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김현숙 선생님

나를 사랑해 주신 삼성의료원 소화재활과 교수님

by 황교진





사랑하는 김현숙 선생님,

이렇게 이름이라도 불러봐야 제 먹먹한 가슴이 조금이나마 잠잠해질 것 같습니다.

지난주일 예배 마치고 아기를 데리고 선생님을 뵈러 가려 했습니다.

예배 마치고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는 안내 음성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스치는 생각에 아내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눈 후 월요일 아침 병원에 전화를 걸어보고 나서, 선생님께서 두 달 전에 소천하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저는 정말 무심하고 못 된 사람입니다.

선생님의 깊은 관심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조문도 못하고 이렇게 하나님 품으로 가시다니요.


진작 연락을 하고 상황을 파악했더라면...

아무리 바빠도 병문안과 조문을 했어야 했는데...


선생님 핸드폰으로만 대화를 나누다가 결국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네요.

그동안 선생님이 보내 주신 메일을 쭈욱 읽어보았습니다.

가슴이 찢어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이 메일이 선생님 가족에게 전달이 될까요?

병실에서 만났던 선생님 가족을 만나 뵙고 그리운 선생님 얼굴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저의 무심함을 용서하세요.


그리고 부디 지금은 편히 하나님의 품에서 남은 가족을 위해 선생님이 하고 싶으셨던 선교사역을 위해 마음 써주시리라 믿습니다.

훗날 천국에서 선생님을 뵙게 된다면 저의 무심함에 대해 꼭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리운 선생님,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신 참 좋으신 누님.

이렇게 보고픈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평안히 쉬소서.


- 삼성의료원 교수 메일, 개인 메일로 전송했지만 반송되고 만 편지







김현숙 선생님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재활의학과 교수님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진료하시다가 위암을 진단받고 투병하셨다. 병을 이겨낼 무렵 안식년으로 캐나다에서 쉬시는 중에 내 홈페이지를 알게 되어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하시며 메일로 교제를 나누었다.

안식년 마친 후 다시 진료를 시작하시면서 2004년 5월에 첫 만남을 가졌다. 두 달 뒤에 내 책이 나왔을 때 얼마나 많은 응원을 해주셨는지 모른다.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부터, 집에서 어머니 간호에만 신경을 쓰고 살던 나를 격려하며 기도해 주셨고, 어머니 병원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힘써 주셨다. 2004년 초에 어머니를 화곡동의 요양시설로 모시고 난 뒤 문제가 생겨 괴로워할 때 경기도 이천의 병원으로 이원하도록 애써 주셨다.

(특히 어머니가 요양병원 감염으로 결핵 판정을 받았을 때 순천향병원 김태형 선생님을 소개해 주신 분이 김현숙 선생님이다. 2005년 여름 당시는 병원을 옮겨 치료받지 못하다가 2009년 여름에 어머니 결핵이 재발해 눈앞이 캄캄했을 때 누가회 김경철 선생님 통해 그제야 김태형 선생님을 어머니 주치의로 만났다.)

그리고 나의 취업과 결혼 등 인생의 새로운 문이 열릴 때마다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뻐해 주셨다.


선생님이 암 재발로 다시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되었을 때 자주 뵈었어야 했는데, 병문안을 몇 차례 못한 것이 내내 후회가 된다. 아픈 마음으로 선생님이 내게 보내 주신 메일 몇 통을 남긴다.

2008.05.27







"형제님 글 읽으면서 모세를 생각했어요.

이스라엘 백성들은 인도하기 전까지 하나님 앞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앞으로 과연 어떻게 쓰일까 참 답답하고 막막하고 그랬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하나님은 똑똑하고 능력 있는 자가 아니라

인내하며 그분을 바라는 자를 쓰시는 분이니

형제님의 지금 기간이 광야 같겠지만

하나님 안에서 멋지게 펼치실 앞날을 기대합니다." - 2004년 3월



"교진 형제 반가워요. 이제는 로그인해야만 글을 쓸 수 있나 봐요.

저도 책 주문했는데 아직 안 오고 있어서 기다리고 있어요.

