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중년 우울 07화

일상의 회복탄력성

가장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함으로써

by 황교진


TV를 켜니 로그아웃증후근이란 말이 나온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 상태로 번아웃증후근 근사치의 말이다.
요즘 내가 그렇다.
심지어 출근해서 업무 컴퓨터 로그인한 지 한참 지나도 내 몸은 로그아웃에서 빠져나올 줄 모른다. 그저께 오후 반차 내고 마취하고 치과치료받은 뒤 어제 하루 종일 몸이 멍한 상태였다.

집에 아이들과 아내가 없고 차도 없는 주말, 어머니 병원 가서 돌봐드려야 하는 일정 앞에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겨우 일어나 라면 먹고 간호 도구들 소독하고 챙겨 날씨 풀렸지만 한파로 느껴지는 심리를 누르고 지하철과 버스로 병원에 왔다. 부천 성주산 언덕길 어머니 병원을 보며 그제야 몸이 로그인된다.

내가 오지 않았다면 문제였을 피부 청결, 치아의 이물질 제거, 아내가 준 달팽이크림으로 얼굴 관리, 손발의 각질 제거, 조심스러운 손톱 깎기 등 다 마치고나니 불가능한 짐을 극복해 낸 성취감도 조금 들었다. 어머니 온기가 느껴지는 손을 잡고 기도하고 눈을 뜨니 살짝 웃으시는 입꼬리도 보여 주셨다.

원무과에 미리 전화해 두고 12월 병원비를 결제했다. 돈, 시간, 에너지 많이 들어가도 많은 일들 중에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한 이 시간을 아름다움으로 여기며 위로한다. 이것이 내 일상의 회복탄력성이기도 하다.

201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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