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견딘다는 것
새벽에 귀가해 잠깐 자고 일어나 아내가 차려준
닭죽을 맛나게 먹고 어머니 병원에 왔다.
환절기마다 어머니는 항생제를 맞아야 낫는
고열과 잦은 가래가 따르는데
잘 견디고 계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병원에서 어머니 주민등록상 생일이었다고
물티슈, 각티슈를 3개씩 선물해 주셨다.
병간호에 많이 쓰이는 소모품은 보호자 부담이라
이런 배려는 감동 충만이다.
오늘 아내가 싸준 푸짐한 버터 감자 요리는
간병인 분들께 인기 만점이었다.
48년생 어머니는 만으로 마흔아홉인 97년부터
햇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만큼의 세월을
하나뿐인 아들과 사랑의 시간으로
보내고 계신다.
내가 책임져야 할 숱한 고통을 맷집으로
이기고 있는 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치유도 하나님의 선물이지만,
맷집도 하나님이 주시는 큰 복이다.
오히려 맷집이 더 소중한 선물일 수 있다.
이 좋은 가을 주말, 나는 병원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독특하고 특별하게
돌보아 드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귀가하면 아내 외출시키고,
두 아들과 일주일 내내 얼굴도 제대로 못 본
보상으로 과격한 놀이를 할 계획이다.
이제 아이들의 터닝메카드 변신 퍼포먼스를
실화로 착각해 주고
조막만 한 주먹에서 나오는 레이저빔에
맞아 죽는 연기를 머릿속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두 아이언맨 아들의 악당으로 변신한 뒤
현관에 들어갈 것이다.
어머니 병원에서 나는 천사 아들로 통하지만
욘석들에게 나는 다윗에게 죽는
골리앗이 되어야 하니...^^
201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