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죄인의 심정이었다
일주일 내내 열이 많이 나신다는 긴급전화를 받고 병원에 달려왔다.
열을 일으키는 병균이라기보다 세심한 케어의 문제가 많이 보였다. 이 문제는 과거처럼 내가 24시간 곁에서 케어하는 길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이 고통의 짐은 언제까지일까. 지겨워서 끝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고통뿐인 난제를 더 겪어가기가 죄스럽다. 병원 매점에서 소모품들을 사고 잠시 머뭇거렸다. 평소라면 저돌적으로 병실로 향했을 텐데 오늘은 엘리베이터 버튼도 천천히 눌렀다.
평범한 삶의 숙제는 없을까.
답이 없는 문제에서 인내와 기다림으로만 살아갈 때 우울감을 이기는 건 가능하지 않다.
가능하다고 하면 난 너무 힘들다. 그저 힘든 게 정상이고 마음에 숨구멍이 필요하다고 다독이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겼으면 하는데 죄인의 심정과 무기력감이 가득 차 있다.
디펜드 기저귀를 등 밑과 머리 위까지 깔아놓은 걸 치우고 등과 머리를 시원하게 해드렸다. 곧 열은 진정되었지만 표정은 많이 불편해 보이셨다. 직감적으로 어머니의 병상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분명히 내가 돌아가면 다시 열이 오를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내일을 알 수 없고 기쁨과 희망이란 걸 모르겠다. 요즘은 나도 상담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니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며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를, 미안해하지 않고 시간을 뺐을 수 있는 친구를 보고 싶다.
2017.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