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은 즐겁도록 마음먹고 이겨가는 과정
어머니께 두 손자 영승이, 예승이의 실물을 보여드린 날이다. 며느리 모습도 거의 9년 만의 상봉이다. 중환자실 면회에 면역력 약한 아이들은 자제하도록 권고하여,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병원 간호를 가자는 말에 잠시 망설였다. 영승이 임신 중에 엄마가 병원에서 결핵에 감염돼 가족들 접촉을 꺼려 왔는데 오늘은 사진으로만 손주들 보여드리다가 직접 보시게 해드리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늘 힘든 마음으로 병간호 길을 운전해 가다가 마치 아이들 데리고 소풍을 가듯 병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잠든 아이들을 아내에게 맡겨두고 나 먼저 병실에 들어가 관절 운동부터 기저귀 상태 등 기본적인 간호를 하던 중에 아이들과 아내가 들어왔다.
영승이, 예승이 모두 처음 마주한 친할머니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다. 일상에서 볼 수 없는 6인실 중환자들의 고통스러운 모습 가운데 레빈튜브와 티케뉼라를 달고 있는 할머니 앞에 서니 그 낯섦에 얼떨떨한 표정 보니 웃음이 났다.
"얘들아, 할머니야. 안녕하세요, 할머니, 해 봐."
잠시 그렇게 마주하곤 아이들은 병원 로비로 가고 나는 늘 해오던 간호의 프로세스를 마쳐갔다.
깨끗한 환자복으로 갈아입히고 이불도 세탁된 것으로 바꿔드린 뒤 아내를 불러 둘이서 기도했다. 오늘 아내가 기도를 해주었다. 간병인 여러분들이 우리 병실에 모여 아내가 요리한 배추부침개를 나눠 드시며 천사라고 칭찬을 자자하게 하신다. 나도 장단을 맞췄다. 결혼 못할 뻔한 인생인데 천사가 다가와 주었다고. 결혼 후 월급의 전부를 병원비로 쏟아부어도 바가지 한번 긁은 적 없다고...
아내는 어머니 케어를 맡으신 간병인과 한참을 얘기 나누다 병실을 나왔다. 아이들과 아내가 내 가족이지만서도 오늘 고마웠다.
늦은 시간이라 어디 놀러 가기에도 애매해서 홈플러스에 들렀다. 피자를 먹고 아이들은 플레이스테이션에 두 시간 놀게 하고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추석 때 처가에 내려갈 때 필요한 것도 사며 이것저것 장을 보고 각자 아이쇼핑도 즐기면서...
집에 왔다. 두 아이 씻기고 편안하게 책 좀 읽다가 주일을 맞이하련다. 살아가는 일은 절박하고 애절하기보다 즐겁도록 마음먹고 이겨가는 과정이다.
2015.09.05