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순간의 시간들이 합쳐져

작은 희망이 생기면 큰 평화도 올 것이다

by 황교진

폭우가 쏟아지는 출근길, 퇴근 후 어머니 간호 일정 때문에 자차로 운전하는 아침부터 심상치 않은 날씨에 장시간의 차 막힘을 뚫어야 했다. 하루 종일 무거운 몸으로 지치는 업무를 마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날에 폭염이 밀려왔다.


일이 많아서 지치기보다 내가 생계로 삼고 있는 출판의 현실과 미래가 캄캄하여 지친다. 근무하는 회사에도 빛이 보이지 않는 무거운 분위기라 독자들의 큰 호응이 기대되는 두꺼운 책 한 권을 마쳤는데도 성취감보다 사막 한가운데를 걷는 갈증만 더해진다.

퇴근 후 어머니 병원에 왔다. 깜빡하고 아내가 마련해준 어머니 베개를 집에 두고 오고 말았다. 다음 주는 여름휴가에 교회 수련회 기간이라 금요일에 간호하러 올 때 가져오기로 하고 간호에만 집중했다. 뉴스에는 산사태로 인명 피해 소식과 사당과 강남이 침수되어 차량이 물에 잠긴 재해 보도가 나오는데, 우리 모자는 날마다 재해라고 할 수 있는데도 평화롭다.

간호 마칠 무렵 어머니가 입을 크게 벌리고 주무시면 무척 평안하단 신호다. 오늘 그러셨다. 아들이 하루 종일 기운 없이 보내다 왔다는 걸 아시고 위로해 주시려는 것일까.

우리 모자는 이렇게 평안과 평화의 일상을 시작으로 한 주를 열었다.
내일은 현실과 미래의 어둠을 덮을 수 있는, 열심과 의욕이 회복되리라 기대한다. 그렇게 치열한 매 순간의 시간들이 합쳐져 작은 희망이 생기면 큰 평화도 다가올 것이다.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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