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중년 우울 08화

세 번 재발한 결핵 치료를 마치고

어머니 인격에 대한 최선의 사랑

by 황교진



순천향병원에서의 치료는 일주일로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 친형님처럼 따뜻하게 배려해주신 주치의 김태형 선생님의 애정과 조언이 크게 다가왔다.

하나님 어디 계시냐고 잔뜩 투정하려던 입이 하루 만에 쑥 들어갔고 업무에 잘 집중할 수 있었다. 까딱하면 내 영혼의 암흑기일 수 있는 기간이었으나 일상적으로 넘어가는 간단한 치료 과정으로 승화시킨 데 선생님의 위로와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한 주간 한남동에 어머니를 모시면서 내 의지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어머님이 마지막 순간에 거쳐야 할 폐렴과 욕창 등의 과정을 열어드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두 가지 외에도 청결과 물리치료로 병세 악화를 최선으로 막아왔지만, 이제 연세가 예순다섯이 된 어머니 인생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믿음으로 맡긴다는 것의 정의를 돌아볼 때가 온 것이다. (김태형 선생님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했다. 선생님 말씀에 내가 전격적으로 설득됐다.)

한숨도 제대로 못 자고 지나오다 오늘 아침 서울 순천향병원에서 부천 가은병원으로 옮길 준비를 서두르며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쾌활하게 과정을 단순화시켰다. 내가 병실에서 세세하게 어머니 피부를 확인하고 씻겨드린다든지 하진 않았고, 힘 조절을 하며 앰뷸런스를 탔다. 두 곳의 병원비와 간병비 등으로 거의 한 달치 월급을 지불했지만 하나님의 채우심을 믿는다.

정말 결정적인 순간은 가은병원에서 어머니를 맡을 주치의 선생님께 내 뜻을 전달할 때다.

앞으로 폐렴 등이 왔을 때 소극적인 치료를 부탁드렸다. 기본 이상의 항생제 투여 시 연락해 상의하기로 했고,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 시에 시행하지 않기로 서약했다.

침이 꼴깍 넘어가며 기운이 쭉 빠지는 건 넘어서야 할 부분이다. 내 몸은 여전히 동의하지 않은 패러다임 대전환이지만, 마흔아홉부터 꼼짝없이 투병 중이신 어머니 인격에 대해 내가 보살펴드릴 최선의 사랑으로 수용해야 할 지점이다.

솔직히 지금이라도 어머니를 고칠 수 있다면 나는 그쪽으로 당연히 달려갈 것이다. 그 오랜 고통 속에 지금 내가 어머니께 해드릴 최선과 최고의 사랑은 아이들과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것이다.
내가 좀 더 하나님을 믿고 어머니를 병원 시스템에 완전히 맡기지 못하는 데 대해 아내가 둘째 출산 후 많이 힘들어해 온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랜 고통에 해결점을 다 아는 듯이 어머니를 직접 치료하고 위생적으로 돌봐드리려 의료용구를 소독해 병원으로 달려간 지난 8년, 그리고 그 이전에 내 청춘을 다 쏟아부은 집에서의 8년이 물거품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좀 비약이지만, 그건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됐다고 그녀의 왕자를 향한 사랑이 사라졌다는 해석과 진배없다.

지난 며칠간 너무 많은 긴장감으로 입안이 헐고 땀이 흐르고 식욕도 없어졌다. 문득 어젯밤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모든 세팅이 끝나고 부천역으로 왔을 때야 알았다.
역사에서 우동 한 그릇 사 먹었다. 값싼 게 맛나기까지 하니 기분이 나아졌다. 지하철에서 환승요금으로 찍혀 또 기분이 좋아졌다.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기쁨에 몇 백 원 아끼는 것이 들어있는 걸 보면 병원비 낼 때 내가 아까움 없이 지불하는 건 진짜 은혜란 생각이 든다.

이제 집 정리 마치고 처가에 있는 아이들과 아내 데리러 상주로 간다. 나는 어머니도 아내와 아이들도 동일하게 사랑한다. 지금도 모든 생명이 귀하다는 마음은 변함없다. 커가는 아이들과 오랜 투병으로 함께해 온 어머니 사이에서 새로운 사랑법을 실천하게 됐다고 믿는다.

고통의 해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주되심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이다. 모든 과정과 결말까지 믿음의 영역 안에 두어야 하고 내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더 할 수 있지만 절제함으로써 더 사랑하는 지경으로 들어왔다. 위로가 필요한 내 마음에 하나님은 어떤 단비를 내려주실지 기대하며 걸어가자.

201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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