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중년 우울 10화

메르스 사태의 고통 2

병원 문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는 안타까움

by 황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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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가 계속되지만 의료진들과 간병인들은 출퇴근하고 있기에
병원 측에 사정하면 들여보내 주지 않을까 했지만
정중한 부탁 조로 통제하는데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정부는 아는가.
의식 없이 꼼짝 못 하시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19년째 돌봐온 아들이 겪는 이 단절감과 고통을.

7월 말까지 통제라면 한 달 이상 내가 간호를 못하므로

욕창이 생길 확률 100퍼센트다.

나는 우리 아들 목욕시킬 때
비닐장갑 끼고 스프레이 뿌리며 하지 않는다.
내 살보다 소중히 다룬다.
내가 스물일곱 살이던 그해부터 어머니를 집에서 8년 동안 간호할 때
갓 태어난 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총각이었지만, 많이 아프게 태어나 세심하게 돌보고

사랑과 관심이 계속 들어가야 하는 딸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누가 환자를 그런 가족의 심정으로 다룰 수 있을까.
가족의 깊은 사랑과 지혜가 부어지지 않으면 누워 있는 피부는 상하게 마련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의식 없는 식물인간이 고운 얼굴로 누워 있으면
비현실적인 장면에 어이없는 헛웃음만 나온다.


하루에도 몇 분씩 임종하는 노인병원에서
나이 쉰부터 식물상태가 되신 1948년생 어머니는 젊은 환자에 속한다.
일흔, 여든 넘으신 분들과 한 병실에서
하늘이 불러주길 기다리는 중환자로 하루하루 지내시는 것을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각하면, 나는 일상이 너무 괴롭다.


20대, 30대를 그렇게 보내면서 에세이를 내고
뒤늦게 기업체에 취직하고 출판편집자로 살며
결혼하고 아들 둘 낳고 너무나 행복하겠단 소리 자주 듣는다.
내 인생의 고통은 끝난 게 아니라는 설명을 할 필요는 없어서 그저 웃었다.
왜 표정이 어둡냐는 얘기 들으면, 당신들이 왜 내 안면 근육까지 지정들하시냐고
속으로 욱 하지만 쿨하게 웃고 말았다.


오늘 병원 입구에서 젊은 의료진과 간호조무사들이
마스크 쓰고 신중하게 통제하는 모습에 비극적 아픔을 느꼈다.
임종 환자 가족만 일부 들여보낸다고 설명해 주었다.
살아 있어도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모자 관계로 만든 메르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 겨냥해 레이저 광선 눈빛을 날리고 싶다.
그래 봐야 무엇하랴.
허공만 바라보며 돌아올 수밖에.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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