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함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다
월요일부터 늘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종각에 나왔다. 이전 회사의 아래층 헬스장이 리모델링하면서 5월까지의 운동 기한을 7월 23일로 연장해 주어 운동과 샤워를 할 수 있고, 책 읽고 탐방하기 좋은 종로서적도 가까이 있다.
커피숍부터 왔다. 선물 받은 쿠폰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주문하여 3층에서 노트북 켜고 쉬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하는 가장이어서 쉬기보다는 인력시장에 나가 막일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어제 아내가 교회 선교바자회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물건들을 사겠다며 현금 있으면 달라는 데 짜증을 내고 말았다. 몇 달째 내가 백수인 걸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필요한 것도 아닌 물건들을 꼭 우리가 사야 하냐고. 좋은 목적의 바자회인데도 후원금과 적은 수의 강의로 살면서 쌓인 불안과 긴장이 짜증으로 터진 것이다.
지난주에 어머니 병원비를 내면서 언제 이 지출이 끝나게 될지 막막하기만 했다. 기쁨으로 자족함으로 산다는 게 쉽지가 않다. 마흔 이후를 사는 사람들 기도 제목을 들어보면 거의 돈 문제와 연결된다. 나도 내 주변도 돈과 연결되지 않는 기도가 별로 없다. 결혼하면서 시작한 대출 인생에 그 마이너스는 계속 늘어만 간다. 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편집자로 생활하면서 이제는 빚을 벗어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영화 대사는 돈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다가 중병을 얻으신 어머님과 등록금 제대로 못 내며 눈치 보면서 고등학교 다닌 시절의 상처로 내게 쉬이 다가오지 않는다. 큰아이가 열한 살이 되면서 내가 십 대 때 겪은 소심함, 우울함 등의 결핍을 경험하게 될까 많이 두렵다.
이 불안의 문제, 가난의 문제가 마음에 쌓이지만, 내 정신이 가벼워지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로 있어 주기 힘들 것이다. 오늘 할 일을 하자. 오랜 세월 중환자인 어머니 병간호하면서도 난 오늘 할 일에 집중하며 막막한 세월을 버텼다. 내 문제를 해결해 준 사람이 없었고 가족과 친척 안에서는 더 외롭고 절박했다. 그래도 하루하루 내가 할 일을 놓치지 않고 해낸 것에 의미가 있다.
부디 마음을 가볍게 하고 불안을 떨구자. 내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놓여 있을 때는 주님께 의존하는 친밀감을 높여야 한다. 몸을 관리하고 정신을 관리해야 하나님의 일하심을 목도할 수 있다. 운동하고 서점에서 힘을 낼 만한 책 좀 찾아보고 내가 쓴 글들을 정리하기로 한 목표를 조금씩 완성해서 탈출구와 숨구멍을 찾아야 한다.
종각에서 어머님이 20년 이상 고단하게 일하신 광장시장이 멀지 않다. 며칠 전에 그 앞을 지나면서 가슴이 아렸다. 왜 하루도 쉬지 않고 그렇게 오래도록 고단하게 밤샘 장사를 하셨을까? 자식 때문이다. 아이 둘에 대한 책임감이 당신이 갖고 싶은 쉼을 포기시켰다. 가장이 되어 나도 자식 둘을 키우다 보니 아이들을 위해 내가 오늘 참아야 할 것만 떠오른다. 세상에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그냥 견디는 거지. 가슴 뛰는 일 못하고 살더라도 아이들을 웃게 해 줄 수 있다면 그 얼굴 보며 가슴 뛰면 그만이지.
2017.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