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어머니께 행해지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한 날
1.
주치의 선생님은 어머니 연명치료가 매우 고통스러울 거라고 했다.
난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계속 받으시는 엄마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린 내용은, 내게는 몹시 어려운 얘기였다.
기본 피딩 음식인 죽 공급만 유지하기로 하고 항생제 투약 등 적극적 치료는 중단하기로 했다.
선생님은 2년쯤 견딘 보호자들이 하는 결정을 하지 않고, 어떻게 20년이나 묵묵히 감당해 왔냐며 위로하셨지만 내 마음에는 어떤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병실 입구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어머니 얼굴은 몹시 힘든 표정이었고 내가 귓가에 속삭여 드린 내용을 모두 알아들으신 듯 눈을 깜빡이셨다.
오늘은 석션 한 차례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방에 의료기구와 간호용품 준비해 왔지만 꺼내지 못했다.
병원 로비에서 친구 김대현 약사에게 전화했다.
우리 모자의 지난 20년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친구 목소리가 들리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가 이제 치료하지 말라고 했어.
병원에 왔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돌아가. 흑흑.
목소리가 안 나올 만큼 펑펑 울었다.
이제 기다리는 것 외엔 할 일이 없다. 식욕도 없고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이 순간 계속 눈물만 난다.
2.
어머니 병원에서 나와 가까운 바닷가를 알아보다가 시화나래휴게소에 왔다.
사과 반 쪽 외엔 먹은 게 없는데 물조차 마시고 싶지 않다. 바닷바람을 쐬니 조금 차분해졌다.
죽음을 곁에 두고 묵상해 오며 내게 별 욕심이 없지만 삶에 대한 깊은 동기도 없다는 걸 보게 된다.
이 땅에서 장수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것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왜 하나님을 믿는지 모르겠다.
이 땅의 삶이 책임만 있고 고통을 통과하는 과정만 있을 때 눈을 들어 하늘을 보게 된다.
갈매기 울음소리, 서늘한 바람에 잔잔한 파도소리 들으며 조용히 묵상해도 인생은 참 슬프고 어렵단 생각만 든다.
3.
시화달전망대 들렀다가 차 몰고 온 장경리해변.
지도에 나오는 대로 찍고 처음 와봤다.
갈매기가 사람보다 나아 보인다.
2017.05.16
그 후 심각한 우울증세가 찾아왔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대로 바로 하늘로 가실 거라는 주치의 소견과 달리 어머니는 이후 4개월을 더 견디셨다. 포도당과 진통제 등의 소극적인 처치만 받으면서도 4개월을 이겨내시는 어머니 곁에서, 난 내가 가진 자부심이 모두 소멸되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는 내게 사람들 앞에 내세울 만한 특출난 자부심이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야만 사람다워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