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믿음의 상관관계

잠시의 여유도 허락할 수 없었던 병간호

by 황교진

어제 예배 마치고 집에 도착해 아내가 해준 냉면 먹고 쓰러지듯 잤다.


이른 5시에 일어나 반신욕을 하고 긴장을 풀어야 할 만큼 월요일 병간호는 긴장과 고단함의 바위를 넘어야 한다. 거대한 바위 앞에서 부화한 병아리 얄리처럼 날아 오를 일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초등 2학년 아들을 학교 앞에 내려주고 병원에 운전해 오는데 <황정민의 FM 대행진>에서 패널로 나온 기자로부터 국가 신용이 좋아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도대체 서민인 내 피부에 닿는 온도와 뉴스에서 발표되는 수치는 왜 그리 다를까.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주가가 대폭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얘길 자주 듣는데 어떤 요인들 때문일까.

책 편집과 글, 강의로 생계를 꾸려가는 나와 특별한 연관은 없지만 뭔가 접촉점이 될 만한 뉴스에는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아침 음악 방송에서 돈에 대한 관심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니 인간을 물질 뒤로 두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빠진다. 위치를 바로잡는 데 책 만한 것이 또 있을까.

어머니 병원이 있는 부천 성주산에 도착해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게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몸이 천근만근이어도 병원 도착 즉시 병실로 바로 들어가 상태를 점검하고 간호를 시작했다. 오늘은 매점에서 음료수와 빵으로 기운 좀 차리고 들어간다. 이 정도 마음에 여유를 허락한 게 올해부터다.

긴장과 믿음의 상관관계가 있다. '맡김'의 의존성이 곧 믿음이라면 긴장은 반비례해야 당연하다.
그런데 삶이란 게 꼭 그렇지 않다.
나는 애굽의 열 가지 재앙 중 마지막 장자의 재앙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바르고 그날 밤 장자의 죽음이 피해 가리란 믿음으로 두 다리 쭉 뻗고 긴장 없이 푹 잔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19년째 어머니 간호를 하면서 밤에 두 다리 쭉 뻗어본 적이 없다. 간호 시작할 타이밍에 매점에서 빵과 음료를 먹고 병실에 들어간다는 건 내게 대단한 결단을 요하는 일이다.

병실 창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온다. 창 앞에 서 있는 짙은 초록의 나무에서 여름이 성큼 와 있는 것이 보인다. 환자에겐 봄 여름이 가을 겨울보다 낫다. 가을 겨울에 항생제를 맞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긴 세월에 나침반이 되어 주신 성경 말씀 따라 오늘도 반나절의 땀과 노동을 마치고 병원을 나선다. 하나님이 부르셔도 감사하고, 평안하게 대면하여 땀 흘릴 수 있는 시간을 주셔도 감사하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만 틈타지 않기를 빈다.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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