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야 할, 나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
월요일 밤, 어머니 병원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오늘 알레르기 비염이 도져 연신 재채기에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내 컨디션이 안 좋았다. 게다가 어머니는 머리에 압박붕대를 감고 계셨다. 간호사 설명으로는 머리에 혹이 생겨 제거하고 감아두었다지만 왜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머리카락을 깎다가 베인 상처일 수도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떠올리지도 말고 빨리 새 피부가 덮이길 바라는 수밖에.
간호를 시작하려고 보니 왼쪽 손가락에 찌른 수액바늘이 잘못돼 이불이 다 젖어 있었다. 내가 옆에서 세심하게 간호할 때는 일어나지 않는 일들을 여럿 보게 되니, 오늘 스트레스는 더 쌓인다. 어머니 얼굴도 고통을 참고 있는 표정이 담겨 있다. 난 편안한 얼굴로 비염의 고통을 참고 하나하나 해결해 갔다. 평면기저귀로 젖은 시트를 덮고 관절 운동부터 시작해 얼굴부터 발까지 청결 문제를 해결하고 치료를 마쳤다.
꼼짝 못하는 환자가 어머니일 때 간호에 필요한 에너지는 타인일 때보다 더 든다. 통증을 같이 느끼기 때문이다. 얇아진 팔을 비누로 씻기다 보면 이 팔로 나를 안고 키워주셨던 생각이 떠올라 통증이 생기고, 치실로 이를 닦다 보면 많이 못 드시고 나를 먹이시던 그 사랑이 떠올라 통증이 일어난다. 중환자인 가족을 간호할 때는 체력과 함께 통증을 참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오늘 저녁 시간에 오길 다행이다. 내가 해야 할, 나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많았다. 이런 불안정성에 대한 괴로움보다 해결할 일이 많은 시간대에 내 에너지가 투입된 게 다행스럽다.
병원비는 못 냈다. 돈 얘기 하기 싫은데 그동안 공급받은 수많은 은혜에도 불구하고 돈 문제는 늘 낯설고 어렵다. 월 수입에서 병원비 지불하면 기초생활수급자에도 못 미치는 돈만 남아도 망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래도 이번 달은 어찌 될지 답답하다.
집에 돌아가 뜨거운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알레르기 비염이 좀 가라앉으면 원고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어머니 간호 마치고 몸에 걱정과 긴장이 좀 빠져나간 날이 일에 집중이 좀 잘 된다.
2014.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