 모습으로 구도를 정해서, 엄마가 앉아 계셨던 자리에 수미가 앉고 수미의 자리엔 성품 좋고 든든한 매제가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무릎엔 우리 가족의 사랑스런 귀염둥이로 태어나 한껏 재롱을 부리고 있는 엄마의 첫 외손녀 서영이가 있고 수미의 품에는 생후 27일이 된 건강하고 예쁜 둘째 공주님이 살짝 찡찡대며 안겨 있습니다.^^*

아마도 오랜 세월 누워계시면서 가족들 걱정이 가장 크시겠지만, 우리 가족들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식구들도 늘어서 남부럽지 않은 모습으로 잘 살고 있답니다. 아프신 엄마를 돌보면서 집안을 정돈하고 어머니의 빈 공간을 메워 온 저의 청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의 사랑을 알 수 있게 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섬기셨던 많은 모습을 우리가 서로 나누어 지면서 지난 긴 세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빠르게 지나온 것만 같습니다. 돌아보면 모두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고 때에 따라 사람과 물질을 보내 주셔서 불행하기보다는 기쁨과 위로의 순간이 참 많았음을 기억합니다.
어머니의 세심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우리 가족이 쓰러지지 않고 각자의 삶에서 부러움과 열등감 없이 우뚝 서 나갈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것 잘 아시죠?

우리 가족이 이렇게 외적으로 달라지고 내면으로도 성숙하게 변화해 간 모습을 어머니께서 일어나셔서 직접 보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금 늦었지만 사위에게 씨암탉도 잡아 주시고 외손녀들도 안아 주시며 행복해하시는 어머니 얼굴을 뵐 수 있다면 저는 이 땅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는 아들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긴 터널의 고난에 들어갔던 세월은 온통 찬란한 빛으로 바뀌겠지요?
어머니를 간호하며 아무런 원망 없이 사랑만 가지고 견뎌온 저의 삶은 지금도 큰 기쁨과 행복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제게 가족을 돌볼 수 있는 많은 시간을 주시고 깊이 생각하며 마음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다시 이보다 더 늘어난 가족들과 함께 훨씬 더 행복한 모습의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날이 오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 언제나 소중한 당신에게 늘 받기만 한 하나뿐인 아들, 교진.

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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