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간호에 적당함은 없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가장 고통스런 심정

by 황교진



5월 말에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 외엔 의미가 없는 독한 투약을 끊기로 한 뒤 매일 혼란과 어둠의 시간과 분투하고 있다. 어머니는 6월 초에 가쁜 숨을 쉬셨지만 8월 말을 향하는 지금 마지막 체력으로 견디고 계신다.

튜브에 넣어드리는 경관식 죽과 상처가 곪지 않도록 하는 항생제 투여 외에는 혈액검사도 하지 않는데 시간은 이렇게 흐르고 오늘은 7월 병원비를 납부했다.
위생 케어를 절제하다가 최근에는 관장과 피부의 심한 각질만큼은 내가 다시 관리하고 있다.

오늘은 표정이 다른 날보다 안 좋으셨다. 무덥던 공기가 서늘하게 바뀌니 가래가 많아졌고 다른 중환자들도 비슷해 간병인은 몹시 지쳐 계셨다. 엄마가 또 입술을 깨무셨는지 입에 거즈를 물려 놓았고 침을 심하게 흘리셨다. 한눈에 어떻게 하면 편안한 얼굴로 호전시킬 수 있는지 다 보이는데 지나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폴리라인에 소변이 많이 새는 문제가 있었고 배변도 힘이 없어 밀어내지 못해 항문이 막혀 있었다. 귀 청소는 의료행위라 아무도 손을 대지 않으니 내가 갈 때마다 꼬박꼬박 면봉으로 살짝 청소하고 따듯한 물에 적신 거즈로 마사지하듯 닦아냈다. 얼굴도 맑게 닦고 목줄도 레빈튜브 고정 테이프도 모두 교체했다. 아, 눈에 보이는 걸 어떻게 무시할 수 있을까. 마감 직전의 웹툰 작가에게 그림의 완성이라는 게 없듯이 중환자 간호는 적당한 끝이 없다. 일이 아닌 가족이고 사랑하니까 더 그렇다.

엄마는 얼굴도 손도 바뀌니 표정이 편안해지셨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해지거나 개운해지지는 않는다. 이 시간은 내가 무엇인가 하더라도 괴롭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더 괴롭다. 함께 지고 가는 아픔은 익숙함이란 게 없고 낯설수록 그동안 해온 경험이 더 성숙해야 한다는 고민에 도달한다. 그래서 기도밖에는 내가 기대할 게 없는 사막 한복판에서 서늘한 바람 한 점만 불어와 달라는 심정으로 기도하고 손 사진 찍고 병실을 나선다.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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