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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Nov 19. 2020

<싱어게인>을 보며 생각나는 두 가수

보이스 코리아의 넘사벽 출연자, 우혜미와 김현지를 기리며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개를 친다.

트로트 경연 소재가 남발하여 피로감이 쌓인 중에 기존에 앨범을 냈거나 실력이 검증된 이들을 모아 JTBC에서 <싱어게인>을 시작했다. 1회가 흥미롭게 끝났다.


보는 내내 관심이 집중되면서 불쾌감도 없지 않았다.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유의 고루한 편집, 꿈을 다시 이루려 선택받기 원하는 출연자들의 간절한 눈빛, 신적 권위의 높은 자리에서 그들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기성 가수의 버튼과 멘트.

숨은 가수를 키우는 콘셉트지만 시청률만을 향하는 이 조합을 비판한 신해철이 떠오른다.


몇 주 전 밤에 잠이 안 와서 핸드폰을 켜니 티빙에서 무료로 보내주는 <보이스 코리아>가 나와 이 프로그램을 접했다. 2012년 시즌1을 내보낸 이 프로그램을 나는 뒤늦게 안 것이다(집에 케이블을 볼 수 있는 TV가 없다). 2013년 시즌2까지 하다가 중단된 후 올해 시즌3 격인 <보이스 코리아 2020>을 방영했고 내가 다시 보기로 본 것은 이 방송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보이스 코리아>는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포맷을 리메이크한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케이블 방송국 엠넷에서 미국 더 보이스로부터 판권을 구매해 제작했다고 한다.





김진표가 시즌 2까지 사회를 봤고 당시 코치는 신승훈, 길, 강타, 백지영이었다. 내가 본 2020 버전의 코치는 성시경, 김종국, 보아, 다이나믹 듀오였다.

다른 오디션과 달리 쟁쟁한 실력자가 첫 무대부터 등장해 코치들의 선택을 받아 결승까지 올라갔는데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오랜 연습생, 앨범을 냈다가 빛을 못 본 가수, 드라마 OST로만 알려진 실력자, 실용음악과 전공자 등으로 참가자가 이뤄졌다. 그런데 올해는 프로 가수인 김지현(지소울, 골든)이 참가자로 대상을 가져가 흥미를 좀 깼다(굳이 여기 출연해 한참 후배들과 경쟁하는 건 좀?).


실력자에서 실력자를 찾겠다는 <싱어게인>의 기획 아이디어를 <보이스 코리아>에서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에 8년 전 시즌1의 클립 영상들이 있어 찾아보다가 시즌2까지 화제가 된 참가자의 노래를 쭉 들어봤다. 당시 출연한 이들 중에 지금은 괴물 보컬이라 일컫는 손승연이 시즌1 우승자이고(이때 유성은이 탑 4에 들었다. 손승연을 만나지 않았다면 우승각), 소울 가득한 노래를 부르는 이예준이 시즌2 우승을 가져갔는데 나는 이들 우승자 노래보다 중간 탈락자이거나 탑 4에 내 취향의 노래들이 있었다.


특히 가장 팬이 된 이는 시즌2의 유다은이다. 한상원밴드의 보컬로 지금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그녀의 첫 무대인 긱스의 <짝사랑>은 보이스 코리아 전체 무대를 통틀어 레전드로 꼽는다. 첫 출연부터 무대를 가지고 놀며 매력을 철철 뿜어냈다. 다음 무대에서 이시몬과 듀엣으로 부른 <봄비>에서 락 창법의 소울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결승 무대에서 목이 상해 우승은 못했지만 내가 뽑은 우승자에 속한다.


그리고 눈여겨본 두 가수가 있다.

시즌1의 우혜미, 시즌2의 김현지다.


우혜미는 실용음악을 전공한 숨은 고수이고 레전드 가수 한영애의 코러스로도 활약했다. 첫 무대에서 탑 4의 무대까지 매번 그녀는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콘서트의 주인공이었다. 감히 코치진이 우혜미의 무대를 평가한다는 게 말이 안 될 정도로 넘사벽으로 보였다. 한국의 재니스 조플린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작은 몸집에서 엄청난 퍼포먼스가 뿜어 나왔다.


시즌1의 우혜미 같은 참가자가 시즌2의 김현지다. 언뜻 보면 남자처럼 보이는 짧은 머리에 밀리터리룩으로 나온 김현지는 "너희가 나를 평가할 수 있겠어?" 하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보이스 코리아의 장점이 코치들이 등을 돌리고 앉아 보이스만으로 평가하기에 실력으로 우선 어필할 수 있다. 개성 강한 김현지는 길 코치의 선택을 받아 세 번째 무대에서 드렁큰 타이거의 <난 널 원해>를 부르고 탈락했지만,  그녀가 보인 무대 에너지는 가히 역대급이었다.


내가 눈여겨본 이 두 가수가 궁금해서 나무위키에서 최근 활동을 찾아봤다. 그리고 뒤늦게 충격적 소식을 알았다.


시즌1 우혜미, 시즌2 김현지는 보이스 코리아 후 가수 활동을 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알고 이 두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 뭔지 모를 울분이 느껴진다. 보컬로서의 충분한 재능을 가졌지만, 자기 실력만큼 인생이 잘 안 풀린 탓일까. 보이스 코리아에서 그들의 인기는 거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꿈을 향해 천천히 올라가기보다 갑자기 큰 관심을 받은 뒤의 시간이 힘들었던 것 같다.


UFC 링에서 겨루듯이 자기 노력과 실력 그리고 천재성으로 올라갔지만, 이들이 앨범을 내고 활동하기 위한 무대는 행사 무대 혹은 불후의 명곡이나 복면가왕 같은 경연 무대다. 손승연은 이 과정을 잘 통과해 슈퍼루키가 됐지만, 우혜미와 김현지는 지상파가 원하는 가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천재성을 가진 사람의 삶은 참 힘들다는 것이 슬펐다.


가수로서의 감성, 시청률이 관건인 오디션 무대에서 맛 본 환희, 그리고 조용한 이후의 시간 혹은 자신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연예계에서 큰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지금 나처럼 두 가수의 팬들이 많다. 보이스 코리아에서 보여준 노래를 올해도 계속 찾아 듣는 팬들의 글에 안타까움이 절절하다. 그렇게 떠나버린 선택을 하지 않도록 주변에서 잘 도와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시즌3인 올해 출연해 인기를 얻은 참가자들은 모두 무탈하기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연말에 기획 중인 오디션 방송들, 슈퍼스타K의 최근 망작들처럼 악마의 편집을 하거나, 프로듀스 101처럼 조작하지 말고 순수한 참가자들의 꿈을 잘 다독거려 주었으면 한다.


나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것은, 그들의 순수한 노래와 꿈이다. 노래 잘하는 사람 많은 대한민국에서 우혜미와 김현지 같은 이들을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고음 성대 차력쇼보다 진정한 소울이 가득한 아마추어를 보고 싶다. 우혜미와 김현지의 노래처럼.




우혜미가 듀엣 무대에서 부른  신촌블루스의 <아쉬움>

https://youtu.be/XC7eeMc2DZ0


김현지가 부른 김도향의 <바보처럼 살았군요>

https://youtu.be/c-HbAzt0e9o


기분 가라앉을 때 들으면 텐셥 업되는 유다은의 첫 무대 긱스의 <짝사랑>

https://youtu.be/CgQq5JtDf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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