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의 평안과 포근함은 사시사철 함께 있는 것
오늘 휴가다. 덕분에 크리스마스를 교회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보냈고 늦은 시간까지 장년 마을 가정모임을 하고 귀가했다.
예년이라면 성탄 이브와 상관없이 금토 중에 어머니 병원에 다녀왔을 터이나 휴가인 오늘로 미뤘다.
88년 고3 때 선지원후시험제도의 학력고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다가 자정 무렵 TV에서 전영록이 특유의 나긋한 음색으로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부르는 장면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크리스마스구나,라고 읊조렸다. 캐럴도 아니고 이매진에서 성탄 특유의 평안을 느끼다니 왜일까.
28년이 지난 오늘, 그런 "성탄 특유의 평안"을 느낀 기억을 억지로 찾아보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많은 책임과 인생의 짐을 지고 들뜬 분위기와는 다른 어머니 간호를 평화롭게 해내려는 분투함이 내 속에 가득하니 전투하러 떠나는 군인의 심정이다.
어머니는 최근 금식을 많이 하셨는지 근육은 거의 사라져 앙상해진 팔다리가 가슴 아프게 했다. 조심스레 씻겨드리고 각질을 제거한 후 기저귀 안 악취들도 나만의 스킨십과 방법으로 없앴다. 오늘따라 오랜 환자 특유의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을 확인하고 난 우울하기보다 오늘 내가 온 것이 다행이라고 감사한 마음으로 전환했다. 늘 문제가 보이는 날에 내가 온 것이 신기하고 그 타이밍의 절묘함만으로 주님이 함께하신다는 평안을 얻는다.
나의 성탄절 특유의 평안과 포근함은 사시사철 함께 있는 거란 생각을 해본다. 타이밍과 오래 견딤만으로 내 영혼에는 캐럴이 울리고 천사들 축하의 덕담이 샘솟는다. 겨울비가 내리지만 우울함보다 경쾌함으로 몸에 힘을 불어넣고 병원을 나선다. 11월 병원비도 무사히 납부했다. 이렇게 한 해를 보내고 2017년에 어머니를 만날 것이다.
2016.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