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었으면 하는 현실

고통의 온도는 뜨겁고 생계의 온도는 차갑다

by 황교진




긴장을 하면 정신이 바짝 차려지는 때가 있는 반면, 갑자기 급 졸음이 밀려올 때가 있는데 오늘은 어머니 병간호하러 가는 운전 길부터 계속 졸음이 밀려왔다.
1997년 11월 27일 새벽에 의식을 잃고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시는 어머니를 앰뷸런스에 태우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급하게 뇌 수술을 한 구의동 혜민병원에서 하루 세 번 중환자실 면회를 했는데 2개월간 나는 면회 시간을 제하고 거의 가수면 상태였다. 너무나 많은 긴장과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가 오니 몸이 계속 잠 속에 들어가는 거다. 요즘 그때처럼 계속 잠이 밀려온다. 충격적인 소식이 계속 벌어지는 이 사회에서 강한 멘탈로 사는 게 가능하려면 나밖에 생각 안 하고 사는 인간만 가능할 것이다.


보통 어머니 병간호를 반나절 정도 하고 나면 정신이 깨는데 오늘은 계속 어디 누울 곳을 찾아 꿈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내가 처한 이 현실이 모두 꿈이었으면 좋겠고, 긴 잠에서 깨어나면 좀 다른 세상이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다행히 어머니는 평소 컨디션을 유지하고 계셨고, 나는 입추가 다 되어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때에 베개를 인터넷에서 싸게 산 메밀베개로 바꿔드렸다. 더울 때 시원하게 바꿔드렸어야 했는데...


다른 월요일은 사무실 도착시간을 당기려고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댄 후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바로 버스 타고 사무실로 가는데 오늘은 집에 들어가 밥을 챙겨 먹었다. 아내가 아이들과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어린 두 아들은 아내의 신앙 교육으로 주기도문과 십계명을 술술 외운다. 그 모습을 보니 미소가 지어진다.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세상을 살게 해줄까.


강남역 부근의 사무실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헬스장으로 직행해 운동부터 했다. 최근 스트레스 때문인지 몸무게가 살짝 늘었는데 러닝과 웨이트를 마치니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신도 맑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살 만한 것도 같지만, 몸 안의 기능이 나아져도 몸 밖의 세상이 절망과 탄식의 한숨뿐이라 가슴이 무겁다. 이럴 때 돈을 벌기 위한 책보다 세상이 나아지도록 하는 책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단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해야 하고, 가장으로서 필요를 공급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사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책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싶고...
누가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자고 전화라도 걸어줬으면 좋겠다.

201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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