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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관한 세 가지 관찰

영화 돈, 버닝썬 사태, 이희진 사건이 쏘아 올린 큰 돈의 의미

by 황교진

어제 하루 돈에 관한 세 가지 관찰을 했다.


1, 영화 <돈> - 번호표는 사람을 죽이고 회사를 방화하며 주식 장난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주식 장난의 하수인이 되어 점점 압박감을 느낀 조일현이 물었다. 번호표, 당신은 그 많은 돈을 벌어 어디에 쓰냐고. 그가 한 말은 "재밌으니까"이다. 재미로 게임 클릭하듯이 돈을 벌어 계속 게임하듯이 생명을 자기 욕망의 도구로 취급한다. 여기서 돈은 '재미로 포장한 욕망의 독'이다.


2. 그것이 알고 싶다 <버닝썬> - 주일을 앞두고 너무 늦은 시간에 편성된 방송이라 잘 안보는 편인데 11시 넘어 시작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봤다. 버닝썬 발대식인 승리 생일파티에 쓰인 돈이 6억. 1억 만수르 세트의 호화 테이블에 오는 부자들, 마약과 성폭행, 미성년자 출입, 경찰도 돈으로 매수하고 대만에서 삼합회 조직까지 온다는 그 클럽. 대한민국 강남이 얼마나 어두운 곳인지를 소돔과 고모라 그 이상임을 보여 준다. 인생의 3가지 불행이라는 초년 성공, 중년 상처, 노년 빈곤에서 초년 성공의 불행을 톡톡히 증명시켜 준다. 빅뱅 멤버 한 사람이 1년에 벌어들이는 음악 관련 수입만 50억이라고 하니, 부동산 임대 수입까지 합한 고수익으로 어떻게 오버 안 하고 정도껏 살겠는가. 여기서 돈은 '불행으로 가는 지옥'이다.

3. 주식 부자 이희진 사건 - 새벽에 깨어 잠이 안 왔다. 요즘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느라 수면 리듬이 완전히 깨진 탓이다. 이렇게 일하면서 내 수입은 작은 출판사 월급의 70%도 안 된다. ASMR의 도움을 받을까 하여 유튜브를 켰다. 이희진이라는 인물을 조명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나와서 궁금해서 보았다. 거짓 흙수저 마케팅, 과도한 재산 자랑, 팩트 불명의 장외주식을 홈쇼핑하듯이 사라고 설득, 나는 부자다 너희도 나처럼 되어라, 하는 일종의 돈교 교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다 남의 인생도 자기 인생도 망치고 끔찍하게도 부모까지 살해당했다. 노후자금에 자녀 결혼자금까지 그가 추천한 주식에 부은 사람들의 욕망은 또 뭔가. 빨리 그리고 쉽게 돈을 벌려는 그 욕망은 리스크를 생각지 않게 한다. 여기서 돈은 '삶을 도살하는 악취 나는 칼'이다.


한국 교회는 성경에 나오는 돈에 대한 경고들을 무시하고 번영, 번성, 축복을 강조하다가 지독하게 병들었다. 예수의 산상설교(마 5:1~12)와 평지설교(눅 6:17~26)에서 "너희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요"의 가난을 마음(심령)에만 국한시켜 버렸다. 그러나 여기서 '가난한 자'는 경제적인 가난도 말씀하고 계심을 명심해야 한다. 부자가 천국에 갈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를 가볍게 여긴 대가는 말할 수 없이 큰 재난으로 와 있다. 김학의 등 추악한 문제를 일으킨 뉴스의 중심인물 중에 부자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내가 마음 편할 만한 통장을 가져본 적 없는, '항상 마이너스 인생'이라서 부정적이고 비약적일 수 있지만, 우리 시대는 독이며 지옥이며 똥인 과도한 돈에 중독되어 있다. 여기서 치료제는 건강한 관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까운 가족 안에서 말과 삶이 일치하는 사랑, 그리고 진실한 친구와의 우정, 거기서 미니멀 라이프의 단출해 보여도 효과 명확한 해독제가 들어 있지 않을까. 돈만 바라보다 독만 섭취하고 타인과 자기를 모두 해치는 똥이 되는 것을 재미 혹은 축복이라 말하는 '위독한 돈츠비'의 끝단을 보면서도 다들 '나도 한번 가져보았으면' 한다. 도대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비천하다는 불안과 위기의식은 누가 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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