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20년에 다다르며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긴 어머니
어제 어머니 병원에서 급한 전화가 와서 외근 마치고 달려가 보았다.
중환자실에서 5층 일반병실로 환경이 바뀐 뒤 3주 동안 계속 열이 나고 내장 기관에 염증이 퍼져서 위험하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병실에 가서 어머니 모습을 살폈다. 나는 어머니 입안의 상태만 봐도 얼마나 힘드신지 그대로 느껴진다. 혈관이 잡히지 않아 허벅지 안쪽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켰고 피가 많이 나와 압박시켜 두었다. 숨소리도 고르지 않고 얼굴도 창백하셨다.
급히 오느라 간호 도구를 챙기지 못했기 때문에 석션해 드리고 손 잡고 기도만 했다.
담당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살펴보니 가스가 차 있는 복부가 계속 나아지지 않고 있고, 항생제와 관장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장 기관이 기능을 멈춘 것 같고 이대로 계속되면 내장 기관이 부패할 수 있다고...
욕창이나 폐렴의 문제로 돌아가시는 상황이 대부분인데 이 두 가지 문제를 간병의 경험과 능력으로 잘 감당해 오다가 처음으로 어머니 장에 문제가 생긴 일 앞에서 눈앞이 캄캄했다. 20년 동안 병원 침대에서 코 튜브로 들어가는 경관식만 주입받아 오셨으니 장 기관이 지금까지 잘 활동한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어떻게 할까?
의사 선생님께 먼저 여쭤 보았다.
"고통을 많이 받는 상태인가요?"
선생님은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대학병원에 옮겨서 적극적인 치료를 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단 오랜 기간 큰 탈 없이 계시던 중환자실로 다시 옮겨주실 수 있는지 부탁했는데 현재는 자리가 없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통이 없게 해 달라는 기도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무기력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마음이 압박을 느끼고 절망의 강철 사슬에 꽁꽁 묶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밖에는...
저녁 약속이 돼 있는 출판계 선배님을 만나 참치회를 먹었다. 내가 먹자고 강권하여 대접했다. 힘을 내야 하고 이 과정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음식과 대화로라도 위로받고 싶었다.
귀가해서 아내에게 잠깐 병원에 다녀온 얘기를 하고 기도를 부탁했다.
오늘 퇴근 후에 병원에 가려다가 내일로 미뤘다.
아무리 내 몸이 힘들고 일이 많아도 꼭 어머니께 달려갔는데, 일단 오늘 하루는 숨을 고르기로 했다.
돈을 버는 광야,
돈이 안 벌리는 광야,
건강해도 사는 것 자체가 광야,
중병에 걸려서 하루하루 견디는 광야,
모든 세상과 시간이 광야로 보인다.
지금껏 우리 모자를 버티게 해 준 건 그 광야 신학이다.
아무도 없고, 아무 힘도 없고, 조용히 바람소리, 내 숨소리 들으며 묵상하고, 그분의 뜻을 구하며 한 걸음씩 옮겨온 광야에서 오늘도 무거운 마음 다스리며 내게 맡겨진 일을 한다.
출근하면서부터 미소 짓고 인사하고 농담도 하면서 일 얘기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은 내려놓았다. 하나님 앞에서 울고 사람들 앞에서는 웃을 수 있는 게 광야 신학을 가진 신앙의 힘이다.
점심때 회사 1층에서 운동도 했다. 오래간만에 땀을 흘리고 공복으로 몸을 비워낸 후 고통도 좀 비워지기를 바라며 오후 업무 중이다. 어머니는 지금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나를 폐허로 만들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다. 이 자체로 주님의 은혜다.
가눌 수 없는 슬픔에도 일상을 살게 하시는 주님의 힘센 팔만 의지한다.
201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