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보호자 면회가 허락되다
메르스 사태로 근 한 달 만에 어머니 병실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면서 남 모르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얼마나 힘든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병원에 들어갈 수 없어도
오늘 부분적으로라도 들어갈 수 있게 된 것도
가슴에 놓인 바위의 무게는 똑같이 무겁다.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게에 짓눌려
오후 5시 30분까지
보호자 면회 시간이란 안내문자를 받고도
오후 2시까지 몸져누워 있었다.
잠을 자두어 머리를 가볍게 하고 싶었지만
대입 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처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표정 없는 얼굴로 짐을 챙겼다.
또 한 달 이상 못 봴지 모르니
간병에 필요한 소모품인
크리넥스 티슈, 물 티슈, 폴리 글러브 등을
가득 챙겨서 병원으로 운전했다.
내 뒤에선 언제나
아내와 아이들의 허전한 눈빛이 있고,
내 속에는 언제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립감이 있다.
병원 입구에서 방문객 일지를 작성하고
팔을 벌려 전신을 스프레이로 소독받았다.
마스크를 지급받고 손을 소독하고는
30분을 허락받아 병실로 향했다.
내 가슴엔 중병이라는 감옥에서 싸워야 할
전투 의지가 채워지고 있었다.
3주 동안 내가 곁에 없던 사이
엄마는 살이 빠져 뼈가 앙상해 보였지만
엉덩이는 다행히 욕창 없이 깨끗했다.
표정도 편해 보였다.
뺨에 보이는 작은 멍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유익하다는 판단에
서둘러서 해야 할 일을 시작했다.
호흡이 시원하게 석션하고,
손톱, 발톱을 정리하고,
눈, 귀, 얼굴 전체를 닦고,
손가락과 엉덩이 등 약한 피부를
따뜻한 물로 씻기는 동안
시간은 한 시간을 넘어섰다.
친절한 간호사님은
정문에서 내 면회 시간 초과를 통보받았지만
내가 마칠 때까지 배려해 주셨다.
준비해 간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땀을 쭉 뺐다.
시간 때문에 물리치료와
몇 가지는 생략했지만,
잘 계신 것을 보아 감사한 맘이다.
원무과에 들러 5월 병원비를 결재하고
매점에 들러 환자용 칫솔 등
몇 가지 물품을 교체해 드린 뒤
평소처럼 손잡고 기도했다.
마음이 가볍기도 하고
더 무겁기도 하다.
건강하게 살아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 모자는 긴 시간을 특별한 관계로
견디고 또 견디며 부르시는 날까지
감내해야 한다.
정문에서 출입증을 반납하고
역곡 홈플러스에 와서 아이스커피 한잔 마시며
이 글을 쓴다.
시원하기보다 무겁다.
늘 무겁기만 한 삶을 가볍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의존성을 연습한다.
믿음은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혼자서 경험한 대로 해결해 가는 것으로는
외롭고 괴롭기만 한 인생이다.
우리 모자는 하나님께 맡기고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닌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고후 5:1)이 있는 줄
바라고 바라보지 않으면
이 무너진 장막집에서는 생존할 기력이 없다.
201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