모세의 광야 훈련이 서서히 끝나고 있는 것 축하해요." - 2004년 7월



“드디어 형제님 책을 샀어요.

저희 기독 동문회와 이웃들에게 책 소개하고 있어요.

형제님 책 나오니 내가 책 낸 것처럼 기쁘고 감사하고 하네요.

역시 예상했던 대로 많이 바빠지시고 드디어 광야 시대가 끝나는 것 같네요.

앞으로의 사역들을 기대합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 2004년 8월



“교진 형제님 오랜만이에요.

엊그제 인터넷으로 책 주문하니 전에는 하루 이틀 만에 배송되었는데

이제는 재고 확인해야 한다고 시일이 며칠 걸리더군요.

아마 찍어놓은 책이 다 팔려서가 아닐까 혼자 생각하고 흐뭇해했는데. 맞죠?

추석 연휴에 몸조심하시고 먹는 것 신경 써서 드세요.

아무래도 자매가 옆에서 챙겨줘야 할 부분인 것 같은데 별로 도움을 줄 방법이 없네요.

저는 추석 때 딸 보러 잠시 출타해서 미리 추석 인사드려요.” - 2004년 9월



“교진 형제 잘 지내지요?

기도 부탁하려구요.

병원 정기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종양이 나왔어요.

정밀검사를 하라고 해서 오늘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나왔어요.

갑상선 암으로요.

암 중에서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유두상암이지만 암은 암이어서

다음 주 목요일에 수술 날짜를 잡았어요.

수요일에 입원하구요.

여러 번, 더 큰 것도 해봐서 별로 걱정이 되지는 않구요

마음도 평안한데 감사는 안 나오네요.

그래도 감사해야죠.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서 수술부위가 커서 목 쪽을 다 드러내야 할 수도 있고

후에 방사선 치료를 할 수도 있는데 방사선 치료는 많이 힘든데요.

(위암 수술 후 받아봐서 이것만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빨리 발견하게 해주셨으니 가능하면 갑상선만 도려내고

방사선 치료도 안 하는 쪽으로 인도해주시면 좋겠어요.

남들은 평생에 한 번 하기도 어려운 경험을 몇 번이나 겪었는데

(딸을 낳을 때 중환자실 한 달 있었고 죽다 살았구요, 위암 수술했었고)

그래도 저는 훈련이 많이 필요한가 봐요.

수술을 조금 걱정되고 많이 귀찮을 것 같고,

수술 후유증이 크다고 해서 그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먼저 수술받은 저희 병원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생각보다는 많이 힘들지 않나 봐요.

(수술부위 커지지 않고 방사선 치료 안 하면)

수술 과정과 이후의 치료 과정 중에 함께하시는 하나님 잘 깨닫고

하나님 많이 경험하고 순종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스도의 향기가 드러나게 기도해 주세요.

남편도 더 많이 힘들어하는데

기도 부탁드려요.” - 2004년 10월



“교진 형제,

저는 무사히 수술 잘 끝내고 종양이 임파선까지는 전이가 안 되었지만

주위 조직까지 진행되어서 12월 10일에 방사성 동위 원소 치료를 받기로 했어요.

3박 4일간.

수술 후 큰 통증 없이, 합병증 없이 잘 회복되고 있구요.

기도 감사해요.

무엇보다도 하나님 사람들의 기도가 큰 힘이 되네요.

오늘 키르기스스탄에 선교사로 가 있는 선배 부부가 문병을 왔었어요.

잠깐 한국에 방문했다가 제 소식을 들었다고.

두 분 다 소아과 의사(제 선배, 후배 부부)로

남편은 삼성병원에서 저와 같이 근무하셨거든요.

그 선배에게 너무 귀한 이야기를 들어서 교진 형제와 나누려구요.

선교사님은 키르기스의 시골에서 병원 진료와 의과대학 학생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과 만나고 있는데

어느 학생이 모임은 사모하는데 차비가 없어서 3시간을 걸어와서 모임에 참석한데요.

버스비가 우리나라 돈으로 150원.

이 선교사님이 너무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 마음이 귀하다고 하나님이 참으라고 하시는데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게 참 힘들다고 하더군요.

