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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Jun 28. 2019

드라마 봄밤

현실 멜로라지만, 넘어야 할 산은 욕망의 이기심


학교 이사장 아들이며 은행 과장으로 일하는 오랜 남친 기석과 헤어지고, 미혼부 약사 지호(정해인)를 사랑하기로 한 정인(한지민). 이사장이 운영하는 학교의 교장인 아버지께 불려 간다.
꿇어앉아 있다(왜 다 큰 딸을 꿇어 앉히고 딸의 인생과 결혼을 좌지우지하려는지 여기서부터 눈살 찌푸려진다).


아버지: 그만한 조건이 어딨어? 왜 결혼 못하겠다는 거야? 아비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정인: 행복하지 않아요. 언니처럼 아버지가 원하는 식의 결혼은...
(언니는 치과원장과 결혼해 가족들 모르게 이혼을 결심한 상태이며 동생들은 자기처럼 살지 말라고 함.)

아버지: 그럼 어떤 사람을 만나야 행복한데?!

정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요.

아버지: 쳇! 이게 무슨 소리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라. 니가 지금 제정신인지.

정인: 진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볼까요?


드라마 봄밤, 나는 정인과 지호의 심리를 좇으며 이런 장면에서 같이 숨이 막힌다.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정인이 시원하다. 그리고 아직도 이런 아버지들, 어머니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조건을 얻으려 하고, 조건을 향해 뛰고, 조건 조건 하다가 정작 마음이 따뜻한 삶은 얻지 못하고 차가운 관계에서 신음하다 가는 인생. 여전히 그 조건에 목숨 거는 사람들.

조건과 계급으로 사람을 구분 짓는 그들에게 봄밤은 오지 않는다. 영원한 겨울의 얼음 속이다.

2019.06.20 처음 본방사수








수목극 1위에 오른 드라마 <봄밤>을 보다가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 어쩌다 이 멜로드라마가 스릴러 공포물이 되고 있을까.


이 드라마의 제일 큰 어른은 은행 과장 권기석의 아버지인 수영재단 이사장 권영국(김창완)이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괴물 캐릭터다. 자기 아들과 헤어지겠다는 정인의 뒷조사를 하며 몰카를 찍어 아들에게 보내기까지 한다. 재력을 가지고 있고, 사돈이 될 정인의 아버지 이태학 교장의 은퇴 후를 쥐락펴락할 권력자다. 이런 미친 아버지 아래에서 인정 욕구만 가득한 권기석은 승부욕만 지니고 있다. 별 볼 일 없는 집안에 애까지 딸린 약사인 대학 후배 지호에게 여친을 뺏긴다는 생각에 몸서리친다. 오랜 연인에 대한 마음보다 자신이 밀렸다는 것에 안절부절못한다. 그는 사랑보다 자존심이 중요하다.


봄밤의 심각한 발암 덩어리는 세 딸의 아버지 수영고의 교장 이태학(송승환)이다. 그는 아버지가 아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첫째 서인이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고도 치과원장인 사위와 계속 살라고 한다. 원래 결혼생활은 그런 거라며 말도 안 되는 말로 가해자 사위 앞에서 피해자인 자기 딸을 타이른다. 은퇴 후 자기 인생을 정인의 결혼에 두고 사돈 집안이 될 수영재단에 들어가려는 목적뿐이다. 심지어 서인이 이혼하면 정인의 혼사에 문제가 생길까 봐 자신이 나서서 결혼 날짜를 서둘러 잡으려 한다.


정인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더 만나지 못하겠다고 하자, 아비를 봐서 그냥 참고 결혼해달라고 한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딸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안위와 명예욕만 득실득실하다.

딸이 남편의 폭력에 괴롭고 불행하다는데 그냥 참고 살라고 하는 아빠. 도저히 힘들어서 연애를 이어가지 못하겠다는데 결혼 날짜부터 잡자는 아빠. 헤어지겠다는 딸에게 "아빠 아직 활동할 수 있어. 그러니 니가 아빠를 위해 결혼을 희생해" 이런 뜻을 전달하는 아빠.


<봄밤>이 지호와 정인의 예쁜 데이트 장면과 음악으로 멜로임을 커버하려고 해도 시청하다가 느끼는 섬뜩한 공포감은 하드고어 스릴러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승부욕, 명예욕, 자식을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을 상승시키려는 불통 괴물 아빠, 돈과 권력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어른. 이런 요소가 현실 멜로를 표방한 <봄밤>의 감정선을 벼랑 아래로 날개 없이 추락시키고 있다. 물론 이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고 해도 멜로드라마에서 그 극단을 보고 있으니 현기증을 느낀다.


<봄밤>에서 시청자 마음을 대변해 주는 사람은 그나마 정인 엄마와 막내 재인이다. 두 사람 안 나왔다면 드라마 보다가 숨 막혀 꺼버렸을 것이다. 딸의 편에 서는 엄마, 언니를 지지해 주는 동생, 공시생인 지호의 친구, 이런 주변 인물들의 대사와 지호와 정인의 알콩달콩, 알싸한 데이트 장면이 이 드라마를 살렸다. 그리고 음악이 좋다.

아무튼 어른이 문제다. 어른이!!!

현실 멜로라지만 왜 이런 이기적 어른이...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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