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의식을 잃기 보름 전에 찍은 소망의 선물
우리 집 거실 벽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찍었을 때가 바로 어머님이 쓰러지시기 보름 전 이었어요(1997년 11월 초).
보름 후에 어머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20년간 의식 회복없이 누워계실 줄 상상도 못하고 우리 네 식구 너무나 단란하고 건강한 모습입니다.
처음 가족사진을 찍자고 의견이 나온 뒤로 이 사진을 찍는 데 무려 2년이 걸렸습니다.
적은 4식구 모이기가 그렇게 어려울 줄이야.
제가 시간이 되면 동생이 안 되고, 동생이 되면 제가 안 되고..
둘이서 번갈아가며 속을 썩인 후, 겨우 모여 찍은 사진이 이렇게 귀한 보배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 가족사진이라도 남겨두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 상실감이 남았을 겁니다. 큰 일이 있을 것을 앞두고 미리 가족사진을 찍게 해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병실에 계셨을 때 작은 가족사진을 액자에 넣어 어머니 머리맡에 걸어두었습니다. 지금 그 작은 가족사진은 시집 간 동생의 집에 걸려 있습니다.
울트라교진은 부모님 중 누구를 더 닮았을까요?
전 그 질문에 부모님 얼굴 중 못생긴 부분만 골라서 빼닮았다고 대답합니다. 쌍꺼풀이 크게 두 겹이나 되는 예쁜 엄마 눈을 안 닮고 날카로운 아버지 눈을 닮았습니다. 황코라는 별명까지 있는 오똑한 친가 쪽 코를 안 닮고 평면적인 외가 쪽 코를 닮았습니다.
거기다 입은 양쪽 합쳐 놓은 것처럼 너무 커서 사진 찍을 때 잘 안 웃는 경향이 있습니다.^^*
(헐리웃의 줄리아 로버츠, 노홍철, 봉태규처럼 입 큰 배우가 인기리에 활동하는 거 보면 마음이 흐뭇합니다.)
어머니는 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아들 나중에 눈썹과 코를 수술시켜 준다고 장난스레 얘기하곤 하셨습니다. 숱댕이 눈썹과 오똑한 코 만들어서 인물 나게 해 줄 거라고..
어머니 팔과 어깨 관절을 풀어드리는 운동을 시켜 드릴 때, 가끔 눈빛이 맑으셔서 제 얘기를 들으실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감지되는 시점이 있습니다.
"근데, 저 언제 숱댕이 눈썹 만들어 주실 건가요? 엄마!" 하고 물으면 어머니는 입가에 쓰윽~ 미소를 지어 제게 환한 얼굴을 보여 주십니다.
(코는 바라지 않아도 눈썹은 은근 바라고 있습니다.
여름에 땀 흐르면 눈 안으로 직빵이라 람보처럼 머리띠를 자주 두르곤 합니다. 멋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썹 구조상.. 흐흐^^)
위의 가족사진에 나온 제 얼굴은 눈썹이 그런대로 진해 보이죠? 사진을 찍던 그 날, 머리와 옷단장하는 코너에 앉아 어머니께서 펜슬을 잡고 웃으시며 제 옅은 눈썹을 숯댕이 눈썹으로 그려주셨습니다.
제 얼굴에 펜슬로 닿던 어머니의 그 손길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하지만 믿습니다.
이 험한 세상이 아닌, 하나님의 거처에서 우리 가족은 위의 사진보다 훨씬 더 행복한 모습으로, 지극히 크고 영원한 영광을 가진 얼굴로 다시 사진을 찍을 것이니까요.
2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