고난 가운데에서 하늘에서 동아줄이 짠 하고 내려오지 않을 때

참 힘들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했는데

하나님의 그런 마음이 있으셨네요.

교진 형제 홈페이지의 진솔한 글들 읽으면서 형제님께도

하나님이 그런 마음이 아니실까 싶었어요.

죽지 않을 만큼, 쓰러져 포기하지 않을 만큼만

시련과 고난을 주시는 아버지, 참 감사하네요.

그럼 평안하셔요.” - 2004년 11월



"교진 형제, 오랜만이에요.

글 읽어보니 여전히 잘 지내고 계시네요.

저도 약간의 신상의 변화가 있었지만 건강도 많이 회복되고

12월 말까지는 집에서 쉴 것 같아요.

또 딸이 캐나다에서 돌아왔구요.

그래서 엄마 노릇하느라 하나님 은혜 가운데 이래저래 마음은 바쁘게 지내요.

딸아이랑 아침마다 큐티를 나누고 있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 훈련이 덜되어서 그런지 내 마음에는 썩 흡족하지는 않지만

신앙이 심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워낙 아이한테 지능적으로 강요하는 버릇이 남아 있어서

하나님도 나를 그렇게 참으셨는데 그냥 옆에서 도우며 지켜보도록 기도 부탁드려요.

요즘 연말연시라 선물로 형제 책을 애용하고 있는데

그동안 선후배에게 약간의 강매도 했었구요.

오늘 주문하고 받은 책은 드디어 2쇄이네요. (2004년 8월 15일 발행이던데요.)

이 기쁜 소식 알려주려구요. (이미 알고 있나요?)

어찌나 기쁘던지.

건강 조심하시고 언제 또 식사해야 할 텐데 워낙 바쁘신 몸이라....

좀 한가해지면 연락 주세요." - 2004년 12월



“교진 형제, 별로 잘 지내지 못하나 보네요.

교진 형제 글 읽으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글을 써요.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병원에 대해서 아직도 아니라는 생각인지요?

혹시 해서 메일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노인병원은 주치의도 상주하고 있다고 하고

교진 형제는 특별 케이스로 이용료를 일정 부분 감면해 준다고 하셨던데.

기도해 보시고 하나님이 옮기라고 하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다시 한번 알아볼게요.

그럼 평안하세요.” - 2005년 3월



"교진 형제 반가워요.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가난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셔서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은혜가 얼마나 크고,

그 말씀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던 축복이 시작되고 있어요.

남편이 기도의 남편이 되어서 하나님 사랑을 깨달으며 위로해주고 있고

딸도 말씀을 보면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고.

지난주에는 저희 온 가족이 말씀 묵상을 나누며 기도를 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앞으로 얼마나 큰 축복을 주실지 기대하고 있어요.

제 자신을 보면 한심하고 답답하여 낙담하게 되는데

하나님을 바라보고 저를 보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저는 요즘 병원을 계속 나가고 있어요.

좀 늦게 나가고 일찍 들어오고 하기는 하지만.

메일을 보니 참 마음이 아프네요.

어머니 상태를 제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메일만으로 짐작하건대

아직은 급성 회복기여서 좋아지실 여지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지금 입원하고 있는 병원 주치의와 상의하셔서

다른 병원으로 옮길지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만약 가망이 전혀 없다고 하시면

장기 요양병원을 추천해달라고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대개 사회사업실에서 병원과 연결된 요양 병원들을 연결해 줍니다.)

주치의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를 권하면

병원급으로 일단 옮겨서 치료를 더 하시는 게 어떠실까 싶네요.

수유리의 국립재활원이나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들이

재활치료를 받기에 좋으실 거예요.

국립재활원은 장점이 다른 대학병원에 비해 치료비가 저렴하다는 것이구요.

세브란스재활원 같은 경우는 치료비가 꽤 비싸다고 들었어요.

병원에 따라 대개 1개월에서 3개월(국립재활원)까지 입원이 가능합니다.

안양 샘병원 같은 경우는 재활 시설이 여의치 않아요.

그럼 평안하세요.”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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