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랑의 손길이 가기를 바라는 마음
휴일이면 더 일해야 한다는 부담과 긴장이 아무 일도 못하게 만드는 무력감을 일으켜 오전을 거의 잠으로 보냈다. 바쁜 날보다 좀 느지막이 병원에 도착해 방금 간호를 마쳤다.
주말과 주일에 가족을 위한 시간을 빼놓려고 금요일 저녁에 병간호를 하다가 주말 쉬는 시간에 컨디션이 안 좋아져 아이들과 놀아주지를 못해, 월요일 저녁을 간호 시간으로 바꾼 지 몇 년 됐다. 최근에는 나와 친절하게 대화가 되는 간병사님이 근무하시는 때에 맞추어 월, 화 중에 어머니 봬러 온다.
일은 능숙하게 하시는데 불친절한 간병사님의 근무 시간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내가 기를 세우며 압도하려 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고개를 숙이고 속앓이를 겪고 있다. 다툰 적이 없는데 내가 인사해도 의도적으로 못 본 척 무시하시는 간병사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피하여 내원하는 편을 택했다. 눈치 볼 필요가 없어도 이런 긴 간호의 세월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저 웃고 숙이며 조심스러워하는 게 지혜임을 안다. 나도 편안하게 대화하며 이 시간을 보내는 게 마음이 덜 무겁고.
지난주 내가 기도해드린 옆 베드에서 투병 중인 K아주머니의 보호자 남편이 오셨다. K아주머니가 나보다 한 살 어리셔서 남편은 거의 나와 비슷한 연배로 보인다. 오늘 남편 분이 지난주 기도해 주어 고맙단 말을 아내가 전해달라며 먼저 말을 건네주셨다. 집이 이천이고 딸 둘이 있는데 열 살과 여섯 살이라고 한다. 나도 안양이 집이고 아들 둘이 아홉 살과 다섯 살이라고 소개했다.
그 외에 서로 환자 이력에 대해선 묻거나 하지 않았다. 동일한 많은 질문에 대답해 온 이야기는 서로 꺼내지 않는 게 오랜 고수들의 공통점이다. 다음에 김병년 목사님 책을 이분께 드리고 싶어 졌다. 어린 딸 둘을 키우며 중병의 아내를 돌보는 지금, 얼마나 힘드실까. K아주머니께 각종 수다를 풀고 가셨다.
오늘 어머니 손톱을 깎아드리고 여러 가지 일을 마쳤다. 내 책을 간호 데스크에 맡기며 물리치료사 선생님께 드리도록 부탁했다. 한 분의 젊은 간호사님은 내가 책을 낸 줄 몰랐다며 깜짝 놀라셨고, 한 분은 내 책을 알고 있었는데 저자가 나인 줄은 몰랐다고 하신다. <어머니는 소풍 중>은 2004년에 출간하여 만천 부 갓 넘겼는데 은근히 알아봐 주시니 고맙다. 사실 내가 알려지는 것보다 내 책으로 어머니께 더 사랑의 손길이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고.맙.다!
201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