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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Feb 12. 2018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웃음코드는 좋았다, 시리즈의 힘은 글쎄...



김명민의 독보적인 연기력이 빛난 <하얀거탑 리마스터드>를 보고 기대감을 가지고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을 보았다. 은행 업무를 다녀와 머리가 묵직했던 터라 가볍게 웃고 기분 전환할 필요가 있었고, 2018년 롯데시네마 VIP 관람권으로 무료입장의 혜택도 받았다. 호평을 할 준비가 충만했지만 아쉬웠다.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본 게 2011년이니 7년이 흘렀다. 난 조선명탐정이 시리즈로 기획해 갈 줄 예상하지 못했다. 1편이 본 시리즈처럼 캐릭터의 힘이 강력하게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2편, 사라진 놉의 딸은 극장을 찾지 않았다. 연기본좌 김명민의 <하얀거탑>에 반했다면 2편도 찾아볼 수 있었겠지만, 나는 3편 상영 중인 지금 리마스터드 버전을 보고 그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한마디로 김민(김명민, 자신이 조선 최고의 명민한 머리라고 한 대사는 그의 본명을 의식한 아재개그일까)과 서필(오달수)의 케미는 최고다. 한국 영화에 이처럼 츤데레 관계를 재밌게 표현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여배우 1편 한지민, 2편 이연희에 이어 3편 김지원은 훨씬 비중이 높고 신비로웠다. 김지원의 미모가 영화 곳곳에서 빛났고 이야기 전체를 이끌었다. 기품 있는 대사도 유머러스한 대사도 잘 쳐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천녀유혼의 왕조현이 죽는 듯한 애처로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민기의 뱀파이어 포스는 그 자체로 따로 영화를 찍어도 좋을 만큼 강력했다. 김민과 서필은 여러 장면에서 큰 웃음을 주어 관객들이 자주 빵 터졌다. 그럼에도 아쉬웠다. 이유가 뭘까?


잘 만든 전설의 고향의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뱀파이어를 한국 고전식으로 해석해 내는 데도 힘이 모자랐다. 김민이 여주에게 월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러브라인을 이루는 듯한 이야기도 디테일이 좀 어정쩡했다. 뜬금없이 아버지와 얽힌 얘기로 소급되고 식상한 위치에서의 전개는 너무 뻔하게 예상이 됐다. 기존의 한국 영화들과 차별점이 있었지만 좀 더 강력한 스릴러다움이 없어 김 빠진 사이다 먹는 기분이다. 마지막에 존비의 한자 풀이로 김민의 유쾌함을 잘 전달했지만, 4편 예고는 이 아쉬움을 극복해 갈까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


무겁고 난폭한 소재의 한국 영화가 좀 더 확 가벼워지거나 명확해졌으면 좋겠다. <레지던트 이블>처럼 잡탕 장르이면서 시리즈를 거듭하며 팬층을 확보해 가려면 정교한 액션과 스케일의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관객은 웃으면서도 스릴러의 힘을 원한다. 다음 이야기가 예상되는 시나리오로 유머만 뽑아낸다면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명탐정이 뚝심 있게 3편까지 진행해 온 데 대한 김민과 서필의 콤비력에 응원하는 마음이다. 여배우는 역시 중요하다.


별 다섯 중 세 개

시리즈를 이어갈 힘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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